존재와 사랑은 허락의 대상이 아니다-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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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육군 대위가 사적인 공간에서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유죄선고를 받았다. 근거는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군형법 제92조의6이다. 하지만 동조에 별도로 성폭력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에서 제92조의6은 사실상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특히 인천지방법원에서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신청되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육군보통군사법원은 지체 없이 A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언론과 관련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최소 30여 명의 군인이 관련 군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직 입대를 하지 않은 미필자를 포함하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해당 군형법 조항에 대해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어왔다. 뿐만 아니라 선고일까지 전국적으로 모인 4만 여장의 무죄석방 탄원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처벌받을 수 없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던 국방부 시계는 오히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혐오와 차별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방부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일찍이 지난 대선 토론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4월 25일 저녁 JTBC 대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군대 내 동성애를 문제 삼으며 국방전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황당한 주장과 함께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답하며 논란을 야기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나마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A 대위에게 유죄가 선고되던 그 날, 대만의 최고법원인 사법원에서는 동성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동성인 두 사람이 친밀함과 배타성을 동반한 영구적 결합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민법이, 결혼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2조와 ‘인민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7조에 위배된다는 해석이다. 또한 사법원은 성소수자의 결합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 안정과 인간 존엄성의 보호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일보의 큰 전진이 일어난 날 한국에서는 수 십 보의 후퇴가 일어난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법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듯이 존재와 사랑에도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사적인 공간에서 상관과 부하의 지휘명령 관계도 아닌 두 명의 합의된 성관계를 추한 행위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해당 군형법 아래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조장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만이 있을 뿐 인간의 존엄성도, 자유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A대위는 무죄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

선고 다음날인 5월 25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을 중심으로 10명의 국회의원들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는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3년 전 19대 국회에서도 발의 후 별다른 논의 없이 회기종료로 폐기되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국회는 신속히 해당 법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선기간 중 “그 어떤 차별에도 반대”하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핍박 받는” “소수자로 살아왔던 분들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해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은 촛불정국 이후 위축된 수구세력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이용함으로써 집권세력을 압박하고 자신의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우리는 적폐 수구세력에 맞서 투쟁이란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성소수자 탄압을 즉각 중단할 수 있도록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A대위에게 유죄가 선고된 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으로 ‘나는 오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인증샷과 함께 유죄선고를 규탄했다. 그 날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의 긴급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 ‘나도 잡아가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그리고 무대에 오른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이들 앞에서 커밍아웃 하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집밖을 나설 때마다 자신을 관 짝이나 다를 바 없는 벽장에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듯 체념하며 살아왔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행동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앞서간 수많은 희생과 억압에 대한 투쟁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확장되어 왔다. 물론 단순히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같은 세계를 살아가면서 부당한 억압에 대해 함께 싸우고 연대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많은 노력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 대한 억압 위에 나 자신의 해방이 있을 수 없듯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억압을 해방하는 과정에 있어 우리는 함께 싸울 때에야 비로소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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