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진보를 용인하는 사회주의가 제대로 된 사회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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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보수정당’, 정의당은 자유주의화한 사이비진보세력

지난 3월 2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조합원 설문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온라인(2,098명)과 오프라인(2,216)을 통해 4,314명의 민주노총 일반 조합원 및 간부를 대상으로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에서 주목할 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다. 주류 언론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진보’라고 말하고 있는데 비해 설문조사에 응답한 조합원 중 26.9%가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라고 응답했고, ‘보수정당이지만 개혁의지가 있다’고 답한 비율 역시 25.4%였다. 총 52.3%의 응답자가 민주당을 보수정당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중 45% 가량이 조합에서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일반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보수정당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조차 ‘보수정당’이라 생각하는 민주당과 공생공존하고 있는 정의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조금 더 왼쪽에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맞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의당 역시 진보가 아니다. 정의당은 완전히 자유주의화된 세력이다.

정의당은 출발부터 퇴보와 우경화의 산물이었다. 현재 정의당의 핵심 세력은 2011년 과거 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하여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야권연대’를 넘어서서, 자유주의세력과 당까지 함께 만들며 진보운동을 정면으로 배신한 것이다. 그들은 통합진보당 내에서 권력 다툼을 하다가 경선부정 사태를 거쳐 진보정의당으로 분리하여 나왔고, 진보정의당이 이름을 바꾼 것이 바로 현재의 정의당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참고).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정의당은 사실상 준여당이자 자유주의세력의 행동부대 역할을 해왔다. 정의당은 민주노총에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촉구했으며,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게 ‘반기득권 연합’을 제안하였고, 문재인 정권이 내건 소득주도성장의 노선을 자기들이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정적으로, 정의당은 작년 9월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동의하면서 자신이 자유주의정치세력으로 변질된 세력임을 대중 앞에 가감 없이 드러내어 주었다(더 자세한 내용은 「정의당에게 데스노트가 된 조국 사태」 참조).

이번에 친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논의에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의당은 다르게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심상정 당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섰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는 행보를 하기 어려웠다는 점과 비례위성정당이 결성되면 정의당에 돌아올 여권 지지자 표가 대거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투표 해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발언했다. 이는 정의당의 기반이 여전히 자유주의 세력 지지층에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정의당은 자유주의세력화한 사이비진보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회주의세력은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부르며, 정의당의 실체가 노동자 민중에게 드러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중대” 정의당이 “노선의 분화 발전”이라는 변혁당

가령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정의당을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규정한다. 이승철 집행위원장은 올해 2월 14일자로 나온 「3년의 계획과 1년의 실천, 2020년 변혁당이 갈 길–5차 총회 주요 결정과 사업 로드맵」에서 “정의당은 노골적인 사민주의 정당의 길로 들어섰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사민주의 정당이라는 규정은 잘못된 규정일 뿐 아니라, 정의당을 매우 좋게 포장해주는 것이다. 정의당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자유주의 내에서 좌파의 위치를 점하는 자유주의 좌파정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혁당은 정의당에 대해 노동자계급의 시각을 견지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을 한다. 그렇지만 변혁당은, 정의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며 자유주의세력화했다는 규정은 확실히 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변혁당에서 나온 글을 보면 정의당을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진보세력의 일원으로 인정해주는 서술이 여럿 보인다.

이를테면 2019년 12월 18일에 나온 장혜경의 「사회주의자의 눈으로 본 2019년: 반동적 부르주아 정치와 유감스런 진보정치」라는 글은 문재인 정권과 자유한국당의 2019년의 행보를 각각 비판한 후 ‘유감스런 진보정치’라는 소제목 하에서 “2019년에는 양대 정당의 흐름에 맞서 촛불의 염원을 정치적으로 수렴하는 ‘대안정치’가 절실했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정당 중 가장 큰 힘을 가진 정의당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조국 대전에서 민주당 편에 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민주당 편”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정의당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장혜경은 정의당이 진보정치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해서 아쉽다는 논조의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 변혁당 김태연 대표가 참세상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 역시 정의당의 존재를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지난 2월 13일자 인터뷰 기사 「이제는 사회주의 리부트, 변혁당이 시작합니다–[인터뷰] ‘내 삶을 바꾸는 사회주의’ 대중화 운동 나서는 변혁당 김태연 대표」에서, 김태연 대표는 정의당이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을 듣는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민주노동당이 여러 진보정당으로 분열한 것은 노선의 분화발전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정치적 내용이 분명하면 분열이 아니라 차이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창당되고, 또 그 안에서 진보정의당이 갈라져 나가 정의당이 창당된 과정은 진보정치가 우경화를 거듭하면서 몰락해온 과정이자, 진보운동에 대한 배신과 변절이 반복되었던 과정이다. 그것이 “노선의 분화발전”이고 “차이”라는 말은 진보운동에 대한 배신과 변절을 미화하고, 그 결과물인 정의당을 노선이 조금 다를 뿐인, 진보의 일원으로 용인해주는 발언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변혁당은 정의당이 진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러한 잘못된 인식 속에 계속 머물며 그것을 재생산하고 있다. 변혁당의 시야가 민주노총 내의 정치구도라는 협소한 틀에 머물고 있다 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민주노총 내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의당과 정치적으로 완전히 단절할 수 없고 서로 비판하다가도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더 자세한 내용은 「사회주의는 빠진 변혁당의 ‘사회주의 대중화’」 참조). 그렇기 때문에 변혁당은 정의당을 한편으로 비판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진보’로 용인하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주류 사민주의’ 정의당을 지지하자는 노동자연대

한편 노동자연대의 경우 아예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을 지지하자는 입장을 냈다. 3월 17일에 나온 「정의당을 지지하라」라는 입장문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자연대는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는 노동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정의당에 대한 투표를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어떤 선거에 대해서든 혁명적 좌파의 입장은 전술적인 것이다. …… 비록 민주당과 정의당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이라는 점에서는 누가 당선되느냐가 실제로 차이를 낳는다.”며 변명한다. 자유주의세력으로 변질된 정의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소통”, “전술”, “노동자들의 자신감” 같은 말들로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부터 노동자연대는 정의당을 사회민주주의정당, 진보정당으로 포장하며 적극 변호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7년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다. 최근에 발표한 성명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한 것은 옳다」에서는 정의당을 “노동계급의 중요한 정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물론 노동자연대는 정의당의 조국 임명 지지 등의 행보를 비판한다. 그렇지만 그런 비판들은 모두 ‘정의당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식의 무의미한 내용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 노동자연대에서 발표한 글 「최근 진보정당사 ④ 정의당」(김인식)을 보면 정의당에 대한 자신들의 우호적 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매우 혼란스러운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글은 정의당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고 심지어 (자본주의적 한계를 고수하기는 하지만) ‘노동자 정당’이라고 주장하다가, 바로 이어서 “물론 정의당은 좌파적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아니라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다”라는 단서를 단다. 노동자연대는 어떻게든 정의당이 사민주의라는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좌파적” 사민주의와 “주류” 사민주의라는 아전인수식 개념까지 만들어 내어 정의당이 “좌파적” 사민주의는 아니지만 “주류” 사민주의는 맞다는 식의 궤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연대가 이 두 분류를 가공해낸 것도 황당하지만, 사회주의자라면 사민주의 자체와 투쟁해야 할 텐데 그러기는커녕 노동자연대는 정의당을 ‘주류’ 사민주의라고 규정하면서도 그들을 지지하는 더 황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노동자연대 스스로도 정의당의 정치적 내용이 사민주의라는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 노동자연대가 정의당에 대해 서술하는 바를 살펴보면, 결국 정의당이 자유주의 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이라는 근거는 노동자들, 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 중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한편 이렇게 노동자연대가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보는 것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중도’로 보는 노동자연대의 잘못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2019년 1월 16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급 투쟁, 혁명적 좌파」(최일붕)에서 “물론 선진 산업국들과 달리 지금 한국에선 중도 세력이 집권하고 있고(터무니없게도 언론은 이들을 ‘진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중도 세력이 보수 세력보다 강력합니다.”라고 하였고, 문재인 정권을 여러 차례 “지배계급 내 … 자유주의적 중도파”, “중도파 정부”라고 칭해 왔다.

최근에 노동자연대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강도 높게 전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에도 민주당이 보수라는 칼럼이 실리고, 민주노총 평조합원들 중 상당수도 민주당을 보수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중도, 정의당이 진보라고 보는 것은 극히 낡은 정치적 인식을 보이는 것이다.

사이비진보를 진보로 용인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현재 정의당은 진보로 여겨짐으로써 노동자 민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자본주의와 싸우고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세력인 사회주의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세력이라면 정의당과 같은 사이비진보세력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정치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 사회주의세력은 이와 반대로 정의당에 대해 여전히 진보정당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고립되어야 할 정의당이 노동자 민중 속에서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도록 용인해주고 있다. 사이비진보를 진보로 용인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주의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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