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현중 원하청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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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현중지부]

[편집자 설명] 최근 조선업 노동자 투쟁이 상승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런 투쟁에 힘을 더하고, 반자본주의 투쟁이라는 문제의식을 촉발시키기 위해 현대중공업 투쟁에 참여한 당사자들과의 좌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 과정에서 현중 투쟁이 진행된 과정에 대해 귀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울러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자본주의 의식과 투쟁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확인했다. 좌담회에는 총 5명이 참석했으며 그 이름과 소속은 아래와 같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일 시: 2019년 7월 13일 오후 3시

• 장 소: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실

• 사회자: 이영수(『사회주의자』 편집위원장)

• 참석자:김영삼(『투쟁하는노동자 함성』 의장, 특수선사업부) / 염성길(『분과동지연대회의』 전 대표, 선행의장부) / 이성호(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 / 윤용진(『혁명적 노동자의 목소리』 회원)

[특집: 조선업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

① 조선업 노동자 투쟁은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② [좌담회]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

이영수(사회자) 우선 조선업종 불황이 조선업 노동자에게 미친 여파는 어떠한 것인지, 현중 자본의 공격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영삼 조선업종 불황의 원인은 과다설비라고 본다.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과다 설비된 상태에서, 이윤율이 저하됐다. 중국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해서 저가수주를 한다면, 한국에서는 하청을 쓴다. 그래서 건설업종처럼 하도급에 하도급에 하도급으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법인분할도 마찬가지이다. 정규직은 인적 구조조정을 희망퇴직으로 했다. 정년퇴직 앞둔 5년차를 희망퇴직으로 받는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청으로 가서 일을 하니까, 결국 노동자 임금을 하락시킨다.

염성길 2016년 모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정년 몇 년 남은 분들을 옮기게 하고 만62세까지 다니게 해주겠다고 한 후, 임금은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뜨렸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 기간을 보장해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 노동자가 점심시간 전에 5분 일찍 내려왔다가 관리자와 말싸움이 있자 다음날 바로 잘라 버렸다는 얘기가 있다. 참고로 모스에는 노동조합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다. 모스가 만들어 진 게 물적분할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 물류 파업을 엄청 많이 했지만, 처음 당하는 공격이고,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모스에는 말 잘 듣는 사람들 위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 나서 4개사로 분사를 하고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만드는 인적분할을 했다. 우리들은 싸운다고 했지만 못 막아냈다. 분사 후 회사는 노사협의회는 인정해주지만 노동조합은 인정해주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그리고 나서도 해양사업부가 문을 닫으면서, 휴직수당 70%를 안 주려고 했다가 결국 70%를 지급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 물적분할도 처음에는 진행상황을 몰랐다. 이처럼 그동안 회사의 공격은 많았다.

김영삼 모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놓고 모스 밑에 또 자회사 하청을 만들었다. 그리고 임금은 자회사의 절반의 다시 또 절반이다. 각종 상여금 성과금도 주지 않는다. 처음 2년간은 단협을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월차를 주지 않았다.

이성호 조선불황이 온 후, 수주가 감소해서 물량이 줄어드니까, 임금을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했다. 정규직은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한다면, 하청은 업체를 자연스럽게 없애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하청노동자가 3만여 명 정도가 떠났다. 올해 2019년엔 물량이 늘어도 저가수주를 한 것이라서, 하청업체 기성이 대폭 인하되고,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폐업, 해고, 임금삭감으로 많이 떠났다. 플랜트 쪽이나 타 지역 건설 쪽으로 이직했다. 해외로도 많이 갔다. 하청들 뽑으려고 해도 안 들어오려고 한다. 일은 힘든데 최저임금이다. 노골적으로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윤용진 조선업종 인력이 산업 자체에서 이탈을 했다. 삼호 같은 경우에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사람 구하기가 힘드니까 단가가 조금 올라가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임금이 체불되고 하청업체가 망하기도 한다. 워낙 임금이 저하되어있고, 노동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인력이 없다.

이영수(사회자) 조선업 불황과 이에 대한 현중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대해 노동자들이 그동안 싸움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노동자의 보편적 이해가 아니라 조선업에 갇힌 협소한 시야 속에서 조선업종에는 숙련공이 필수적이라는 논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업종 자본의 구조조정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죠. 다른 한편으로 조선업종에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원·하청 공동투쟁을 만들어야 함에도 하청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정규직 노조 위주의 싸움이 계속 되었습니다. 2017년 분사(인적분할) 반대 투쟁 당시 울산동구지역대책위가 결성되었는데, 이는 ‘지역경제살리기’ 논리에 빠져 있었고요. 지금까지 투쟁에서 어떤 한계가 있었다고 보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영삼 우리 노동자부터 안에서 조직된 다음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역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쉽다. 그 당시에는 지부에서 그런 기조를 잡으면 따라갔지, 평가라든지 별도로 문제의식은 없었다. 지부가 조합원들과 싸움을 만들어내야 하는 임무가 있었는데, 정부를 상대로 하는 공중전에 빠져있었다. 시민과 함께 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였다.

윤용진 금속노조의 기조가 이랬다. 즉 조선업종은 경쟁력 있는 산업이고 구조조정은 부당하니 현재의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잘 해보자라고 시민에게 호소를 하면 지지를 받고 회사나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런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판이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은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 여론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영삼 구조조정이 들어오자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경기가 좋아졌을 때 숙련공이나 기술적 노하우가 없으면 품질 저하로 다른 경쟁국에 수주를 뺏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금속노조 등의 기조였다. 구조조정을 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싸게 먹히는지, 실제 하청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다 당했다. 숙련공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면 안 된다는 기조는 안 맞았다.

염성길 숙련공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가 맞다. 숙련공은 이 공장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라 이분들을 챙기자는 발상이었는데, 문제는 비숙련공들도 챙겼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다 밀려서 구조조정 당했다.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진: 사회주의자]

이영수(사회자) 투쟁을 전개해온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바깥에서 보았을 때도 힘들고 더딘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현중 원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 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 해 진행된 투쟁 속에서 전진한 부분이 무엇이고, 넘어서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염성길 2017년도 인적분할 당시에 현대로보틱스라는 한 개의 사업부를 지주회사로 만들어놓고 분사를 하더라. 정부를 압박하고 대외적인 투쟁도 많이 했지만, 회사는 우리가 못 막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때도 주총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못 막았다. 주총장 안에 공권력이 들어와 있었고, 주총장 안에서 몸싸움 하는데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 못 넘어갔다.

올해 2019년 물적분할 때에는, 한마음 회관 점거 투쟁을 하면서 2천여 명의 동지들이 나왔다. 이제 파업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오는 분위기다. 그 동력은 당분간은 안 떨어진다고 본다. 올해 2019년 물적분할 저지 투쟁을 하면서 자신감은 갖고 있다. 이번 싸움에서도 결정적으로 막지는 못 했지만, 조합원들은 최선을 다 했다.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된 주총장으로 오토바이 타고 갈 때 운 사람도 많았고, 오면서도 울면서 왔다.

김영삼 올해 2019년 물적분할에 대해 지부 기조는 원천봉쇄였고, 2017년도 분사 때에는 주총장 안에 들어가서, 주주로서 참여하는 기조였다. 2017년 분사 때,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단협이 승계된다고 해석을 받아왔고, 회사도 승계했다. 2017년과 2019년 대응 기조가 달랐다.

윤용진 기조가 달랐던 게 맞다. 제가 듣기로는 2017년에는 분사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의하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차원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사측도 단협을 승계했다. 그런데 올해 2019년에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구조조정의 마지막 국면인데, 정규직 조합원들도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와 닿았던 것 같다.

김영삼 조합원들의 분노가 완전히 다르다. 2017년 분사 때에는 일부 조합원들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올해 2019년에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분할이라서 전부 다 내 문제라고 인식했다. 한 사업부가 아니라 전 사업부가 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전까지 파업 대오가 7백에서 8백 대오로 떨어졌었는데, 이번 투쟁 때에는 첫 파업 때 2천대오가 참석하고 그 다음에 3천대오가 참석했다. 그러자 불을 꺼야 되니까 회사가 단협 승계를 하겠다고 사보에 발표했다.

염성길 단협승계를 진짜 할 거면 법인분할 계획서에 집어넣으면 된다. 그런데 앞으로 협의하자고 했다. 그러다가 주총 직전에는 사측이 합의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성호 2015년 구조조정 바람이 불 때 원하청노조 공동사업으로 하청 조직화 사업을 최초로 진행했다. 그 때 하청노동자들이 조직이 되니까 권오갑이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019년에는 4월 하청 대규모 임금 체불 사태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대중 투쟁을 통해서 체불을 해결하고 원청을 상대로 일정 정도 승리까지 했다. 2015년에는 소수 간부들만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대중적으로 하청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트라우마 등을 극복해야만 한다.

윤용진 2015년도 하청 조직화 사업에서 양상은 외부에서 지원하는 것이었다. 공중전 성격이 강했고, 정규직과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못 했다. 당시 정병모 위원장과 하창민 지회장이 같이 했지만, 상징적이었고 지부 전체가 하지 않았다. 올해 현장에서 임금체불 문제로 싸움이 시작됐다. 누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2천여 명 노동자들이 퇴근했고, 일부는 마지막까지 싸워서 이기기도 했다. 정규직 지부 역시 지부 차원에서도 2015년과 다르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 상당수 분과에서도 자발적으로 하청 조직화 사업을 출․퇴근, 중식 때 진행하고 있다.

이영수(사회자) 법인분할 투쟁에서도 자본주의 문제, 그중에서 핵심인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배를 만들고 조선소를 존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법인분할 반대 투쟁을 보면 소수의 자본가들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사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자본주의 법과 제도는 이것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기 생존을 결정짓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도 없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투쟁의 방향이나 구호도 이런 자본주의 소유의 본질적 문제를 걸고 넘어져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편 현중의 원청 사용자성이 현재 법적으로 부정되고 있지만 하청 쪽에서는 임금 25% 인상을 원청 상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도 비정규직이 일반화된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떻게 지금 내건 요구를 쟁취할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염성길 그 내용들은 현장의 일반 조합원들도 많이 안다. 옛날에는 몰랐다. 재벌이란 단어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하는데,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이걸 바꾸려면 정치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정치인 누구 하나 믿을 놈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아야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공장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들이 주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주인 행세를 한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문제다. 이에 대해 역으로 사회자에게 질문하고 싶다. 노동자가 다 주식을 가져야 하는지, 협동조합처럼 하면 되는지, 혹 다른 방법들이 있는가?

이영수(사회자) 지엠도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노동자의 대안이 없다. 물량이 없어서 생산을 못 해서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다 자르는 것을, 지엠 몇몇 주주들이 결정해서 되겠느냐는 주장을 할 때가 되었다. 우리 노동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가야 된다. 그러나 커다란 공장이다 보니 이러한 문제제기가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자본가가 구조조정할 때 저항하는 투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영삼 며칠 전에 청와대에서 재벌 총수들을 초청했을 때, 권오갑 대신 정기선이가 나간 게 언론에 떴다. 정몽준에서 정기선으로 오너 체제가 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고작 주식 6.5%를 가지고 뭐든 다 하지 않나. 법체계가 자본주의를 인정하니까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것이고, 재벌 3세가 세습하도록 법도 개정해준다. 여기 현대중공업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 투쟁이 성사되지 않으면 이런 법체계는 안 바뀌는 것 아닌가. 지금 현실에서는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끼리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담벼락을 뚫고 나와 이러한 법체계를 문제제기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박근혜는 감방에 갔지만, 이재용은 8개월밖에 안 사는 현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의 힘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래도 촛불 투쟁이 있어서 이재용 구속이 가능했다. 법인분할 저지 투쟁이 그런 투쟁으로 가야 정몽준도 감방에 갈 수 있고, 법체계도 바꿀 수 있고, 현대중공업도 사회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성호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갈아엎어야 한다. 보통 노조들이 현안 문제 해결에 만족하는 것 같다. 계속 반복될 것 같은데, 안타깝다. 고리를 끊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고리를 끊기 위해서 현장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이런 구조를 대물림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노동자에겐 충분한 힘이 있는데 왜 단결이 안 될까, 의식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든다. 자본주의라는게 과잉 생산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지어 지구도 파괴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가 뭔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용진 자본주의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이유는 과당 경쟁이 발생해서, 생산설비 과잉이 되고, 여기에서 이윤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가장 많은 과잉 설비를 만들었기 때문에 중국이 구조조정 규모가 더 클 것이다. 확장해 보자면, 중국, 일본, 동남아까지도 모든 곳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시야를 확장해보면, 한국 조선산업을 살려야한다는 구호가 얼마나 협소한가 확인이 된다. 그럼 중국의 노동자는 죽어도 되고 일본 동남아 노동자는 죽어도 되는가.

우리 산업 경쟁력을 살린다는 구호가 갖고 있는 문제가 뭐냐면,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어디로 빠지냐면,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노사정 협의하자’다. 몇 년째 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노사정 협의하면 답이 나오나, 구조조정 추진하는 게 정부인데, 박근혜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소유의 문제, 체제의 문제로 생각을 하고 접근하지 않으면, 그래서 구조조정을 단순히 재벌의 도덕성의 문제나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노사정위를 하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금속노조에서 정책 이슈 페이퍼를 내는데, 일정한 구조조정은 막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산업이 살려면 어디는 망해야하고 임금은 삭감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밖에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가 구조조정 싸움을 제대로 하려면 그런 것을 배제해야한다. 그래야 투쟁을 주저하지 않게 되고, 정부나 정치권에 기대하지 않게 된다. 우리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의 힘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은 그것이 많이 부족하다지만, 대중적인 투쟁이 현대중공업에서 시작됐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있다.

[사진: 금속노조 현중지부]

이영수(사회자) 앞으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현중 투쟁의 승리는 원하청 공동투쟁에 달렸다는 게 중론인 듯 합니다. 원하청 공동 투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본에 매여 착취받고 억압받지 않으려면 경제적 투쟁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는 투쟁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의식을 높여야 합니다. 현중 투쟁에서도 노동자 의식이 높아질 때 더 강력한 투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노동자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성호 먼저 하청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선전전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다 죽는다’, ‘정규직이 손을 내밀고 있는데, 같이 싸우자’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한두 업체씩 폐업이 일어나고 있다. 기성 역시 적게 주는 것도 문제지만 기성을 미리 당겨주는 실정이기 때문에 나중에 한계가 올 것이다. 저가 수주 물량은 내년 4월까지 있다. 이제 실질적 투쟁을 해야 된다. 투쟁 없이 조직하면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투쟁으로 뭘 만들어갈지 고민 중이다. 하청 총투표 역시 과정인데,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주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중 원청이 하청 문제에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최근 하청 총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원청은 하청 문제에 대해서 책임 없다는 사보를 전면적으로 냈다. 역설적으로 하청 문제에 대한 원청의 책임회피가 노골화됐다. 그래서 원청이 진짜 사장임을 분명히 하고 원청을 상태로 한 투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조직하는 중이다. 시기가 어느 정도 왔지 않느냐고 본다. 2천여 명을 조직하는 게 목표이지만, 어느 정도 조직이 되면 투쟁을 해야 한다. 그 시기가 올 것이다. 체불, 폐업 계속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제 말로만 비정규직 철폐라고 해서는 안 된다. 6월 26일 현중 정문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할 때 하청 이야기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래 배치되어 있던 발언 순서도 묵살됐다. 금속노조, 민주노총부터 반성해야 한다.

김영삼 하청 조직화를 하는데, 하청 노동자를 이용해 먹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정규직이 힘들어지니까 하청에게 손을 내미는 것 아니냐는 불만들을 듣고 있다. 정규직으로서 반성이 먼저 되고 정규직이 진정으로 다가갈 때 하청 조직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노동조합이든 하청 노동조합이든, 하청 투쟁에 사활을 걸아야 할 때에는 집중을 해야 한다. 활동가들이 투쟁을 모아내야 한다. 지난 6월 20일 공동집회 때에도 회사는 하청을 불참시키기 위해서, 오전 작업이 끝난 후 하청을 퇴근시켰다. 역설적으로 회사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 조합원들과 단결하고 연대하는 것이 원청 현대중공업을 두렵게 만든다.

올해 분할 저지 한마음 회관 점거 투쟁 때 대중 투쟁을 통해서 언론도 관심 갖고 정치권도 관심을 갖더라. 지난 2017년 분사 저지 투쟁에서 지역경제 살리기 하자며 밖으로 돌았을 때, 누가 관심을 가졌는가. 공중파에서도 뉴스에 나온 적이 없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대중 투쟁을 통해서 제대로 싸워서 연대를 만들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부르주아 법체계도 문제제기하고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염성길 정규직이 파업을 하고 원하청 공동집회를 하자, 원청은 하청을 오전만 일 시킨 후 내보내거나 오후 늦게까지 일 시키기도 하고, 출근을 안 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원하청 공동집회를 해 보자. 지부와 지회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현장 활동가들이 호응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울산 현중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국적인 싸움이고, 현중에서 패배하면 다른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국적인 싸움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주총장 점거 투쟁 이후 일반 조합원들도 전국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하청 노동자들과 공동 투쟁은 계속 해야 하는 것이다.

윤용진 원하청 공동투쟁이 사실 지금은 되는 건 아니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동투쟁이 되려면 하청 조직화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조직화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들의 주체적인 투쟁이 있어야 될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예전과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 초에 이미 터졌고, 하청에서 조합원으로서 가입했던 분들 중 그 때 투쟁했던 분들이 가장 열심히 하고 계신다. 즉 투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활동한다. 왜 2015년도 조직된 하청노조 조합원들은 활동하지 않는가? 캠페인의 한계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하청 임금체불 문제가, 또다시 계속 터질 거라고 본다. 지금 지연되고 있지만 막을 수가 없다. 원청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하청노동자들이 싸울 때, 정규직 지부든 활동가들이 그 투쟁이 이길 수 있도록 많은 연대를 해야 한다. 또 그럴 때 하청들이 정규직에 대한 반감이 사라질 것이다.

이영수(사회자) 좌담회 시간이 3시간이 다 되어간다. 말씀하시느라 고생하셨고, 마무리 하겠다.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고용을 지키는 투쟁을 처절하게 많이 했다. 쌍차도 10년 넘게 투쟁해서 복직도 했다. 자본주의 모순이 누적돼서, 현중이든 지엠이든 앞으로 자본가가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개별 사업장의 고용만 요구해서는 노동자들이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 투쟁이 성장하고 있을 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재벌하고 싸울 때 힘 있게 투쟁하지 않겠는가. 주주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의 주인은 노동자다!’, ‘우리가 공장 운영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등 구호를 내놔야 한다. 노동자 투쟁과 의식을 전진시키는 게 중요하다. 좌담을 이어가느라 장시간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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