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노동자 투쟁은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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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중사내하청지회 페이스북 페이지]

[특집: 조선업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

최근 조선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조선업 노동자 투쟁에 힘입어 『사회주의자』 34호에서는 “조선업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라는 제하의 특집기사 두 편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내용이 다뤄졌다. 향후 거제 등 다른 곳의 조선업 투쟁에 대한 소식과 분석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① 조선업 노동자 투쟁은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② [좌담회]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투쟁과 반자본주의

올해 조선업종 노동자 투쟁이 거세다. 울산에서, 거제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렇게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는 조선노동자 투쟁이 더 전진할 수 있는 방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조선업종 불황과 그에 대한 조선업 자본의 대응은 특정 산업, 특정 업종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 비추고 그 동안 계속 전진해온 노동자 투쟁이 승리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필자가 가진 정보의 한계 상 울산지역 현중 노동자 투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는 점을 미리 말하고자 한다. 이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리며, 필자의 글이 더 진전된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조선업 불황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현상

① 조선업 불황은 2008년 세계 대공황의 일부분

조선업종 노동자들은 현재 수년간 지속된 조선업 불황과 그에 따른 조선업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것은 2000년대 중후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 조선업은 유례없는 호황이었고 이에 힘입어 조선 노동자들은 비록 일은 힘들어도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업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선 두 가지 통계를 통해 조선업 현황을 살피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보자.

첫 번째 수주, 건조, 수주잔량 현황 그래프(<클락슨스 리서치> 통계)을 보면, 2007년에 수주잔량이 정점에 이른 후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수주량은 2009년(2008년 세계대공황 직후)에 급감했음을 할 수 있다. 즉 2007-9년 사이 조선업이 호황의 정점에서 불황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프 1.]

두 번째 그래프는 대표적 대형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005년부터 2018년까지의 당기순이익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개별기준.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 참고). 수주잔량이 2007년에 정점인 것에 비해 두 조선소의 당기순이익(경상이익에서 법인세를 뺀 것)은 2010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 후 조선업은 불황에 돌입하여 2011년부터 당기순이익 급락을 경험했고, 대략 2013년을 전후하여 적자상태에 접어들었다. 최근 수주가 늘어나는 등 조선업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회복은 미약한 상황이다.(아래 그래프에서 현대중공업은 2017년에 이례적으로 4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이것은 2016년 6월에 발표한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여휴자금을 대거 확보한 데 기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중단영업당기순이익 4조 5천억여 원을 제하면 당기 순이익은 4,102억 원 적자다.)

[그래프 2.]

2008년 대공황 시점과 조선업이 당기순이익 정점을 찍고 불황에 접어든 2011년이란 시점에 시차가 있는 것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조선업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한 번 계약이 되면 건조를 완료하는데 평균 1.5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특징상 2008년 수주량이 급감한 직후에도 수주잔량이 상당부분 남아있었기 때문에, 다른 경제부문과 달리 2010년 당기순이익 정점을 찍고 급속히 공황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위의 그래프들을 통해 조선업 불황은 2008년 세계대공황의 일부로써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산업에 비해 조선업에서 급격히 이윤율이 악화되고 심지어 적자 상황까지 간 것은 경기에 민감한 조선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식량, 제조업 상품 등을 원거리로 수송하는 운송수단을 만드는 것이 조선업이기 때문에 2008년 대공황으로 각종 수요가 축소하고 그에 따라 생산도 정체되자 그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② 폭력적으로 자본주의 재생산 조건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공황의 기능

자본주의의 경제공황은 과잉생산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민중의 삶이 곤궁해지는 것은 상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잉생산, 과잉축적, 과잉투자 상태에 처한 자본가들은 어떻게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게 될까?

공황은 이윤 획득을 어렵게 만들고 축적조건을 파괴하여 자본주의의 균형상태를 파괴한다. 그러나 공황은 다른 한편으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윤율을 회복시키고, 축적조건을 재건하며 자본주의의 균형과 재생산 조건을 재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공황이 발생하면 경쟁력이 취약한 개별 자본들은 도태되고 과잉상태의 자본이 파괴된다. 그 결과 경쟁력 있는 자본이 살아남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독점이 강화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또한 자본은 노동생산성 증가, 실업, 임금, 노동조건 후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처지는 악화된다. 그리고 그 결과 자본주의 재생산 조건이 확보되는 것이다.

조선업이 불황에 접어든 이후 발생한 일들은 바로 자본주의의 공황기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몇몇 대형 조선소 외에 상당수 중소 조선소들은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도태되는 수순으로 내몰리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큰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됐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조선소마저 불황을 극복할 여력이 부족하여 더 큰 조선소에 합병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거꾸로 이것은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조선업종에 대한 독점을 더욱 강화할 기회가 됐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3년 당기순이익으로 4,517억을 벌어들여 전년에 비해 절반이나 이익이 감소하자, 2014년 9월 권오갑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비핵심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여유자금을 확보했다. 또한 각 사업부 분할을 추진하여, 2017년 2월 현대중공업을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4개사로 인적분할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 공격인 이른바 인적 구조조정도 강력하게 진행됐다. 2014년 11월 성과급 도입, 2015년 1월 희망퇴직 발표 등을 시작으로 정규직에 대한 인원감축(희망퇴직), 임금 삭감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성, 임금이 삭감되고 먹튀 폐업 등의 방식으로 대량 해고가 이뤄졌다. 7월 10일자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노보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본급이 10%, 수당은 30%가 삭감되었다고 한다.

수년간 전진해온 현중 노동자의 투쟁

조선업 불황과 그에 따른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은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후퇴만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자본에 맞서 투쟁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근 5년 여의 시간 속에서 조선노동자들의 투쟁은 꾸준히 전진해왔다.

① 현중 정규직 노조의 민주화

우선 불황의 기운이 짖어진 2013년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어용노조를 민주화하여 민주노조를 다시 세웠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중심이었던 현중노조는 점차 현중자본에 포섭되며 민주성을 상실해갔다. 2004년 탁학수 집행부 시절 비정규직 박일수 열사의 분신 사망에 대해 반노동자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결국 금속산업연맹(전극금속노조의 전신)에서 제명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황과 자본의 공격에 대한 불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어용노조를 박차고 민주노조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2013년 10월 민주파 정병모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된 것이다. 2014년에는 대의원조차 대거 민주파로 교체됐다. 또한 2016년 12월에는 금속노조로의 산별전환을 이뤄냈다.

② 원하청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보인 2015년 1차 하청조직화 사업

정규직 노조의 민주화 이후 원하청 공동투쟁도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원하청 공동투쟁은 조선노동자가 자본의 공세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열쇠다. 원청에 비해 하청 노동자의 비중이 큰 조선소의 상황에서 하청을 배제한 원청 노동자만의 투쟁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원청 노동자만 투쟁해봤자 자본에 타격을 거의 입힐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하청 노동자의 경우에는 진짜 투쟁대상은 원청 자본일 수밖에 없고, 원청과 마찬가지로 하청만의 투쟁으로 원청과의 투쟁을 전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원하청 공동투쟁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아울려 원하청 공동투쟁은, 자본이 만들어 놓은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과 협소한 조합주의 틀을 투쟁 속에서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확고한 원칙 속에서 이 투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중 정규직 노조가 민주화된 후 점차 원하청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성장했다. 그 결과 2015년 5월에 드디어 원하청 노조가 공동으로 1차 하청조직화 사업을 전개했다. 비록 하청조직화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공동투쟁이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됐다. 하청조직화를 위한 집단가입 운동이 전개되자 6월 현중 권오갑 사장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이어지지 못했다. 정규직 노조의 경우에는 2016년 들어 원하청 공동투쟁에 더 적극 나선 것이 아니라 정규직 노조의 좁은 조합주의 틀 안에서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조합주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개별 노동조합이란 좁은 세계 안에 갇혀 눈앞의 조합 이익만 추구하는 노동운동을 이르는 말이다. 자본의 공격이 거센 상황에서 노조라는 틀로 당장의 현안에 대응하는 게 전부일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투쟁한다면 자본과의 투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 결과는 눈 보듯 뻔했다. 현중 자본은 구조조정을 재개하여,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진행됐고 인적분할이 추진됐다. 현중 정규직노조는 지부장 단식투쟁, 조합원 상경투쟁, 수석부지부장의 시청옥상 점거 투쟁 등 다양한 투쟁을 했으나 구조조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조합원수가 2015년(1만7천여 명)에 비해 4천여 명이나 감소했다. 심지어 2016-17년 인적분할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는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함께하는 잘못된 투쟁 방향을 보였다.

그사이 사내하청노동자의 투쟁은 기성삭감, 임금삭감, 폐업 등에 대응하며 어렵게 투쟁을 이어갔다. 원청은 하청에 대한 구조조정 재개와 더불어 사내하청지회에 대한 탄압을 병행했다. 하청업체 폐업 후 노조 간부들만 고용승계에서 배제되어, 2016년 8월 31일 6명을 시작으로 줄줄이 해고를 당했다. 사내하청지회는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나갔으나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요컨대 이 시기 투쟁은 원하청 공동투쟁의 잠재력과 조합주의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사친: 참세상 | 2015년 원하청 공동 하청조직화 사업 당시 사진]

③ 새롭게 고양된 투쟁 분위기, 법인분할 저지 투쟁과 2차 하청 조직화사업

현중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던 현중 노동자들은 점차 본능적으로 기존의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쪽으로 움직여 갔다.

2017년 3월 하청업체 먹튀 폐업이 현대중공업과 인접해 있는 현대미포조선에서 발생했다. 사내하청지회(현중사내하청지회는 현중과 현대미포조선을 모두 포괄한다)는 고용승계,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했으나 3월 하순까지도 해당 업체 하청 노동자의 고용이 모두 보장되지 않았다. 한편 사내하청지회는 이것이 6월말 7월초 예정되어 있는 업체 통폐합과 하청 대량해고의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현중 자본에 맞서기 위해 이성호, 전영수 두 동지가 4월 11일부터 염포동 성내삼거리 고가 위에서 107일간 고공농성을 전개하여 고용승계를 쟁취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2017년 9월 1사1노조 규약 통과를 통해 현중지부와 현중사내하청지회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이것은 원하청 공동투쟁을 전개해야만 자본에 승리할 수 있다는 명확한 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 객관적 상황의 전개에 따라 투쟁도 그에 맞춰 점차 움직여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019년 들어 현중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 전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초 현대중공업 원청이 기성금(작업기간 사이에 주는 작업완료분에 대한 대금)을 삭감하자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청다함께’란 단체채팅방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출근 선전전이 제안되어 실현되었다. 깡패나 다름없는 경비들의 폭압과 억압적 현장 분위기 속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투쟁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 그간 현중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이 이런 현실을 딛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 출근선전전은 곧장 오토바이 경적 시위로, 원하청 공동 집회로 이어졌다. 요구도 보다 과감해졌다. 현중사내하청지회를 중심으로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25%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한 요구안을 내걸도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 사이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현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법인분할에 반대해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중 자본의 법인분할 시도에 대해 비록 막지는 못했어도 단호하게 투쟁했을 뿐 아니라 과거 ‘지역경제 살리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모습 역시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법인분할 무효 투쟁과 하청노동자 요구안 쟁취 투쟁이 하나로 모이고, 현중 원하청 노조가 공동으로 하청조직화 사업과 원하청 공동 총회-총투표를 진행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7월 17일 마무리된 원하청 총투표에서는 임금 25% 인상 등 요구안이 투표인원 2209명 중 2188명 찬성(99.05%)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출처: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홈페이지]

조선노동자 투쟁, 이제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① 반자본주의 투쟁은 노동자에게 강력한 투쟁무기다

조선업 불황과 그로 인해 발생한 조선업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은 어떤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매우 전형적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불황과 자본의 구조조정이 자본주의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투쟁의 방향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자에게 반자본주의 투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가 5월에 쓴 글 「반자본이 아니라 반자본주의다」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임금노동제에 기반을 둔 체제다.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핵심은 바로 임금노동자의 존재이다.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가 체제의 목적이고 그 이윤은 임금노동자를 착취해야만 벌어들일 수 있다. 더 큰 이윤은 노동자에 대한 더 큰 착취에서 나온다. 따라서 노동자는 체제의 성격상 자본주의와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고, 노동자가 해방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자신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개별자본과 싸워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투쟁 속에서 경우에 따라 그 자본에 대해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노동제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국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자본에 계속 예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자본주의 투쟁은 자본에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지금 벌이고 있는 조선노동자의 투쟁을 더 강력하게 전개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를 제공해준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하청노동자들의 경우 투쟁 대상은 하청업체 사장들이 아니라 원청 자본이다. 원청이 기성, 임금, 생산, 노무관리 등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자본주의 법 질서에서 원청 현중자본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7년 현중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결을 근거로 현중 자본은 사내하청지회의 단체교섭 요구가 근거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 판결에 고개 숙이고 대법원 판결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투쟁을 통해 원청과의 교섭을 쟁취해내야 하는데, 이런 싸움을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가 자본주의에서는 왜 노동자의 삶이 악화되는지, 왜 자본은 같은 노동자를 원하청으로 갈라놓는지 등을 분명히 인식하고 싸워야 한다.

아울러 조선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가면 노동자들의 공동의 적은 자본가들이라는 점을 세워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극복하고 단결을 강화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GM 창원공장의 경우 회사가 어려워지자 비정규직을 내쫓고 그 자리에 정규직을 채워 넣는 인소싱이 일어났다. 또 다른 예로 어떻게든 물량 확보하면 살 수 있지 않겠냐는 식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생각이 만연할 수 있다(실제로 2014년 수주 불황이 극심해지자, 미포 하청노동자 사이에서 베트남 비나신 조선소 수주 물량을 가져오자는 이야기가 간간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사로 아귀다툼하고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방식은 당장에는 옆의 동료를 희생해서 내가 살 수 있는 길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결국 모두 공멸하는 길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속에서 반자본주의 의식을 높여나가는 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편 정규직 역시 법인분할 저지 투쟁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절감할 수 있었다. 조선소에서 생산되는 모든 부는 분명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 과실은 모두 소수의 자본가들이 가져갈 뿐 아니라 노동자는 자신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회사의 앞날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 노동자들이 마주쳤다. 그러다보니 한 예로, 5월 30일 한마음 회관 농성투쟁에서는 ‘왜 노동자는 착취받고 가난하고 재벌은 항상 부유하고 곳간에 돈이 넘쳐납니까? 이런 재벌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현대중공업 주인이 정몽준입니까? 대우조선이 누구 겁니까? 회사의 주인은 노동잡니다.’와 같은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발언은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인 사적 소유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그것이 노동자에게 법인분할이 강행되는 상황과 그 아래 깔린 자본주의 논리를 허물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자본주의 투쟁이 노동자 투쟁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② 이제 원하청 공동투쟁,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투쟁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울산 현중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반적으로 전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합주의의 협소한 틀에 갇히기도 하고, 지역경제 살리기와 같은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머무르며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기도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중 자본은 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악화 등을 통해 축적의 조건을 확보하여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투쟁하다보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바른 투쟁의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몇 년 전만 해도 그 가능성이 희박하게만 느껴졌던 원하청 공동투쟁이 상당히 진전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런 전진은 노동자들의 의식적 실천 결과라기보다 불황과 자본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투쟁을 평가해보면, 조선업에서 일어난 자본주의 공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중 자본의 공격은 공황기 자본의 전형적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싸움 역시 부지불식간에 자본에 맞서 원하청 공동투쟁을 향해가고 반자본주의 투쟁의 단초까지 보일 정도로 전진 해온 것이다.

이제는 이런 단계를 넘어 지금까지의 투쟁을 보다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그 평가 아래 투쟁의 과제와 방향을 의식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원하청 공동투쟁이란 방향은 이미 분명한 목표가 되고 있는 만큼, 원하청 노동자들이 투쟁에 반자본주의 투쟁을 접목시켜가야 한다. 더욱이 반자본주의 투쟁은 원하청 공동투쟁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원하청 공동투쟁이 성공하려면, 단지 눈앞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술 정도로 인식하지 않고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을 높은 수준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하며 ‘공장위원회’와 같이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체가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자본의 공격에 대항하며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투쟁, 조합주의의 협소한 틀에 갇힌 투쟁이 아니라 자본이란 공동의 적 앞에 노동자는 하나란 의식을 노동자들 사이에서 발전시키고 보다 목적의식적인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이 왜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야 하는지, 왜 노동자를 분열시키는지 등에 대해 노동자들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반자본주의는 바로 그 답을 제시한다.

[사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페이스북 페이지]

반자본주의 투쟁을 위한 걸음을 내딛자

당장 조선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진했지만 그것이 어떤 명확한 반자본주의 의식, 계급의식을 가지고 전개되었다기보다 현중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생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청, 하청 막론하고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란 말 자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반자본주의 투쟁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들이 다양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우선 조선노동자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과 이해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선전활동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듯이 지금까지의 투쟁을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표현하는 과정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현장에서 반자본주의 투쟁을 생존권 투쟁과 의식적으로 결합시키는 활동가들이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선노동자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현재의 생존권 투쟁이 자생적 성격에서 보다 의식적인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발전해갈 때, 자본가에 맞선 급진적 대안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자본가들의 사적 소유에 맞서 노동자들은 조선소의 국유화를 외치고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의식 성장과 투쟁 급진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 국유화 요구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형식상 국유화된 공기업이라 볼 수 있었지만, 사기업과 다름없이 운영된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 내 상층 관료들의 축재 수단으로 전락했다.

조선노동자 생존권 투쟁이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되고 원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돌파구,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노동자들 속에서 많은 새로운 실천과 지혜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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