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노동자가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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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에 이미 알려졌듯이 서울시장은 7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하였다. 서울교통공사(1~8호선)는 이중 1,147명(현재, 노사협의중인 인원은 1,455명) 정도가 해당하는데 이는 문재인정부가 지난 5월,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공항공사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화를 약속하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사실상 ‘자회사 설립을 통한 자회사의 정규직화’, ‘기간 계약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화’를 정규직화라고 기만하는 것에 달리, 서울시의 정책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복지후생이나 임금체계에 있어 차별받는 ‘중규직’으로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고용차별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에 다른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10월 19일 서울지하철노조 전체간부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집행회의’는 정규직전환대상자들을 7급으로 직급승진시키는 것을 유예하는 결정을 하였다. 서울교통공사의 사규에 규정된 직급체계는 1-7급 체계이다. 반면 10월 24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업무직 협의체)은 서울교통공사의 한시적 8급 적용, 승진유예기간 삽입 등 차별에 대해 “조건없는 정규직 전환약속을 지켜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발표 후 4개월 동안 이 문제에 관해 단 3차례의 노사협의만 있었다. 서울시는 예산과 관련되어 있는 직급체계나 임금체계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서울교통공사 노사에게만 맡겨놓고 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노동조합은 관련 노사협의를 비공개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온전한 정규직화에 관한 논의는커녕 정규직화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노사간, 노·노·노간(서울교통공사에는 3개의 노조가 있음), 조합원간 갈등이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23일에는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중간보고회 및 공청회”가 있었는데, 공청회장에서도 젊은 신규 정규직 조합원 일부와 기존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 그리고 선배 정규직 조합원들간의 불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필자는 이 날 개최된 공청회를 참관한 후 필자가 속한 서울지하철노조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 참관기를 게재했다. 이 글은 다행히도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읽어 주었다. 아래의 글은 ‘열린 게시판’에 올린 글을 기사 형식에 맞게 다시 다듬은 것이다.

§

10월 23일, 19시에 서울교통공사 답십리 교육원 대강당에서는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중간보고회 및 공청회”가 있었다. 우선 지하철노동조합의 정규직화 관련 노사협의 내용 중간보고가 먼저 진행되었고, 관련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무기 계약직 분들과 집행부의 입장을 총괄하는 위원장과의 의견교환이 이어졌다. 그 후 정규직 조합원들 일부도 나름의 의견과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신규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 분이 반복해서 발언권을 얻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마무리로 위원장의 정규직화에 관련한 노사, 그리고 노·노·노 협의 경로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진단과 향후 마무리 수위를 밝히면서 정리되었다. 집행부의 입장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는 반드시 실현하며 대상자의 경력은 호봉에 반영될 수 있게 하며 직급은 예산편성 상 한시적으로 유예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산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사업은 서울시로부터의 지침이자 ‘하달’의 성격이 분명하긴 하지만, 그것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면 지하철노조 내에서 수년간 진행되었던 비정규직 철폐투쟁,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고와 같은 동종업종 내에서 차별받고 배제되고 희생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분노, 그리고 1주기가 되어가는 촛불항쟁의 정신 등이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공청회를 지켜본 조합원으로서 집행부에 한 두 마디의 제언을 보태고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조합원에게도 개인적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 공청회에서 집행부의 대표는 시기적 한계, 노사관계라는 상대, 노·노·노 관계라는 복잡한 현실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다양한 층위의 의견들을 전부 반영하여 합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노동조합 부위원장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쟁의대상이 안된다”라며 관련 건에 대한 노조집행부 운신의 폭이 제한되어 있음을 선언해 주었다.

위원장 말대로 “옳은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인데 실천을 시작함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들이 산재해 있음은 그 어떤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옳은 소리” 해야 하지 않겠나? 노사 자리에서 노·노·노 자리에서, 그리고 반대 목소리에 맞서서.

공청회 진행 중에 어느 조합원의 입에서 ‘숙의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은 비정규직의 철폐, 차별철폐라는 노동자들의 요구 앞에서 ‘차별을 용인하자’는 내용을 절차적 유사 민주주의를 빌려 표현한 게 아닐까? 예를 들어 신고리 원전 공사재개를 결정한 471명의 공론화위원회의 결정도 실제로는 문재인정권의 핵발전소 축소 공약을 물 타기 하는 약속 불이행의 ‘범퍼’(완충기)에 다름 아니다. 단 1%의 실수로도 350만 명의 목숨이 날아가는 발전소가 20여기가 운집하고 있는 곳이 한국의 남단이다. 이런 사안을 결정하는 데 정권의 권한을 책임있게 행사하지 않고 민주주의 의사결정방식의 가장 비루한 수단인 ‘다수결’에 넘긴 것이다. 이런 행태는 성숙한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신규 조합원의 정규직화에 대한 여론조사(재투표?)요구에 위원장은 시기상 촉박하여 재투표는 힘들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에 대해 위원장이라면 ‘재여론조사’라는 절차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정규직화는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표했어야 했다.

이제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공청회 자리에서 어느 신규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이렇게 말했다. “노량진, 신림동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정규직화’이며 본인도 그러한 ‘기회비용’을 들이고 입사했는데. 그런 과정 없이 업무직이 정규직화되는 상황은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게 기존 공채에게는 실제적인 손해다.” 이에 앞서 “신규 정규직들은 업무직을 정규직화하면 무슨 손해라도 보는거냐?”는 한 조합원의 질의가 있었다.

‘기회비용’이라는 용어를 내가 접했던 때는 예전 총리를 역임했던 조순교수가 쓴 ‘경제학 원론’이라는 책에서였다.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은 우리들이 쉽게 이해하자면 ‘이자’다. 뭉칫돈을 장롱에 묻어 놓으면 뭉칫돈 그대로지만 은행이나 주식에 넣고 회전을 시키면 ‘새끼’를 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이자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제공하여 창출한 잉여가치의 일부이다. 노동력이 결합되지 않은 시설과 건물이 스스로 자본가들에게 돈을 뱉어내는 일이 가능한가? 이렇듯 기회비용이란 건 허상과 같다.

하여튼 신림동서 돈과 청춘을 희생하였는데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했다면 그는 이자는 커녕 종잣돈까지 날린 경우이다. 그런 케이스가 7할이 넘으며 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의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고용은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용시장을 ‘기회의 평등’으로 회칠하는 자들의 언설은 불평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이 시대를 주도하는 자들의 이념 공세와 같다.

신림동에서 노량진에서 취업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기 위해 젊은이들이 고생하는 그 시간에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스크린도어와 진입하는 열차 사이에서 압사당하는 노동자 현실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결코 특수하지 않은 일반적인 풍속도이다. 이러한 풍경은 현재의 경제체제가 만들어 냈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중규직은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제도가 아니고 자본과 정권의 카르텔 속에서 그들의 첨예한 이해와 공고한 지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예비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자본이 요구하는 정형화된 틀을 그들에게 강제하며, 차별과 배제를 지배기제로 사용하고, 그리고 우승열패의 신화를 사람들에게 강요하여 저항의 단초를 미리부터 제거하는 자본주의 경쟁교육이 그들의 지배를 공고화하는 ‘수단’이다. 왜? 이윤을 위해서!

90년을 전후로 세계는 정부재정도 축소하고 기업의 노동자를 잘라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전환했다. 저항하는 노조는 그나마 일자리를 유지했고 그렇지 못한 노조는 인력구조조정에 동의하여 금전 몇 푼이라는 반대급부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그 후과는 공히 노동자간 경쟁체계 속으로 질식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지하철노조는 전자의 경우라고 본다. (물론 최근 임금피크제 수용과 1, 2기 지하철 통합과정에서 1,029명의 인원 조정에 동의한 허물을 덮는다면 말이다.) 젊은 신입 직원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되고 나의 일자리 또한 비교적 안정적인 것은 이런 이유라고 본다.

또 하나, 현재의 무기계약직(일반 업무직, 안전 업무직, 특수직 등)을 정규직화하면 취업시장의 예비취업자들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록 언 발에 오줌 누기겠지만 산업예비군(예비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난다. 무기계약직 일자리에 정규직이 채용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는 없다.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무기계약직은 바로 정규직화되는 것이다.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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