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정규직 전환 논란: 자본에 봉사하는 ‘공정성’ 이데올로기를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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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향신문]

작년 서울교통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이 일어났다. 2017년 정규직화 최종 노·노·사 합의(서울교통공사는 복수노조 상황이다)를 앞둔 시점에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2017년 10월 23일 서울교통공사 답십리 교육원 대강당)에서 갈등이 불거진 바있고, 정규직화 전환 이후인 올해 2월에는 기존 정규직 직원 가운데 일부가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서울교통공사 정관개정안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3월에는 서울행정법원에 개정안의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던 차에 올 10월에 이르러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회의, 국정조사 요구로까지 번졌다.

국회로까지 간 정규직화 갈등, 어떤 게 사실인가

국회로까지 번진 서울교통공사 정규직화 갈등을 둘러싼 오보, 그리고 추측성 기사를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10월 18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가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되고, 이번에는 정규직이 됐다”고 폭로했다. 그 후 이를 받아 적은 『조선일보』가 19일자 3면에 “전 노조위원장 아들도 정규직”이라는 부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허위로 작성된 ‘오보’로 드러났다. 오보로 드러난 후 이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가 ‘전 노조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오보의 당사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절차를 거쳐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당일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때까지 3일간에 쏟아져 나온 서울교통공사 정규직화 관련 기사는 무려 400여 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기사들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위의 사례와 같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버젓이 사실로 각색한 것도 있었다.

「“계약직 곧 정규직 된다”는 소문 때 직원가족 65명 대거 입사」라는 10월 16일자 『중앙일보』의 기사는 2017년 이전 입사한 무기계약직들에게까지 ‘기획 입사자’라는 딱지까지 붙여댄 왜곡보도였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는 청년이 사망한 이후, “비정규직이라서 죽었다”라는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그 여파로 안전업무의 직영(무기계약직)화가 시작되었다. 다음 해인 2017년 문제인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규직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서울시는 고용대책 2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 산하 사업장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사업을 진행하였다.

당시 서울시 산하 사업장 정규직화와 관련된 『뉴시스』의 기사((2017. 7. 17.)를 보면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등 11개 투자·출연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보도하면서 “고용은 안정돼있지만 정규직과는 차별되는 임금체계와 승진, 각종 복리후생 등을 적용받아 일명 ‘중규직’으로 불렸던 무기계약직을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보고 차별 해소에 나서는 것”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을 소개했다.

그 이전까지 서울시는 청소, 경비 등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서울시 본청 및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9,0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언론에 선전했지만 이른바 ‘직영(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규직화 정책의 추진과 맞물리면서, ‘무기계약직은 중규직’이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일치하는 서울시의 주장이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실체는 자회사로의 정규직화)와 변별되는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는 행보를 보여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계약직 곧 정규직화된다”는 소문에 따른 “기획입사”설은 정황 상 ‘취재원’과 ‘자유한국당’에 의해 자가발전한 억측을 보수언론이 그대로 받아 옮긴 것으로 보인다.

③ 또 다른 오보가 있다. 이 역시 『조선일보』의 기사인데, 「‘고용세습’ 서울교통공사노조,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라는 제목과 함께 노동조합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노사교섭장으로 뛰어드는 자극적인 영상을 첨부한 기사를 10월 17일 보도했다.

이 또한 명백한 오보로 판명되었다. 이것은 10월 17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승무본부의 성명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12월 31일 자정이 넘어서 진행되던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 본협의 도중 두 명의 노측 대표위원들의 일방적인 협약체결에 항의하는 노측교섭위원 안○○ 지부장을 사측 노무관리자가 완력으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이를 항의하고 제지하는 중에 나온 행동”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사측 노무관리자가 노측위원에게 완력을 쓰는 장면이 노측위원이 사측위원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둔갑된 것으로, ‘칼 들고 쫓아가는 범인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왜곡보도라고 할 수 있다.

④ 일부 직원(임 모, 정 모씨를 지목)이 “자격증도 없고 정당한 채용절차도 거지지 않았다”는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의 국회정론관 17일 브리핑 내용에 대해서는 10월 18일 『민중의소리』에 해명성 인터뷰가 실렸다. 이 인터뷰에서 당사자가 산업기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입사 전 전기관련 업무경력이 있으며, 2016년 9월 1일에 일반경쟁 채용 형태로 입사했음을 밝히고 있다.

「교통공사 고용세습 때 통진당 출신 폭력 개입」이라는 제호의 10월 7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일부 노조원이 통합진보당 출신의 정치권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기획입사’를 한 뒤 서울교통공사에 민주노총 지부를 추가 설립하고 이후 폭력 행위를 주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위의 『민중의소리』 인터뷰 기사에서 폭력행위의 당사자로 지목된 조합원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과정에 대한 항의표시를 하기 위해 텐트를 치려다 발생한 일로 사측이 관련자들을 고소했는데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료된 상태인데 폭력행위자로 몰다니 어이없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던 사람은 취직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인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치적인 의견을 이유로 차별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이유로 고용 상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를 언급했다.

⑥ 언론이 쏟아내는 오보와 추측성 기사는 무수하지만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해고노동자의 복직 사례까지 악용되고 있다. 10월 19일자 「[단독] 박원순 도운 해고자, 교통공사 대거복직」이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서울시 내부 관계자’란 정보원을 등장시켜 “당시 복직자 중에는 노조활동이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 인물도 있었으나 회사로 쉽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또한 오보이다.

당시 국가보안법 재판에 관계된 해고자의 해고사유는 애초 ‘조합활동’이었다.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될 무렵 여타의 해고자들이 공사에 복직을 하였는데, 당사자는 재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후 다른 해고자들보다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뒤늦게 복직하였다.

물론 이 사안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노사합의의 일주체였던 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불온한 사상범’이라 낙인 찍어 공사 내에서 나아가 사회적으로 배제하자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분단과 군사독재체제가 남긴 구시대적 사고와 유물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 ‘고용세습’, ‘신 고용세습’, ‘기획입사’, ‘청년일자리 도둑질’, ‘일자리 약탈’, ‘친노동 신적폐’ 등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기사들이 며칠 사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절차·과정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면서 자한당과 보수언론사와 적극적인 친교 활동을 한 서울교통공사 내의 ‘취재원’이 그 한 부류고, ‘국토정보공사’, ‘공항공사 자회사’ 등으로 전장을 넓혀가면서 정치적인 경쟁상대와의 ‘일전’에서 승리하려는 나름의 의도를 가진 자유한국당이 또 다른 부류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어떤 과정이 있었나?

이 모든 소란 속에서는 생략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또렷한 “공기업의 선진화”, “공기업의 창의혁신”의 미명하에 수행되었던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기억이다.

1997년 한국경제는 과잉생산 공황을 맞았고 그 여파로 자본은 생산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부터 공기업에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강제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을 지나 ‘좌파 신자유주의’ 정권이라 불린 노무현 정권까지 이어졌다. 2008년 전후, 이명박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 하에서 지방공기업의 안전·일반필수 업무의 외주용역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한 노동조합과의 마찰은 극에 달했으나 정권과 지방정부, 공기업 사용자들은 이를 폭력적으로 관철시켰다. 지하철 사업장도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8년 당시 광범위한 노동조합 파괴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여 얼마 전에 실형이 선고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심종두라는 인물까지 개입해있었고, 노사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지하철공사(지하철공사는 2017년 5월 31일 도시철도공사와 합병하여 서울교통공사가 됐다) 본사 건물에 전투경찰 중대가 투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사업장 내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그 후 비정규직 동지들은 정규직화 투쟁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크린도어 수리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계기로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년 11월 16일 서울교통공사 군자기지 차량사업소 소속으로 검수지원업무를 하던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화 논쟁에 심적인 압박감과 답답함을 주변에 호소”하다가 자택에서 숨진 일도 있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는 이와 같이 비용을 절감하고 공기업의 역할을 방기하는 자본에 대한 투쟁, 그리고 생활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죽음이 이어진 결과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계급의 공정성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는 ‘자리의 정규직화’ 궤변

금속 제조업 사업장의 불법파견 시정사례에서 우리가 빈번하게 접했듯이 동일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거나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게 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정규직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아예 무기계약직을 해고하고 새로운 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채우자는 주장을 대놓고 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른바 ‘자리의 정규직화’라는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현행법상으로 문제가 없어도 “정규직화를 하지말자”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리의 정규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본심은 ‘무기계약직의 계약해지’, 즉 정리해고를 한 이후 새로 정규직을 심자는 것이다. 이는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생존할 권리를 기존의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태도이다. 이 부분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아직도 정규직화를 무조건 거부하고 ‘승자독식’이라는 지배계급의 의식이 현장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이후 20년이 넘게 지배계급은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 생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여 왔다. 그 사이 청년들은 정규 교육에서 만들어진 의식 프레임에 갇힌 채 극히 협소하고 제한된 몫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거기에서 탈락한 이들의 불행한 처지를 극히 당연시하고, 이 부조리의 원천에 대한 분석과 지금과는 다른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공정 경쟁’을 이야기하고 ‘일자리 약탈’이라는 자극적인 레토릭을 토해내며 제 멋대로 활개를 치고 있는 자들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악화와 일자리 축소를 동의하는 부류이다. 그들은 자본가들의 우호세력들이다. (“공정성”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에 대해서는 「물신성이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환상: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참고하기 바람.) 비좁은 고용시장에서 지옥 같은 경쟁을 해야 하는 같은 처지의 노동자끼리,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생존을 위해서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노동자끼리 그만 대립하고, 노동자 사이의 대립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적과 적대하자.

2 댓글

  1. 파시즘의 언어와 너무 똑같은 레토릭이근요. ‘우리 내부의 싸움은 당장 그만두고, 바깥의 진정한 위협에 맞서 일치 단결하자.’ 사회주의 이론가라는 사람들이 청년 노동자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핀트도 못 잡고 80년대 언어로 꼰대질이나 하고 있으니 한국에서 사회주의가 사라질 날도 멀진 않은 것 같습니다.

    • 이런 사람들은 아마 평창 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건에서 왜 세대별로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는지, 그냥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지한 고찰은 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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