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국유화로 일자리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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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고용을 지키겠다는 자본가들의 말잔치

지난 11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후, 자본가들은 인수, 합병을 하더라도 고용을 지킬 것이라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11월 16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안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의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절실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고용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11월 18일 대한항공 회장인 조원태는 전경련 회관에서 통합 이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조정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양사 규모로 생각했을 때 노선, 인원 등 중복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중복 인원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노선도 확대하고 사업도 확대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더라도 고용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표현이 조금 바뀌었으나 12월 2일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계속되었다. 노동자들이 유독 관심있게 지켜본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것이었는데, 우기홍 사장은 “노조와 언제쯤 만날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확약도 돼있고, 책임 있는 분들이 말한 부분이다. 노조도 믿어줄 것이라 믿는다.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노조와는 지금 대화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과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어떻게 소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지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인적 구조조정 없이 어떻게 통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직원을 합치면 약 2만8,000명이다. 이 가운데 95%가 직접 고용 인력이다. 통합이 돼도 공급을 줄일 예정이 없어서 직접 고용한 인력 수요가 그대로 필요하다. 정년퇴직 및 자발적인 사직에 따른 자연 감소 인원은 1,000명으로 예상한다. 복수 인력은 전체 인력에 비해 크지 않다. 필요할 경우 인력 수요가 많은 부서로 인원을 이동하는 등 충분하게 흡수가 가능하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말은 허구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고용을 유지할 것이라고 명확히 말해도 될 것을, 자본가들은 굳이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 표현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경영이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영이 어려워 정리해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인위적 구조조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말은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를 기만하는 표현일 뿐인 것이다. 필자가 한국지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당시, 한국지엠자본은 항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일은 그런 말과 무관하게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표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 항공산업 전반의 몰락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한 판단 이면에는 코로나19가 조만간 종식되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항공산업의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하지만 현재 어느 누구도 조기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조만간 항공산업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해당되지 않는 경영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다시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자본가들의 립서비스를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대한항공이 진짜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겠다고 하면, 당사자인 노동자, 노동조합과 서면으로 충분히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자본은 “노조도 믿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믿어달라고만 하고 있다. 계약서상에도 있다고 하는데 계약서 자체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서면으로 고용유지를 약속하라고 요구를 하고 있지만, 산업은행도 대한항공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자본가들의 행태 또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편 우기홍 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내 직원이 28,000명이라고 하면서 직접고용인력 95%는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휴직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덧붙였다. 결국 우기홍 사장이 말하는 것은 대한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동안 지원조건인 95%의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동안 95% 인력은 휴직을 포함해 유지하는 척 하고, 직접고용 인력이 아닌 나머지 5% 즉 1,400명에 대해서는 해고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시아나항공만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항공 계열사도 같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포함되어 있으며, 하청계열사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보았을 때 28,000명에 대한 고용유지가 설사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에만 국한되는 것이다. 나머지 저비용항공사, 하청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위 표를 보면 저비용항공사, 하청사 등을 포함한 전체 인원은 42,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우기홍 사장은 콕 집어 28,000명에 대해서만 고용을 유지할 것처럼 얘기했는데, 이것은 달리 말해 나머지 14,000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립서비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휴업을 지속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95%의 인원을 유지한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뿐이며, 경영상황이 어려운 경우 언제라도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는 발언인 것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립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는, 대한항공 자본가들이 한 푼의 돈도 들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혈세를 통해 아시아나를 인수했다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만약 대한항공이 자기 돈을 들여 아시아나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반문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아야 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부실회사가 더 큰 부실회사를 떠맡는 형국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뿐만 아니라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항공산업의 위기가 있어왔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바람대로 항공산업 정상화의 길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대한항공 사장의 립서비스만을 믿고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대한항공으로 인수를 통해 본능적으로 중복업무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상하고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등 저비용항공사 노동자들, 지상조업 일을 전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투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항공산업 국유화로 일자리를 지켜내자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조원태가 직접 노동자들에게 서면으로 고용안정을 확약하라고 요구하며 투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미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정당한 요구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통해 살리고 있는 항공산업을 또다시 일개 자본가에게 넘긴다면, 언제라도 구조조정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제는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국유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한진재벌에게 넘겨주느니, 국유화를 해서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유화를 한사코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산업은행장을 맡고 있는 이동걸이다. 그는 정치권 등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결정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일자,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할 수밖에 없다”며, 국유화가 되면 큰일이 날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자, 세계 곳곳에서 이미 국유화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너무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항공사 노동자들 주변에 있는 한국항공공사, 인천항공공사도 넓은 의미로 보면 국유화된 기업이다.

이미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항공산업을 이제 국유화하자고 주장하자.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주장하자. 항공산업을 국유화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지켜내자. 노동자의 생존권을 일개 자본가의 처분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자. 이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공적자금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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