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악 시도: 국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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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 11월 28일 민주노총은 긴급결의대회를 열고 국회의 노동법 개악 시도를 규탄했다.]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노동법 개악안이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잠정 중단되었다. 민주노총은 당일 오후 급하게 조합원을 집결시켜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법 개악 시도를 규탄했다.

중단된 개정안은 ▲1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시행유예, ▲휴일근로 가산수당 현행 유지, ▲노동시간 특례업종 현행유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환노위 간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지급을 제한하여 노사 양측의 이해를 충족시키려 했다고 한다.

52시간? 68시간? 교묘한 말장난

언론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1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행 법대로라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52시간이 되어야 한다. 즉 이미 10년도 전에 정해진 근로기준법 상의 1주 근로시간 상한이 지금껏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말하는 68시간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1주 68시간 근로시간은, 그간 정권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와 별도의 노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휴일 이틀간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노동을 허용한 행정해석을 고집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되면 근로기준법에 나오는 1주는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말이 된다. 이 경우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으로써 연장근로 규정 자체가 무력해지는데, 이는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잘못된 행정해석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행정해석은 휴일수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 법상 휴일노동은 그 자체로 휴일 가산수당을 받아야 하며, 여기에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을 초과해 휴일노동을 한 것이라면 연장근로로도 합산 처리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앞선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지 않기 때문에 연장근로 수당은 주지 않고 휴일근로 수당만을 지급하고 있다.

이미 이 문제를 두고 몇 차례의 재판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남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낸 소송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소송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50%의 가산수당을 규정한 취지와 1주가 7일임을 고려해 중복가산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고 다수의 판례가 그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1월 21일 대법원은 내년 1월 18일에  “노동자가 휴일에 일했을 때 휴일근로수당에 더해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해야하는 지”에 대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권은 1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전면시행 등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책임있는 공약수행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 정권은 자신들이 내건 공약 이행은 고사하고 장시간 노동과 임금삭감을 야기하는 기존의 행정해석조차 폐기하지 않은 채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위 여야 간사단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도 아닌 기존 법규 준수에 불과한 것에 대해, 지금껏 자행되어온 자본의 편법을 묵인하고 오히려 정당화해주는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다.

장시간 노동과 위기의 노동자들

한국이 장시간 노동을 두고 세계 수위권을 다투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평균 노동시간이 1주 50시간 이상인 노동자의 비율이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연장근로를 초과한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 적용 대상인 운수종사자, 집배원들의 경우 이로 인해 목숨마저 잃는 경우 또한 적지 않고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보도에 따르면 특례업종의 과로사 사망률은 다른 업종보다 3배 가량 높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특례업종 노동자의 과로사는 487건으로 매달 3.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버스 대형사고를 살펴보면 그 중 20% 이상이 졸음운전이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이 졸음운전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전체 버스사업장을 보면 “17~18시간 근무하고, 적게는 2~3시간 많게는 4~5시간 새우잠을 자고 또 일하는 구조”라고 한다. 또한 지난 5월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버스사업장의 1주 평균근무시간은 61시간 32분, 한 달 평균 근무시간은 260시간 12분으로, 연간으로 분석할 경우 평균 노동시간보다 900시간이나 많다. 올초 4시간 운전에 30분 휴게 같은 대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근로시간 특례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노동시간 특례로 인해 노동자가 큰 피해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큰 인명피해를 낳는 버스 대형사고 등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국회는 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시간 특례업종 현행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정권이 바꿔도 바뀌지 않는 사실, 국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일단 28일 국회 환노위에서 법안이 저지된 것과 별개로 이번 노동법 개악시도는 작지만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준다. 노동법의 변화는 치열한 계급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점, 자본의 이해가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노동법 개정에서 주 고려사항이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실 국회에서 지금 논의된 수준의 사안들은 노동시간 특례업종 부분 개정 말고는 기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동안 법을 무력화시키는 행정해석으로 자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던 상황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자, 국회는 법을 바꿔 자본에게 그동안의 이익을 그대로 보존해주거나, 혹은 손해를 최소화시켜주려 하고 있다. 이는 그간의 노동법 개악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한편, 집권 이후 내내 이벤트 정치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의 행보는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노동시간 단축은 문재인이 대선기간부터 꾸준히 주장해온 핵심 공약이었다. 예컨대 지난 1월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노동자들이 “연차유급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집권 후에는 자신이 모범적으로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을 무력화시키는 행정해석도 폐기하지 않고 그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면서 노동시간 단축이란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겉으로는 노동자를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몸은 자본가들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번 노동법 개악시도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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