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의 구조조정, 노동자 투쟁과 국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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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난 추석 직전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이하 ‘정규직 노조’로 칭한다)는 3일간 8시간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정규직 노조는 사측에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한 일괄제시안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끝내 교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측은 교섭거부에 대한 부담을 느꼈던 탓인지 추석이 끝난 후인 9월 19일에 교섭을 요청했고 제시안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전과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가 계속 적자이기 때문에 임금인상, 성과급지급은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축소된 복지혜택의 원상복귀도, 2022년 이후 발전전망에 대한 부분도 확답이 없었다.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정규직 노조는 9월 23일 이후 파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파업태세에 돌입하였다.

한국지엠 사측은 올해 초 법인분리를 통해 만든 신설법인(GMTCK,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들에도 기존 단체협약을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하고, 팀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장 밖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평2공장 2교대 전환에 맞춰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면 단식을 이어왔고, 고공농성 역시 한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세계 여러 나라에 공장을 두고 있는 지엠은 곳곳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물량감소를 이유로 태국 라용공장에서는 327명의 노동자를 감축하겠다고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를 축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하려고 하여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하다. 특히 5만여 명의 미국 지엠 노동자들은 12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미국 지엠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2008년 미국경제공황 이후 10여 년 동안 양보교섭을 벌여왔고 이에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의 처지는 나빠졌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지엠 해외영업부문(GMIO)의 줄리앙 사장은 노동조합 파업이 지속되면 부평2공장에 배정된 트랙스 물량을 다른 나라 공장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을 했다. 이러한 협박은 지엠에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엠은 품질레벨을 달성하지 못하면, 인원을 축소하여 편성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다는 협박을 해왔다. 이처럼 지엠은 일자리를 무기로 활용하며, 전 세계 공장의 노동자를 서로 경쟁시키고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노동자들이 초국적 자본인 지엠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 지엠 노동자들과 단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국제제조산별 차원에 ‘지엠 글로벌 네트워크 회의’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정보 공유 차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국제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연대를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엠의 구조조정 상황,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노동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지엠에서 진행되어 온 구조조정

① 대우자동차 헐값 인수와 비정규직의 대규모 사용

지엠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한국 IMF사태의 영향으로 2000년 대우자동차는 부도를 당한다. 이 과정에서 1,750명 규모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었다. 김대중 정권은 대우자동차 부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부평, 창원, 군산, 보령 등에 공장이 있었던 대우자동차를 5,000억 원이라는 헐값으로 지엠에 매각하였다. 지엠은 헐값으로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지엠대우를 설립하였고, 한국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혜택과 공장부지 무상 임대 등 지원을 받았다.

지엠은 대우자동차 부도 이후 축소되었던 생산을 2교대로 전환하면서 1,750명의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키기도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2,500명 넘게 대규모로 고용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임금으로 일했고, 정규직 대비 노동강도도 거의 2배에 가까웠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2007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등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자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지엠은 노무관리팀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식당에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가입 선전을 하자 현수막을 빼앗고 주먹을 휘두르는 노무관리팀 때문에 고막이 터지고 눈이 다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있는 하청업체를 폐업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해고하였다.

② 2009년 지엠의 파산과 한국지엠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지엠은 2009년 6월 파산했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지엠을 ‘뉴 지엠’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일어났다. 지엠은 지엠대우 부평공장에서 북미지역 수출용 차량을 상당부분 생산했다. 미국에서 경제공황이 발생하자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부평공장에서는 대규모 생산축소가 발생했다. 지엠대우는 과잉인력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고,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 결과 부평공장에서 일해 왔던 1,5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한편 지엠은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당시 쉐보레 브랜드의 70% 이상을 생산했던 군산공장의 생산능력에 힘입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당시 군산공장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주말도 없이 잔업, 특근으로 지엠의 위기탈출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③ 2013년 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몰락

미국의 경제공황 여파는 유럽으로도 이어졌다. 2014년을 전후해 유럽에서 지엠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자, 지엠은 일방적으로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에 이른다. 쉐보레 브랜드 철수로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한국지엠이 감당하도록 했다. 철수 결정은 지엠이 하고, 그에 따른 손실비용은 한국지엠(지엠대우는 2013년 3월 한국지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이 떠안은 것이었다.

유럽 쉐보레 철수의 여파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유럽 쉐보레 차량의 상당수를 생산해왔던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으로 내몰렸다. 한국지엠은 노동자들에게 ‘짭다운’을 요구했고, 얼마가지 않아 1교대 전환으로 공장운영을 축소했다. 한국지엠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여러 희생을 강요하는 가운데 1교대 전환만 되면 휴업 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미끼를 던졌다. 이것은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미끼를 물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용인해버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군산공장에서는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2009년에 이어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감언이설은 오래가지 못했다. 1교대 전환이 이루어지자 생산은 당연히 축소되었고, 휴업이 여전히 반복되었으며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계속되었다.

④ 2018년 군산공장 폐쇄

2018년 2월 13일,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지엠은 속전속결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이 날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한국지엠이 사용한 비정규직은 불법이라는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을 말한다)에서 승소한 날이기도 하다. 언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승소 소식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지엠이 발표한 군산공장 폐쇄일정은 6월이었는데, 이는 지방선거를 앞 둔 시점이었다. 군산공장 철수 발표를 시작으로 지엠 해외영업부분 사장인 베리 앵글은 제 집 드나들듯 국회, 산업은행 등을 들락거렸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국지엠을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지엠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을 계속했다.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은 지엠의 협박에 굴복하여 8,100억 지원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동시에 지엠과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임금인상 동결, 복지 축소 등 양보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금 지원도 할 수 없고 한국지엠은 부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정규직 노조는 결국 양보안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군산공장을 포함해 3,000여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떠났다. 희망퇴직을 거부했던 500여명의 군산 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내몰렸고, 군산공장에 남아있던 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숨에 해고되었다.

⑤ 계속되는 구조조정

군산공장 폐쇄, 노동자들의 양보로도 지엠의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다. 전방위적 구조조정은 계속되었다. 한국지엠에 엄청난 이윤을 안겨주었던 KD공장은 2018년 연말로 폐쇄결정이 났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로 고용을 유지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8년 말을 기점으로 전원 해고되었다. 이어 부평2공장에서는 1교대 전환이 추진되었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2019년 말 2교대 생산으로 복귀한다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1교대 전환이 실행되었다. 이때에도 한국지엠은 1교대 전환으로 잉여인력이 생겼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을 또다시 해고했다.

또한 지엠은 생산부문과 연구개발부문을 분리하는 법인분리를 단행했다. 이는 한국지엠 생산공장을 하청생산기지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노동자들이 주주총회를 무산시키는 등의 투쟁을 하며 반발했지만, 지엠은 결국 2019년 1월 법인분리를 강행했다. 법인분리 후 한국지엠은 신설법인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단체협약을 무효화했을 뿐만 아니라, 폐지된 성과급제를 다시 부활시키고 팀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자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이어 정비부품물류 공장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한국 내 9개의 직영정비사업소를 5개로 축소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고, 현재는 제 시간에 정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원이 축소되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초에는 인천부품물류공장 폐쇄를 또다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7월 폐쇄하였다. 지금 한국지엠은 경차 판매 하락으로 인한 물량축소를 이유로 들며 창원공장의 1교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부평1공장, 2공장에서 편성효율을 높여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시도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노동자 투쟁과 국제연대

2017년 지엠은 호주 등지에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카허 카젬을 한국지엠 사장으로 임명했다. 예상대로 카허 카젬은 한국지엠 사장으로 들어오고 나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말로는 노동자와 더불어 회사를 발전시키자고 하지만, 지엠에서 결정된 구조조정 계획은 노동자의 어떤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엠의 구조조정 공세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엠은 세계 자동차 판매시장의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엠은 매연 없고,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이 없는 자동차를 내세우며,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카쉐어링 등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다. 지엠은 전 세계에 공장을 두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물량협박을 하며 노동자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그 양보는 어떤 경우는 인원축소로, 어떤 경우는 임금과 복지제도의 축소로, 또 어떤 경우는 비정규직의 증가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한편 각국 정부를 상대로 한 일자리 협박으로 지원금을 강탈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자본주의 하에서 자동차 생산은 너무나 무정부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과잉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간 무정부적 경쟁이 지배하는 생산구조가 지속된다면, 제 아무리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과잉생산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카쉐어링 등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생산력 발전으로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노동자 해고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자동차 생산을 통제하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것을 대안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지엠과 같은 자동차 자본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이 투쟁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세계 지엠의 노동자들이 함께 지엠에 맞선 투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들이 서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같은 날 같은 시각 파업투쟁을 벌이는 등 다양한 실천을 발 빠르게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은 기존 노동조합의 문제점들을 반성하고 극복해야 한다.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다. 특히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것을 바탕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반노동자적 행위를 저질렀다. 자본에 맞선 투쟁에서 조합원을 투쟁의 주체로 여전히 세워내지 못했다. 개개인의 고용이 안정되면 다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외면하는 태도를 바꾸어 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기존 노동조합의 문제점들을 극복해 가면서, 지엠 자본에 맞선 국제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지엠 노동자들 투쟁은 미국, 태국, 브라질 등 다른 나라 지엠 노동자들의 투쟁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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