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연대 일인시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한다!”

0
237
[사진: 사회주의자]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뜨거운 햇살과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 회원들은 지난 8월 12일부터 평일 점심시간마다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해 왔다. 이들이 이 곳에서 피켓을 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한 공안세력의 탄압

해방연대는 인간다운 삶의 확보와 야만으로부터의 해방은 자본주의의 극복,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취지로 2005년 6월에 발족한 정치조직이다. 처음에는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으로 활동해 오다가 2008년 2월 탈당하였으며, 그 뒤로 반자본주의 투쟁, 사회주의노동운동 강화 및 발전, 사회주의정당의 건설을 목표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명박 정권 시기인 2012년 5월 22일, 공안세력은 해방연대 회원 4명(성두현, 이태하, 최재풍, 김광수)을 국가보안법상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이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자신의 지향과 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활동해온 단체를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라 규정하여 그 회원들을 체포한 것이었다. 이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자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이었다. 당시 해방연대는 결성 7년차를 맞이하고 있었고, 회원 4명이 체포된 날은 공소시효(7년)를 20일 앞둔 시점이었다. 즉, 공안세력은 자본주의의 모순이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려는 운동을 억누르기 위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무리한 긴급체포를 자행한 것이었다.

검찰 기소 내용의 요지는 해방연대가 폭력혁명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연대는 이미 “사회주의로 가는 우리의 길”이라는 문서를 통해, 대중투쟁을 통해 주체적 역량을 확대 및 강화시키고 선거로 집권한다는 정치노선을 밝힌 바 있었다. 따라서 해방연대가 폭력혁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 근거가 없는 무리한 것이었다. 그렇게 무리한 체포와 수사였기에,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2012년 6월 7일 검찰에 의해 회원 4명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졌으며, 1심 재판이 시작되었다. 해방연대 회원들은 지금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넘어 사회주의를 해야 할 시기라는 것과, 이런 시기에 국가보안법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탄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문제제기하는 방식으로 재판에 임하였다. 그 와중에도 공안세력은 해방연대에 대한 탄압을 계속 시도하였는데, 2013년 1월에는 회원 3인에 대해 추가 소환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당 회원의 직장에 직접 찾아가 피의사실을 회사에 유출하기까지 하였다.

2013년 9월 12일, 1심에서 해방연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했으나, 2015년 1월 22일 2심에서도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항소심 무죄판결 직후 대법원에 상고를 했는데, 그 후 4년이 지나도록 대법원 판결은 감감 무소식인 상태다. 따라서 2019년 4월 17일에는 피고인 4명이 신속한 심리 진행 및 종결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발송하였으나, 여전히 대법원에서는 어떠한 심리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방연대 회원들은 8월 12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전개하게 되었다.

[사진: 사회주의자]

4년째 감감 무소식인 대법원, 조속한 판결을 촉구한다

해방연대 회원들이 대법원 앞 일인시위를 통해 주장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4년째 선고는커녕 심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대법원에 대해 해방연대 국가보안법 탄압사건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2008년 대공황 이후로 자본주의는 민중의 삶을 계속 악화시켜 왔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문제임을 주장하고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가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을 비롯한 공안기관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 시대착오적 탄압을 함으로써, 그리고 대법원은 1, 2심 무죄가 나온 해방연대 사건에 대해 4년째 판결을 지연함으로써, 사회주의 활동이 가장 절실한 지금 그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해방연대가 대법원에서도 무죄판결을 받게 될 경우, 이는 단순히 사건의 종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로 사회주의를 공공연히 내건 정치조직이 무죄판결을 받는 최초의 일이 된다. 이러한 정치적 의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은 사회적 논란을 의식해 해방연대 사건에 대한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이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고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사회주의 활동이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된 지금 해방연대에 대한 무죄 판결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해방연대의 일인시위에서 구호로 내걸고 있는 또 하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이다.

국가보안법은 일제시대에 제정된 치안유지법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분단체제 하에서 수십년간 진보운동을 탄압해 온 반민주, 반인권 악법이다.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영향은 세계 각지로 퍼져, 식민지 및 피억압민족들 사이에서도 반제국주의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동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 국내에서는 민주주의 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조선에서는 민족해방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일본의 지배계급은 치안유지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흐름을 탄압하였다. 특히 치안유지법은 조선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었다. 1945년 일제의 패망과 함께 치안유지법도 폐지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한반도 남쪽의 지배자가 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하였고, 이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1948년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였다. 그 뒤로 이어진 박정희 정권 시기를 비롯하여 수십년간, 국가보안법은 많은 진보세력과 노동자민중을 탄압하는 수단이 되어 왔다. 가깝게는 2016년 공안기관이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 동지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체포하는 탄압을 자행한 일도 있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한다. 2018년부터 한반도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며 대립구도가 점차 완화되어 평화의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은 이제 그 존재의 정당성이 없어진 시대착오적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은 사회주의 운동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자본주의의 모순은 극한으로 치달아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주의 운동이 한국에서도 절실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해방연대에 대한 공안기관의 탄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이것은 언제든지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운동의 확산을 위해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성두현 동지와의 인터뷰」를 참고하기 바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자

2012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끌어온 해방연대에 대한 공안탄압 사건을 조속히 종결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시작된 대법원 정문 앞 일인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방연대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1시 10분 사이 대법원 정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 촉구,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일인시위가 3주를 넘어서면서 다양한 일들도 일어났다. 다른 곳에서 대법원 앞으로 일인시위를 하러 온 한 노동자가 국가보안법 요구가 담긴 일인시위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고, 태극기 부대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일인시위를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일인시위를 한창 하고 있는 와중에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에 대한 대법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에는 「역사의 전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철폐하자」란 제목으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태하 동지의 기고문이 실렸다.

요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 크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되어 있다. 대법원 앞 일인시위는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위한 단초를 만들고 있다. 오랜 적폐 중의 적폐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게 될 때, 해방은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