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버린 태양광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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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iemens AG]

화석연료 사용과 핵발전소 가동이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의 쓰라린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탈석유와 탈핵은 지구를 인간이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할 과제가 되었으며, 여러 방면의 정치적 및 기술적 대안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이행계획’이라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흐름에 동참하였다. 이 정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며, 현재 풍력과 태양광에너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원의 대체가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파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겉으로 봐서는 기존 에너지원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나쁜 흐름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요즘 전국 도처에서 태양광 발전소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지역만 짚어보더라도 원주, 정선, 단양, 보령, 안동, 군위 등 전국팔도 곳곳에서 주민들의 결사반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얼핏 드는 생각으로는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알려져 있어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 집 뒷산의 숲을 모조리 밀어버리고 축구장 2배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어떨까? 게다가 발전소 시설이 사회적 필요가 아닌 투기를 위해 지어지는 것이라면? 이 글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선전을 앞세워 이땅의 자연과 민중의 생활환경을 파괴하는 오늘날 태양광 발전 사업의 실상을 파헤쳐보려 한다.

투기로 얼룩진 햇빛농사

현재 전국 도처에 우후죽순 생겨난 태양광발전소는 어림잡아 2만5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90%는 100㎾ 미만 소규모 발전소이다. 소규모 발전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태양광 발전소가 개인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발표에 맞춰 신재생에너지가 장려되면서, 작년에는 강원도 한 지역에서만 태양광 발전소 사업 허가 2,409건이 떨어졌다. 이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간 도내에서 이뤄졌던 2,398건보다 더 많은 수치라고 한다. 이 수치만 살펴보더라도 태양광 발전소 투자의 열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태양광 재테크, 일명 ‘햇빛농사’는 어떻게 전국 팔도의 촌락을 휩쓸게 된 것일까?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태양광 발전량을 현재 5.7GW 규모에서 36.5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목표하는 재생에너지 총 용량 48.7GW 중 태양광 에너지가 63%나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는 목표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가능하도록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태양광 발전설비 면적 상한을 1만㎡ 이하에서 3만㎡ 이하로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를 실시하였다. 또한 협동조합 및 농민 100kW 미만, 개인사업자 30kW 미만 태양광 발전설비에 한해 발전 6사가 향후 20년간 의무적으로 전력을 구매하게끔 두어 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지방 농촌의 임야나 농지를 모두 밀어버리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상에, 아무도 찾지 않던 한적한 촌락의 땅값이 한 평당 10만원을 훌쩍 넘게 되었다. 발전 부지로 적당한 땅은 매매가가 급등하는 것도 모자라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땅은 지목이 잡종지로 변경되어 지가가 10배 이상 상승하기도 한다. 잡종지는 농지나 임야에 비해 규제가 약해 토지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손 하나 까딱 않고 할 수 있는 햇빛농사에, 부동산 재테크에, 태양광 발전사업은 투기계에 새로이 등장한 인기종목이 되었다. 개인들의 사업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태양광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고,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가 적발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물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환경을 짓밟게 된 친환경 에너지

지금의 전력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발전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아직까지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효율이 낮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대규모 부지가 요구된다. 태양광 발전소 같은 경우, 정부의 2030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넓은 토지를 사용해야 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지 내 태양광 발전소 허가면적은 2010년 30ha에서 2017년 681ha로 약 22배가 늘어났다. 반대로 따져보면 그만큼의 숲이 사라졌다는 뜻이 된다. 숲의 상실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토사유출로 인한 홍수 및 식생부족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커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숲은 매우 중요한 온실가스 감축 기능을 수행하는데, 정작 사업을 목적으로 숲을 무자비하게 밀어버리는 탓에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퇴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펼쳐진다.

정부는 난개발을 막는답시고 뒤늦게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REC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 전기를 생산하면 받게 되는 인증서이다. 500MW 규모 이상의 대형 발전사는 총 전력생산량의 일부를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하는데, 대부분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발행한 REC를 구매하는 것으로 충당한다. 결국 REC 인센티브 조정이 곧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결정하는 셈이다. 정부는 임야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서 가중치를 낮게 조정하고 해상풍력 가중치를 대폭 올려서 지금의 난개발 사태를 봉합하고자 하지만, 이조차도 시장논리로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해상풍력 또한 수중소음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교란 등 환경파괴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자연과 민중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지만, 현실에서는 역으로 재생에너지가 자연과 민중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 자체가 문제인걸까? 좀 더 높은 효율로, 환경 파괴를 덜 일으키는 에너지가 개발되면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태양광을 이용한 것이든 바람을 이용한 것이든, 이는 기술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즉, 재생에너지 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과 시장화된 재생에너지 생산방식이 지금의 실상을 낳은 것이다.

전력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입지를 선정하고 운영하는 총 과정에서 민주성과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세부적인 규제 없이 지자체별로 자체적인 규제를 도입하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적합한 땅만 소유하고 있다면 대부분 허가를 내주었다. 그러다보니 재생에너지 비율을 양적으로만 늘리려는 정부의 성과주의와 자본가의 투기 욕구가 재생에너지 개발의 가장 큰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수익성을 따져 태양광 발전소 입지를 설정하고 개발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직접 환경타당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역주민들과의 논의를 통해 입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현실적인 대책도 근본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윤 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경제적 총생산의 규모를 확대해야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는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만큼 전력 소비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에서 에너지 전환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생산규모를 감당할 만큼의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대규모의 부지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생태계와 민중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탈핵과 탈석유라는 오늘날의 과제도 에너지원의 전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전력은 민중들에 삶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이제는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력과 같이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자원은 민중의 손으로 직접 통제해야만 한다. 우리는 오히려 발전소와 같은 전력시설을 민중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민주성과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여, 오직 이윤증식을 위해 낭비되는 전력을 통제하고 민중들의 사회적 필요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전력 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독신으로 살며 생활비와 학자금 부채에 허덕이며 생계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청년이다. 수도권에서 종종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읽기 모임을 진행하며 사회주의 인간해방을 꿈꾸는 중이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잡지 편집 및 표지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2 댓글

  1. “태양광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고,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가 적발된 사례까지 발생” 이 부분의 구체적인 사례가 글에 링크로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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