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국면”의 한국경제와 자본 곳간 지키기에 나선 문재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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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획재정부]

자본주의와 공황

1826년, 자본주의에 역사상 최초의 경제공황이 발생했다. 그 뒤 대략 10년 정도의 주기로 발생하는 공황은 자본주의의 숙명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공황은 자본주의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본주의의 본질과 한계를 드러낸다.

우선 자본주의 경제공황은 현상적으로 ‘과잉생산’의 형태를 띠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형태이다. 즉 재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경제가 위기에 처한다. 이때 ‘과잉생산’은 절대적 의미의 과잉생산이 아니라 상대적인 의미이다. 맑스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즉 “현재의 인구에 비해 너무나 많은 생활수단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이다. 총인구의 필요를 충분히 그리고 인간답게 충족시키기에는 생산된 것이 너무나 적다.”(『자본론』(김수행 역) 3권, 309쪽) 자본주의에서 생산의 목적은 다름 아닌 자본의 이윤 획득인데, 과잉생산은 이런 목적을 충족시키기에는, 다시 말해 자본가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윤율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생산이 많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공황이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인 생산의 사회적 성격 발전과 자본주의적 전유 형태 사이의 모순이다. 자본주의는 생산력을 고도로 발전시키지만, 이렇게 발전된 생산력의 성과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협소한 이익에 복무한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모순은 주기적인 공황으로 격렬하게 폭발한다. 이런 경제공황을 통해 공황 전에 형성된 과잉생산, 과잉자본이 폭력적으로 파괴되고 이로써 자본주의는 자신의 재생산 조건을 다시 확보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공황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의 공황이 끝났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새로운 공황이 매번 발생한다. 이에 대해 맑스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물질적 생산력을 발달시키고 이 생산력에 적합한 세계시장을 창조하기 위한 역사적 수단이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또한 자기의 역사적 과업과 자기의 사회적 생산관계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자본론』 3권, 300쪽).

가장 최근 경제공황은 2008년에 일어났다. 2008년 공황은 전형적인 과잉생산 공황이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 등으로 전세계적인 과잉생산 구조가 형성되었고, 이런 과잉생산 상황은 상당한 기간 동안 가계부채의 팽창을 통해 지탱되어 왔다. 그것이 터진 게 2008년 공황이었다. 당시 공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2008년 공황을 막기 위해 미국 및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적극적인 개입을 했다. 제로 금리 정책, 양적 완화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가까스로 자본주의 자체가 붕괴하는 지경에 내몰리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2008년 공황 이후 자본주의는 새로 호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공황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경기회복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수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가령 미국의 경우 2009년 2/4분기부터 2017년 4/4분기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를 겨우 넘기는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유럽연합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를 “뉴 노멀” 혹은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고 부를 정도였다.

맑스는 경제공황을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은 이러한 내재적인 장벽들을 극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것들을 극복하는 수단들은 이 장벽들을 더욱 거대한 규모로 새로 설정할 뿐이다”(『자본론』 3권, 300쪽)라고 했다. 이 말처럼 2008년 세계대공황은 그것을 발생시킨 원인도, 그것이 자본주의에 입힌 내상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공황이 더 크게 발생할 조건을 만들었다. 새로운 재생산 조건을 확보한다는 공황의 원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반면, 양적 완화, 제로 금리 등 2008년 공황에 대응해 취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조치들이 이제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각국 자본가들은 그러한 조치를 통해 막대한 돈을 손쉽게 끌어올 수 있었고, 이렇게 10년 동안 형성한 기업부채가 새로운 공황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분석가들의 판단이다.

공황 문턱에 놓인 세계 경제

이미 이른바 ‘신흥국’이라 불리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있고, 경제 전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주류 경제분석가들 사이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새로운 경제위기를 알리는 경고음들」이란 기사에서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와 함께 전세계 부채 위기와 금리 인상 문제,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그 후 3개월 사이 파키스탄이나 터키 등 신흥국들의 위기는 더욱 확대되었다.

중국 경제도 현재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무엇보다 2008년 공황 이후 지방정부 및 기업의 부채가 급증했다. 우선 지방정부 부채는 공식 통계로 2017년 16조5천억 위안(약 2천711조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최소 20조 위안(약 3천286조 원)의 은폐된 부채가 추가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비금융 기업부채는 2017년 132조 위안(2경1692조 원)에 달했다. 이것은 GDP의 160% 정도인데, 동일하게 기업부채 급증으로 위험한 상황인 미국의 73.5%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경제상황이 어둡다보니 상하이지수는 1월 초 3,587 포인트에서 8월 9일 2794 포인트로 22% 이상 하락했고, 위안화의 가치도 계속 절하되고 있다. 올해로 만기 도래되는 채권 규모는 900조원인 상황에서, 기업의 대규모 채무불이행마저 예견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중국 경제의 전망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적 위기가 단순히 미국의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적 파국은 전세계적 공황을 유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새로운 공황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적 경제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분기 4% 경제성장을 했고, 실업률은 최저치에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라고 한다. 2분기 높은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트럼프가 시행한 감세와 재정지출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는 작년 12월, 10년 동안 총 1조5천억 달러의 세금을 깎는 감세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법인세가 35%에서 21%로 인하되고 상속세 면제가 확대되었다. 이는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대거 증대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시기부터 공약한 사회인프라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건설·부동산 부문의 팽창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효과가 오래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재정적자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그 효과도 오래가기 힘들다. 미국 기업은 감세 조치로 일정정도 이득을 보겠지만, 워낙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많아 기업 상황이 매우 취약하고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경제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이 매우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전문가 상당수가 미국의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에는 경제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59%가 2020년경 불경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침체국면”의 한국경제, 문재인 정권의 자본 곳간 지키기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각종 제조업 지수 악화, 수출 감소, 기업 투자 저조, 취약한 내수상황, 최악의 실업률 등 경제의 대부분이 활력을 잃고 침체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한국 경제가 경기순환 국면 중 어느 곳에 있는가를 두고 정부 경제부처와 친정부 경제학자 등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최근경제동향』에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가 다시 기입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상봉 한신대 교수 등이 한국 경제는 회복 흐름이 아니라 “침체국면”의 초입단계라고 반박했다. 그 후 경제 상황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었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국면”이라는 평가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가령 현대경제연구원의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2/4분기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 국면에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애초 예측했던 경기 하강 속도(2018년 하반기 중 경기 침체 예상)를 넘어서는 것으로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의 도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기획재정부도 7월 『최근경제동향』에서는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식으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한국 자본주의가 경제공황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을 지배계급 내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침체가 분명해지자 문재인 정권은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속속 취하고 있다. 특히 경제상황의 악화는 정권의 지지율 하락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현재 정권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대부분 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해주는 정책으로 우경화 논란에 휩쓸린 상태다. 경제정책의 무게가 혁신성장으로 바뀐 것이나 IT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한 것, 의료민영화 추진 등 일련의 행보 등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삼성 이재용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태도는 “구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문재인은 7월 9일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 참가해 이재용을 만났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8월 6일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이재용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김동연에게 대규모 투자계획을 약속했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바이오 부문 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고 나서 이틀 후 삼성은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권의 행보는, 박근혜 정권 시절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 적폐세력의 하나인 삼성과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동일뿐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상 자본가들의 각종 편의를 봐주고 그들의 이익을 증대시켜주는 행동을 한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기만적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최저임금법 개악, 전교조 법외노조 시정 불가 등에서 확인되듯이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우경화, 친자본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경제공황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대처법은 한 마디로 ‘자본이 잘 되야 경제가 산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가계급의 입장에 철저히 선 것이고, 자신의 계급적 위치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문재인 정권의 모습에 친정부적 언론인 『한겨레』조차 “기업 투자를 강조하며 대기업 곳간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 곳간 지키미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엿보이듯이, 경제공황 시기 경제정책 역시 결국 계급투쟁의 영역이다. 문재인 정권의 친자본 정책에 맞서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고 확대시킬 수 있는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노동자들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공황으로 계속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공황에 대처하는 가장 올바른 방식은 그것이 발생하게 된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공황은 생산의 사회적 성격 발전과 자본주의적 전유 형태 사이의 모순으로 발생한다. 그렇다면 생산의 발전이 노동자와 사회 전 구성원 모두의 이해와 행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가로막는 자본주의적 전유 형태를 제거하는 게 노동자의 이해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다. 노동자가 공황에 대처할 때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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