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여성해방론 독서모임: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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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는 창간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히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이 아닌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2017년에는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등의 페미니즘 서적을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비평하는 ‘사회주의로 페미니즘 읽기’ 연재를 진행했으며, 이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독자토론모임을 열었다. 2018년에는 <사회주의자가 바라보는 여성해방> 토론회를 통해 ‘여성억압의 기원’, ‘여성억압과 다른 억압 간의 관계’ 등의 쟁점과 관련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바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학습을 위해 좋은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이 아닌, 명확한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여성해방을 논하는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사회주의자』에 연재된 기자들을 모은 2019년에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출판 기념 강좌, 특별 강좌 등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알리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올여름에는 7월 31일부터 8월 21일까지 약 4주간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책 독서모임’이 진행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8~10명 정도가 꾸준히 모였으며, 참가자의 구성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프리랜서 노동자, 대학생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책 독서모임 교재는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였으며, 저자들(김민재, 이지완)이 모임의 진행을 담당했다.

사회주의 여성해방론과 함께한 뜨거운 여름

첫 시간에는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의 1부인 ‘사회주의, 여성의 억압과 해방을 말하다’를 다루었으며,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 학습이 이루어졌다. 먼저 ‘페미니즘’은 ‘여성해방’의 동의어가 아니라 여성해방을 지향하는 여러 사상 중 하나라는 점,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점을 학습했다. 이어서 여성억압의 기원과 자본주의 하의 여성억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사회주의 하의 여성해방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토론 시간에는 여러 가지 날카로운 질문이 제기되었다. 먼저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여성억압이 생산양식 외부의 독자적인 사회체제로부터 발생한다고 봄으로써 실천적으로 독자적인 여성운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페미니즘이 공유하는 특성이며, 급진주의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또한 이러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은 모두 여성해방을 지향하는 사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은 독자적인 사회체제를 상정하지 않고도, 생산양식의 변화·발전이라는 역사유물론의 틀 속에서 여성억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는 페미니즘과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라는 답이 이루어졌다.

또한 ‘자본주의 철폐가 여성해방에 있어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자본주의 이전에도 여성억압이 존재했는데,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도 여성억압이 계속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등 사회주의 하의 여성해방의 전망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계급사회 이전에는 여성억압이 존재하지 않았고, 책에서 주장하는 자본주의 철폐는 계급사회 자체의 철폐라는 의미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여성을 열등한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인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여성이 성차별적 문화에 저항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가 철폐될 경우, 여성해방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를 철폐한다고 해서 여성억압이 곧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성차별적 이데올로기 및 문화의 극복에 있어서 훨씬 유리한 조건이 창출될 것이다’라는 답변이 이루어졌다.

한 참가자는 ‘3.8 여성의 날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에 부르주아 페미니스트들과 볼셰비키 여성들의 대립을 보여주는 일화가 인용되어 있는데, 자본가계급 여성들의 페미니즘이 여성 노동자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거나 여성 노동자를 억압하는데 앞장서는 사례가 오늘날에도 있지 않냐’는 의견을 주었고, 이에 미국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린인 페미니즘(Lean-in Feminism)’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또한 참가자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병의 근원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여성억압을 없애기 위해서는 여성억압의 기원을 알아야 하는데,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성억압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처음 접하게 되어서 너무 신기하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둘째 주에는 책의 2부인 ‘페미니즘 개념을 비판하다’를 다루었으며,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개념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학습했다. ‘가부장제’ 개념은 여성억압에 초역사적으로 접근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가족임금’이 ‘남성 자본가와 남성 노동자의 공모’로 도입되었다는 주장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한 ‘정체성 정치’는 주관적 경험의 영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상호교차성은 여러 억압의 기계적 결합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사회재생산’ 개념은 이원론의 틀에 머물러있기에 혁신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학습했다.

2부가 ‘생산’, ‘재생산’, ‘가치’, ‘노동력 상품’ 등의 맑스주의 개념을 토대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질문 및 토론 시간에는 주로 맑스주의 개념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이후 참가자들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여성억압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사회주의가 필요한 것 같은데, 한국에서 현재 사회주의 운동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페미니즘이 아닌,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이 확산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등의 토론거리를 제시했다. ‘맑스주의에서 말하는 보편적 인간해방이 무엇이며, 이것이 상호교차성과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 주변에 정체성 정치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셋째 주에는 책의 3부인 ‘페미니즘 책을 비판하다’를 통해 대표적인 페미니즘 서적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관련된 학습이 이루어졌다. 먼저 『페미니즘의 도전』이 여성억압의 물질적 토대를 간과한 결과 여성억압을 ‘근대성’의 산물로 보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학습했으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제시된 ‘여성혐오’ 개념의 쓰임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착취’가 아니라 남성의 여성에 대한 ‘약탈’을 통해 자본주의가 굴러간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캘리번과 마녀』는 자본주의의 탄생과 여성억압을 무리하게 연결짓는 과정에서 봉건제를 미화하는 한계를 보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질문 및 토론 시간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쟁점이 제기되었다. 먼저 ‘남성과 여성이 착취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을 경우 자본가로서의 존재 조건을 잃지만, 남성은 여성을 억압하지 않아도 남성일 수 있다’는 답변이 이루어졌다. 이후에는 ‘여성혐오’ 개념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한 참가자는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라는 화두가 떠올랐을 때, 여성혐오 개념을 문제 삼는 이들을 성차별주의자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털어놨으며, 이에 ‘여성혐오 담론이 다수의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게 된 맥락을 무시하고 여성혐오 담론 위에 세워진 운동을 무조건 폄하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여성혐오라는 표현이 일반화될 만큼 여성억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동시에, 그러한 표현으로 인해 여성억압의 구조적 맥락이 지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명확하고 시원한 이론”이 필요한 때

마지막 주에는 최근에 벌어졌던 사회주의 여성해방론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간의 지면 논쟁을 통해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와 관련하여 참가자들이 직접 써온 쪽글을 발표하는 식으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이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자신들의 언어로 직접 표현할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평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 참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서로를 강화해왔다’고 주장할 뿐,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각각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 체제인지, 양자가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자본주의가 가부장제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입장과 ‘자본주의가 임노동제에 기초한다’고 보는 맑스주의의 입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다른 참가자에 의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역사적 가부장제’라는 개념을 쓰고는 있지만, 역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원의 문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탁, 연결을 강조하나 실상은 여성문제와 계급문제를 분리하여 보고 있으며, 실천에서도 여성해방운동을 계급억압에 맞선 운동과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하자는 입장인 것 같고, 이것이 한계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참가자도 있었다.

또한 한 참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이 계급해방을 여성해방보다 중요시한다고 비판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하에서는 그러한 주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은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성소수자 문제를 나중으로 미룬 것처럼, 여성해방의 문제를 자본주의 철폐 이후로 미루자고 말하는 사상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은 보편적 인간해방과 여성해방을 목표로 낙태죄 폐지, 웹하드 카르텔 규탄,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운동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라고 이야기하며, 사회주의를 계급환원론으로 보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입장을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독서모임을 통해서 페미니즘에 대해 갖고 있던 왠지 모를 답답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국내 진보 운동 세력, 사회주의 세력이 여전히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틀에 묶여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처음에는 맑스주의, 사회주의를 낯설어했던 참가자들이 불과 한 달 만에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한 참가자는 쪽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계급환원론이라고 비판하면서 페미니즘에 선 긋기보다 실천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명확하고 시원한 이론을 통해서 사이다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실천하기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러한 독서모임 참가자들의 반응을 통해 사회주의, 맑스주의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여성해방을 바라는 이들은 결국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명확하고 시원한 이론”과 “사이다 같은 운동”을 통해 답답한 여성억압의 현실을 깨부술 그 날을 위해,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에 대한 논의가 더욱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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