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성과연봉제투쟁이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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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이 지금 이 순간 3주차를 넘기고 있다. 일부 참가 조직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투쟁 방향에 대한 내부 입장도 몇 가지로 나뉘고 있다. 먼저 공공운수노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손잡고 새누리당을 압박한다는 구상으로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노동단체는 이러한 접근에 우려와 문제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그 대안으로 강고한 투쟁과 연대 투쟁 강화를 주장하면서, 파업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수 공익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그렇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런지를 국민건강보험노조 조합원의 시선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대외용 구호에 불과한 ‘성과제 반대’

먼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현실업무에서 성과연봉제 투쟁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일상 업무에서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종업원 의식으로 무장하고서 성과제의 충실한 실행자로 일한다. 지금의 파업 바로 전까지도 그래 왔고, 또 파업에서 복귀하면 다시 그렇게 생활할 것이다. 왜 그런 것인가? 한국의 노동조합은 제도적 차원에서 철저하게 기업별 노조로 안착되었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개별투쟁에 의해 임금과 복리후생(대학 학자금 등)이 결정되고 또 성과급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노후임금에 해당하는 연금과 고용산재보험도 기업별로 차등적으로 주어진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일상 업무는 유사한 직군 부문간의 경쟁을 수반한다. 여기에 경영평가가 더해진다. 평상시 노조는 타기관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조직발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자기 조직의 구조조정을 막으면서 성과는 내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 발짝 더 가까이서 보자. 사측은 기업문화전략으로서 사회공헌활동, 각종 정신교육 및 업무능률향상교육,동아리 활동, ‘호프데이’ 등을 통해 근무시간 외에도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적 지배를 강화한다. 이러한 활동에 대해 노조는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역설적이게도 국민건강보험노조의 파업지침 1호가 사회공헌활동 참여금지였다). 여기에 기관별, 본부별, 지사별, 부서별, 개인별 근평(근무성적평정) 및 승진 같은 장치를 통해 일상 업무에서는 이미 뼛속까지 성과제가 관철되어 왔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보험료 징수율이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이다. 그런데 성과제가 얼마나 심하게 관철되었는지 징수율 99.43%가 서울본부 총 35개 지사평가에서 꼴찌다. 꼴찌를 하면 대책을 세우고 더 악랄한 방법으로 이미 가계가 파탄난 서민들을 괴롭혀 징수율을 올리려 한다. 사회보장 관련 징수는 80% 이상 이루어질 경우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될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일례로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은 병의원에 가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생계형 체납자가 지금 전국에 130만 명이 넘는다. 사회보장의 재분배 기능이 역으로 가혹한 징벌적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러한 문제들에 눈을 감는다.

일상 업무에서의 성과제는 제약·의료 자본을 위한 가장 충실한(즉 악랄한) 용역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국민 건강보험 실시로 보건의료가 대중화된 이래 건강보험료 총액은 1990년 1.88조 원에서 2015년 44.32조 원으로 25년간 23배가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민 일인당 소득(GDP)은 1만 3천 달러에서 2만 7천 달러로 겨우 2배 증가했다. 국민소득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도록 건강보험재정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혜택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결국 건강보험공단은 자신들의 작은 이해에 매몰돼 오히려 의료·제약 자본의 배를 불리는 역할만 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민중은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점차 노동조합과 적이 되어 갔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활동 방식은 일상의 내부 업무에서는 철저하게 성과제에 협조적이었다. 그런데 외부 연대 활동에서는 마치 성과제 반대 투쟁을 하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예컨대 노조원 상대로 성과연봉제 실태조사, 조합원 불만, 조합원 토론, 대응책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외부 연대 활동을 할 때는 ‘건강보험 흑자 20조 문제’와 ‘소득 중심 부과 체계’ 등의 문제제기를 하면서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고 성과연봉제 철폐를 주장했다. 이 얼마나 모순된 모습인가?

공공부문 투쟁은 압축적 고도 성장기에 임금 및 복지 중심의 투쟁을 통해 급성장했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조직간 시간차를 두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각개격파되었다. 그 결과 현장은 기업문화전략과 시장화 경쟁 논리에 철저하게 지배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회공공성 강화, 사회보장 강화 등을 외치는 면피성 활동들이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현장 조합원들은 정신적으로 사측에 철저히 예속돼 이미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성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노조상층은 이러한 문제는 덮어둔 채 밖으로 돌면서 말로만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니 어디서 힘이 나오겠는가!

종업원 의식에서 깨어나

자본가 정부가 공공부문에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퇴출제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자본주의의 축적 위기가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공장에 사장이 있다고 해 보자. 사장은 사업이 그럭저럭 될 때는 직원들에게 봉급도 올려주고 보너스도 조금 준다. 그러나 사업이 안 되고 재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자신이 살기 위해 사업을 정리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려 할 것이다. 이럴 때 평상시 하던 방식대로 직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회사를 위해 일한 노력과 인간 관계를 생각해 사장님이 좀 양보하시라고 하거나, 친인척이나 동종업종의 여론을 움직여 사장의 양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망할 위기에 처한 사장은 결코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공장이 돌아간 것은 사장이 일해서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일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회사를 스스로 운영하면 될 일이다. 이처럼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보다 과감한 사고와 요구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 공공부문의 특성은 일반국민의 일상 생활과 직접 연관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의 효과가 현대자동차와 같이 실물 생산에 차질을 주는 파괴력을 단 시간 안에 발생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일상적 투쟁이 대국민 선전과 선동의 장이 될 수 있으며, 파업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술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준비나 실천 활동은 보이지 않고 철저한 종업원 의식으로 성과를 위해 매진하는 행동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파업에 돌입하자 갑자기 “성과연봉제는 국민피해, 착한파업 지지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을 냉정히 보자. 자본가 정부는 철저한 언론 통제, 대체인력 투입, 비정규직 채용 등을 통해 파업의 효과를 최소화하고 있다.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파업의 가시적 효과도 보이지 않고 사측의 징계 협박과 임금 손실에 대한 압박도 이어지자 아무런 성과 없이 업무에 복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조직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의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투쟁은 업무와 투쟁을 분리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는 돌파가 불가능하다. 선거철을 이용해 야당과 적당히 거래하고 언론플레이와 파업을 적당히 묶어 풀어가보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았다.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으면서도 예전의 관성적 활동을 반복하면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노동자 민중

지금까지의 잘못된 활동과 단절하고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일상 업무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투쟁과 성과연봉제를 철폐하는 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가령 이러한 투쟁이 가능할 것이다.

  • 징수율 99.43%가 꼴지인 현 상황을 거부하고 80% 이상 징수 거부 투쟁을 전개한다.
  • 건강보험료 흑자 20조는 노동자 민중을 착취한 결과다. 따라서 의료·제약 자본의 안정적 고수익을 보장하는 지금의 용역 역할을 중단하고, 과다 계상 보험료 인하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투쟁을 실제로 전개한다.
  • 소득 중심 부과 체계는 가장 부유한 부동산 불로 소득자(재산+상속) 등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임을 폭로하고, 재산 및 소득 상한제 폐지를 통한 저소득층 경감 투쟁을 전개한다.

이러한 투쟁들이 효과적으로 전개될 때에만 노동자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맹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단지 선거철을 활용하여 정치권에 기대거나 시기집중 및 파상파업 등을 노린다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믿을 것은 자신의 투쟁력밖에 없다. 연대도 공동 투쟁도 내가 진정성 있고 파괴력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럴 때만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권리와 삶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자본주의의 핵심 내용들이 침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대중화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투쟁 과정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의식이 발전하고 요구가 급진화될 때 계급적 역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결국 노동자 계급의 요구가 급상승할 때에만 비로소 성과연봉제 폐지가 가능할 것이다.

한개의 댓글

  1. 두번째줄 ‘더불어민주당를…’오타가 보이는 것 외에는 흠잡을 데 없는 글입니다. 무엇보다도 성과연봉제 저지투쟁이라는 화려한 구호속에서 내부적으로 드러나는 노동조합 관료들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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