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소득중심부과체계’, 문제점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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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실련]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박근혜가 대통령에서 파면되었다. 다음날 촛불집회의 요구는 재벌개혁, 부자증세, 노동인권이 많았고 주거, 교육, 의료 보장 요구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요구들이 나오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재벌과 부자들은 거의 무한의 자유를 누려왔다. 상위 20%의 부자들이 80%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민중들은 기본적인 주거, 취업, 의료마저도 불안정하거나 위태로운 상태이다. 문자 그대로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만 한다. 부분적 개선이나 임시방편적 대응으로는 안된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주류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마치 엄청난 시혜를 베풀 듯이 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경제위기 운운하며 더 큰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가 정부가 ‘선의로 포장하는 것’의 이면에 있는 사실들을 노동자민중들이 이해하고, 이에 의거해 구체적 요구사항을 만들어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

우리가 살펴볼 ‘건강보험부과체계’는 노동자민중들의 삶의 고통을 완화하는 4대사회보험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건강보험의 문제이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런데 부과체계의 공평성과 소득재분배 등은 부과체계의 기반을 이루는 많은 문제들과 함께 논의되고 해결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러한 주장과 논의들이 촉발되고 민중들의 동의를 얻을 때 실제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파면시킨 ‘광화문광장의 민중의 힘’을 일상과 일터에서 확장시키는 일환으로 ‘건강보험부과체계’를 자본가와 관료 등 특권층이 아닌 노동자민중들의 적극적 주장과 참여를 바탕으로 바꾸어내는 활동들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제부터“소득중심부과체계‘ 논의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쟁점들은 무엇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용두사미로 끝난 부과체계 개선

소득중심부과체계 논의는 과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종대로부터 출발한다. 김종대는 2013년 7월 28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을 간결하게 제시했다. 김종대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역보험료는 세대원수, 연령, 자동차, 전월세보증금, 추정소득(종합소득500만원 이하세대)에 따라 강제로 추정하여 부과하다보니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소득과 재산이 없는 290만 가구 중 자동차가 있거나,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100만 세대에 달하고, 142만 가구는 월세로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매달 몇 만원씩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반면 자녀가 직장에 다녀 피부양자로 등재된 사람 중 234만 명은 소득이 있고, 475만 명은 재산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 돈 한 푼 안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부과체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과 지역으로 나누어진 현 체계를 통합해 능력(소득)에 맞게 보험료를 내도록해야 한다. 또한,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대비하고, 4대중중질환(고혈압, 당뇨 등)등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과기반을 확대하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세청자료를 활용하여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50조원), 일용근로자 소득(46조원, 549만명), 양도․상속․증여소득(71조원, 65만명), 퇴직소득(27조원) 등에 부과하면 매년 6조원의 보험료를 걷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는 2013년 7월 25일 복지부 산하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구성하여 3년여에 걸친 논의 과정을 거쳐 올해 1월 23일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지점이 있다. 2015년 1월경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개편한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파동이 직장가입자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일이 있었다. 이를 경험한 정부는 직장가입자들의 불만을 우려하여 사실상 부과체계 논의를 중단했었다. 그러다가 박근혜가 탄핵상태에 있던 1월 23일 부과체계 개편안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장관은 이 과정에서 “지역가입자 절반이 소득이 한 푼도 없다고 신고하는 등 소득 파악 문제가 있어 소득 단일 부과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즉 완전히 소득중심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소득과 재산에 부과하는 큰 틀을 유지하되 재산 비중을 줄여 나가기로 한 것이다.

개편안의 내용을 요약하면은 다음과 같다.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피부양자로 구분된 현행 부과체계를 3년 주기, 3단계(1단계 2018년, 2단계 2021년, 3단계 2024년)로 개선한다. 이로 인해 첫째 연 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게 적용됐던 ‘평가소득’ 개념이 폐지되고, 둘째 실제 소득은 적지만 전월세 보증금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보료를 많이 냈던 저소득층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고, 셋째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정액의 최저보험료만 내게 된다. 또한 정부안이 3단계까지 실현되면 피부양자 47만 세대(4%)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직장가입자 중에서는 26만 세대(1.6%)가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고 발표했다.

결국 처음 주장되었던 소득중심부과체계는 내용면에서 대거 후퇴되었다. 게다가 현재시점에서 1월 23일자 정부안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왜냐면 노동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의(안)과도 너무나 차이가 나고, 조만간 조기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우선 개선기획단이 내놓은 1월 23일 개편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소득중심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가 ‘소득중심부과체계’로 전환되면 직장과 지역으로 나누어진 부과기준이 소득으로만 적용됨으로 인해 그동안 무임승차하던 피부양자와 소득이 없거나 적은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부과가 일정정도 형평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월 23일 안과 같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임시변통으로는 1년에 60조가 넘는 건강보험료를 감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가진 자들을 위한 부과체계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또 실효성 있는 부과체계를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야할 점들이 무엇인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부과체계 논의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 사회의 양극화 주범인 부동산 및 금융투기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를 위한 구체적 과세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사적의료체계에 의한 의료의 상업화로 엄청난 의료비 상승 요인이 발생 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공적의료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 즉 과세기반 확대 및 비용절감을 통한 재정확보를 통해, 공적 건강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및 빈곤은퇴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건드리지 않는 소득중심부과체계

부과체계의 공평성, 소득재분배 및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동산 및 금융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의 기반인 조세제도를 먼저 변혁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부동산 가치급등과 금융화에 따른 부의 양극화로 상위 20%가 전체부의 80%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점을 말하지 않고 단지 현 조세제도하에서의 형평성만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가진 자들을 비호하자는 말이 된다. 아래 자료들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먼저 경실련과 정동영의원실에 따르면, 1988년 이후 30년 동안 노동자 평균임금은 월36만원(연430만원)에서 월241만원(연2895만원)으로 5.7배 오른 반면, 강남권 아파트는 평균 10억6,267만원이 올라 임금인상의 43배(6×43=264배)가 오르고, 비강남권은 4억6,193만원이 올라 18.7배(6×19=126배)올랐다고 한다.(“[단독]집 한 채도 사기 힘든 ‘30년 땀의 가치’”, 경향신문, 2017. 3. 6.)

또한 2017년 1월 25일자 프레시안 기사에 의하면, “2008~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1.8배 증가했고, 더욱이 상위 10대 기업의 보유 부동산 가격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2.5배나 폭증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불로소득은 2015년 현재 무려 357조 원이나 된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 평균 GDP의 22.4% 정도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자료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부동산투기꾼들의 부의 크기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무토지 소유세대(40.1%)와 무주택가구(44%)는 전세나 월세를 통해 부동산 부자들에게 생활비 중 많은 금액을 빼앗기고 있다.

이렇게 양극화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솜방망이 과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것이 부동산불로소득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가령 정부는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했고,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의 과표도 일반인들은 실거래가의 70%인데 재벌 등은 50%로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부자 중 상속세를 내는 비율은 단 2%(98%는 납부하지 않음)에 불과하다. 임대소득의 경우는 추정치는 44조원인데 비해 신고된 소득은 단 3%인 1조2,963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부자들 봐주기와는 반대로, ‘일용근로자소득’이나 ‘퇴직자소득’을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적용해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오히려 소득재분배 기능과 형평성이 훼손되게 된다. 왜냐면 가진 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자들에게는 오히려 가혹한 부과를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일하지 않고도 엄청난 부를 소유할 수 있는 구조, 그 불로소득에 대한 솜방망이 과세제도, 그리고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과세정책 등의 문제점들이 먼저 고쳐져야 소득중심의 부과체계가 제대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적의료체계에 따른 의료비 증가 해결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뿐 아니라 비용절감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 사적의료체계에 따른 의료비 증가는 부과체계 논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다. 사적의료체계에 따른 의료비증가 현황과 원인은 다음과 같다.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과 보험료 증가율을 비교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1,341만원에서 3,093만원(2.30배)으로 증가했지만, 보험료는 7조2,200억 원에서 44조3,200억 원으로(6.13배 증가)하여 소득증가의 3배 정도나 빠르게 증가했다.

그 원인은 사적의료체계에 따른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있다. 첫째, 고비용, 저효율의 급성기(세균감염에 의해 쉽게 걸리는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질병들) 중심의 현 의료공급체계는 인구고령화와 질병의 만성화라는 의료환경에 대응하지 못했다. 둘째, 의료기관간의 무한경쟁구도 때문에 진료량이 증대하고, 고가장비 및 고가치료재료가 활용되는 고비용 의료서비스 제공이 증가했으며 특정 의료서비스분야 집중현상이 발생했다.(감사원 감사연구원, 「국민의료비 추이와 지속가능한 의료정책방향」, 2015년 4월)

사적의료체계에 따른 의료비상승이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는 극히 작다. 의료비 상승의 주요원인은 의료, 제약자본의 이윤추구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부담이 모두 노동자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와 주치의제도 등 예방의학 위주의 공적의료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정규직노동자 및 빈곤한 은퇴자는 봉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김종대와 한국경제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처럼, ‘소득중심부과체계’는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일용직근로자 소득’과 ‘퇴직자 소득’을 부동산 및 금융 불로소득과 함께 동일한 과세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소득중심부과체계’가 직장 대 지역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한다는 명분하에 비정규직노동자 및 빈곤한 은퇴자들을 일률적으로 소득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면 지금과 같이 빈약한 사회보장체계 하에서 이들의 소득이 보험료부과에 적용된다면 오히려 재분배에 역진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리는 사람들은 적게 내는 반면 소득이 적지만 투명하게 드러나는 저임금 노동자와 연금생활자가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을 메우는 봉이 되는 것이다. 불로소득과 노동소득에 대한 부과는 분명히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큰 틀에서의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득중심부과체계’ 논의가 놓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소득중심부과체계’는 현재의 부과체계가 가진 한계를 시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소득중심으로 간다면서 막대한 불로소득은 건드리지 않는 반면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생활자를 봉으로 삼으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료 징수측면에서만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보고, 정작 의료비 증가를 야기하는 사적의료체계 문제는 간과한다. 이러한 논의와 주장들이 확장되고 쟁취될 때 제대로 된 ‘소득중심부과체계’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국회와 검찰이 이재용등 재벌총수들을 국회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고 그중 대표적 인물인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를 구속시키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적폐의 상징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켰다. 이러한 노동자민중의 힘이라면 건겅보험 부과체계 논의도 노동자민중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불로소득에 대한 환수과세 및 사적의료체계의 공적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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