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연합과 민중경선은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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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광호]

박근혜가 탄핵소추 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은 상황을 모면하고자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전반적으로 이미 탄핵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행보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반기문, 이재명, 박원순 등 대선후보군에 있는 부르주아 정치인들은 본격적인 대선준비에 나선 상태이다.

이 와중에 노동운동 진영 안에서도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대선-정치전략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 정책대대가 명확한 정치, 대선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채 끝난 이후, 향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치현장특위’를 구성했다. 정치현장특위는 민중단일후보 전술 채택 건과 대선투쟁을 통한 진보정치세력의 대연합(진보연합정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건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1월 13일 회의를 통해 대선-정치전략안 최종안을 마련했다. 이 최종안은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되어 2월 7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대선-정치전략안 문제있다

최종안을 보면, 그 핵심은 민주노총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2017년 대선에서 “민중단일후보 전술” 을 채택하며, 2018년까지 “선거연합정당”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진보대연합을 위한 노동자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요컨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고 “진보대연합”을 기조로 하여 대선에서 단일후보로 공동대응하고 장차 진보대연합당을 건설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자는 것이다.(구체적인 안은 민플러스, 「민주노총 정치특위, 대선-정치전략 최종안 제출」 참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선 단일후보를 세우기 위해 민중경선이 논의되고 있다. 이 방식은 이미 지난 7월 사회변혁노동자당 기관지에서 제기되었고, 탄핵소추, 대선 관련 민주노총 내부 논의 등의 조건과 결합되어 민중연합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울산 북구·동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모인 민중의꿈이 다소 편차는 있지만 이 방식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선-정치전략안을 살펴보면, 이 안에는 그동안 『사회주의자』 기사들이 진보운동 세력 전반과 관련하여 비판한 지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진보운동, 진보정치가 몰락한 이유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대통합’이 시도되고 있다. 파도에 쓸려 흔적도 남지 않을 모래성을 쌓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로 이미 진보라고 할 수 없는 세력을 진보로 행세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더 문제가 되는 점은 ‘사이비진보’를 ‘진보’로 포장하는 일에 다름 아닌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운동 몰락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진보대연합 기조

이제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 보자. 민주노총 대선-정치전략안의 핵심 기조는 바로 “진보대연합”이다. 이 안에서 명확히 표현되지 않은 민중경선 방식이 대선후보 결정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 역시 진보대연합 기조 하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대연합’이 문제지 ‘진보대연합’이 왜 문제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 진행된 진보운동 전반의 변질, 몰락으로 인해, ‘진보대연합’이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보운동이 몰락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선 그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이 속에서 지금 진보가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최종안에는 그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안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주장을 통해 이것이 진보의 몰락 원인을 분열에서 찾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령 민주노총 안의 핵심내용인 민중단일후보 전술과 진보대통합당을 모두 적극 지지하는 세력은 민중연합당인데, 민중연합당은 지난 8월 14일 전당대회 선언문에서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단결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분열 때문에 진보가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다. 진보가 몰락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상태에 들어가고 이로 인해 노동자민중의 삶이 악화일로에 처했는데도 진보운동세력이 우경화로 일매진했기 때문이었다. 통합진보당 건설을 한 번 생각해보자. 통합진보당이야말로 분열이 아닌 통 큰 단결을 이뤄낸 조직 아니었던가? 너무 단결을 잘해서 신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과 함께해서 당을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사코 자본주의에 맞서기는 거부하고, 자유주의적 자본가세력과의 연합에 몰두한 것이 그동안 진보운동이 걸어온 역사였다.

이렇게 진보의 몰락 원인을 분열에서 찾는 경향은 쉽사리 이른바 진보세력이 하나로 단결하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애초 문제를 한참 잘못 보았기 때문에, 아무리 진보대연합을 성사시킨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우경화가 문제라는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과거의 한계를 답습하면서 정작 노동자민중의 삶의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성두현의 글이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용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진보정치·진보운동의 몰락 원인을 이른바 “종북패권주의”, “분열”에서 쉽게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렇게 생각하는 활동가들은 “종북패권주의세력”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재에도 무기력 상태가 사라진 게 아니라 계속되는 이유를 전혀 고민하지 않거나, ‘놀라운 단결’을 보여준 통합진보당의 창당이 오히려 치명적인 몰락을 초래한 주요한 계기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 분열되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분열 전부터 변질되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미 변질된 세력을 끌어 모아 ‘단결’해본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다. 아직도 ‘진보대통합’, ‘진보대통합당’이 무기력 극복의 주요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세력이나 사람들은 초보적인 사실인식능력조차 상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두현, 「왜 한국의 진보세력은 무기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사이비진보를 진보로 포장해주는 대선-정치전략안과 민중경선

진보의 몰락원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보다 더욱 심각하게 보아야 할 점은 이런 우경화 과정을 통해 현재 진보로 불리는 중요세력들이 더 이상 진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그냥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당, 민중연합당은 공히 민주노동당 시절 당의 우경화를 주도했고, 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신자유주의세력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이것은 명백히 진보를 배신한 행위였다. 그리고 그 이후 이 세력들은 이러한 이런 배신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의당, 민중연합당은 여태껏 모두 우경화를 멈춘 적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이 두 세력은 진보세력이 아니다.

노동운동이 정말 제대로 나아가려면 진보를 배신한 세력과 싸워야 하고, 이 속에서 무엇이 진보인지 다시 명확히 세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대선- 정치전략안은 정의당과 민중연합당 등 진보를 배신하고 이탈한 세력을 ‘진보’라 부르고, 이 세력과 함께 하는 것을 ‘진보대연합’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른바 대선-정치전략안은 진보를 배신한 세력을 진보로 포장해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진보세력의 일원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안에 담긴 민중단일후보 전술의 실행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민중경선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진보대연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배신행위를 한 세력이 민주노총 내에서 이렇게 진보로 행세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민주노총 내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노총 내 역학구도가 있다 하더라도, 진보를 배신한 세력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선을 긋고 투쟁해야 하는 게 운동을 위해 더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런 대선-정치전략 논의를 비판하고 사이비진보와 싸워야할 세력이 전혀 그런 싸움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이하 변혁당)은 민주노총 대선 방침이나 민중경선 방식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변혁당은 대선대응을 넘어선 진보대연합당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민중경선을 통한 대선대응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아니 오히려 민중경선과 관련해서는 정치현장특위가 만난 “진보5당”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7월경부터 기관지를 통해 “민중경선 통한 대선투쟁 해볼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글에서 김태연은 정의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을 “진보변혁진영”으로 분류하고 있다. 변혁당이 생각하는 민중경선의 참여주체로 정의당과 민중연합당이 포함되는 것이다. 11월 28일 노동당, 민중연합당, 민중의꿈 등과 진행한 변혁당 주최 긴급좌담은, 변혁당이 민중경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혁당은 민중경선을 제기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밝히고 있다. 하나는 진보대연합당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선후보가 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변혁당이 민중경선에 변질된 사이비 진보세력이 참여하는 것을 전혀 반대하고 있지 않고 있고, 애초 민중경선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질된 세력을 함께 할 수 있는 진보세력으로 용인해주는 후보선출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작 본질적인 것은 허용하고 비본질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요컨대 민중경선에 대한 태도를 통해, 변혁당이 사이비진보세력과 선을 분명히 긋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면서 진보세력의 일원으로 포장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정당을 표방했으면, 사회주의 운동을 발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활동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에게 진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품게 하고, 노동자들을 사상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세력과 치열하게 투쟁하는 것이 그 목표를 위한 활동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민중경선을 적극 제안하고 참여하려는 변혁당의 활동은 이것과 한참 거리가 멀다.

대선방침보다 더 중요한 것

정치세력으로서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일정을 손 놓고 지나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라면 최소한 대선에 대한 정치방침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조만간 닥칠 대선에 대한 압박으로 ‘초록은 동색’이라는 식의 무원칙한 방침을 정하는 게 해답은 아니다. 이를테면 민중연합당은 8월 전당대회 선언문에서 “차이가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차이에 대해 살펴보면, 앞서 보았듯이 그것이 그동안 밟아온 우경화와 자본가계급과의 야합이라는 이제껏 행보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민주노총이 대선에서 촛불의 힘과 요구를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진보대연합’은 촛불투쟁 이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행태를 다시 재현하는 것이 될 게 명약관화하다.

필자는 반복해서 진보 몰락의 이유를 진보운동 세력이 우경화의 길을 일관되게 걷고, 자유주의 자본가 세력과의 연합을 추진하면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운동은 자유주의세력과 대별되는 독자적 정치세력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 예컨대 거리에 열심히 나와 투쟁하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정의당의 딜레마는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민중의 삶이 악화되는 현실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와 분명히 선을 긋고 싸우는 것을 거부한 이상 자본주의 안에서의 처방에 머물게 되고 이는 점점 자본주의에 순응하는 정치로 변해갔다. 노동자들 속에서 우경화된 진보정치는 계급의식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의 집단적 힘으로 자본주의의 착취를 극복하고 해방을 쟁취하려는 노동해방운동은 사라지고,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당연시하고 기껏해야 북유럽의 복지국가 정도를 최선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따라서 이제 진보라면 최소한 자본주의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의 ‘가치’를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민주노총 내에서 ‘진보대연합’을 주장하는 입장을 살펴봐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오히려 ‘한사코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유의미한 정치세력이라면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에 적극 결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것은 강박 그 이상은 아니다. 실제 강화, 발전시켜야 할 것들은 깡그리 포기하고, 변질된 세력을 용인하고, 이제는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통 큰 단결’을 외치며 실제로는 민주노총에 기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정치에 몰두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후기.

이 기사가 작성된 이후 새롭게 추가된 사항이 존재한다. 진보대연합에 가장 적극적인 세력은 민중연합당과 민중의 꿈인데, 민중의 꿈은 진보정치단결을 위한 연석회의(원탁회의)”를 제안했고, 민중연합당은 1월 14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선 전 진보연합정당 건설과 민주노총이 제안한 민중단일후보전술에 적극 임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한편 사회변혁노동자당 역시 총회를 통해 민중경선을 대선방침으로 확정했다. 이런 행보는 이 기사의 핵심 주장을 더욱 입증하는 것일 따름이다.   

 

한개의 댓글

  1. 노동자계급이 이번 대선에 임하는 입장과 전술은 어떠해야할까요? 여기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고 다른 정치세력들의 입장을 비판하는것이 더 생산적이고 설득력있지 않을까요? 노동해방실천연대의 대선방침이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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