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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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최근 『사회주의자』에 게재된 「푸어(poor)들을 위한 변명」이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전생애주기별 빈곤에 직면했다. 이렇게 빈곤이 만연한 사회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서러운 일이 아플 때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2022년까지 총 30조6천억 원을 투입해 2중, 3중의 보장강화 대책을 세워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겠다고 한다. 절실한 건강보험 보장의 해결사로 문재인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발표에 대하여 보건·시민단체들은 이번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책이 2012년대선 때 제시했던 것보다도 후퇴된 안이고 실질적 보장방안으로서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문재인 케어의 주요내용들

8월 9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종 비급여의 급여화와 예비급여제도(환자에게 잠재적 이득이 있으나 치료효과에 대한 추가근거가 필요한 급여) 도입이다. 두 번째 의료비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확대강화해서 노인이나 빈곤층들의 본인 부담을 줄여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런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발생한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세부내용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의 주요 내용 요약

첫째,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의 해결

문 대통령이 꼽은 ‘3대 비급여’ : 대형병원 특진, 상급병실료, 간병

▶ 미용·성형 이외에 MRI, 초음파 까지 모두 건강보험 적용

▶ 상급병실료도 2인실까지 건보 적용. 꼭 필요하면 1인실도 혜택

▶ 예약 힘들고 비싼 대형병원 특진을 없앰

▶ 간병 필요한 모든 환자의 간병에 건강보험 적용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호자 없는 병원’ 확충)

둘째, 취약 계층 혜택 강화로 가계가 파탄나는 일이 없도록 만들기

어르신과 어린아이 저소득층 등 질병에 취약한 계층

▶ 내년부터,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대폭 낮춤 (본인부담 상한제 인하의 혜택을 받는 환자가 현재 70만 명에서 2022년 190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

▶ 하위 30% 저소득층 본인부담 年상한액 100만원 이하로 낮춤 (실질적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실현)

▶ 하반기부터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부담률 20%에서 5%로 낮춤

▶ 하반기부터 중증치매환자 본인부담률을 10%로 인하 (치매환자 160일 입원치료비 16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낮춤)

셋째, 긴급 위기상황 지원 강화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의료안전망 구축

▶ 의료비 지원,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

▶ 소득 하위 50% 환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

▶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의 사회복지팀을 확충

문재인 정권은 이번 정책에 따른 효과로, 비급여 영역이 현재의 1/3로 줄어 1인당 의료비 부담이 평균 50만4천원에서 41만6천원으로 줄고, 연간 500만원 이상 의료비 부담 환자가 12만3천명에서 6천명으로 줄며, 이와 함께 민간의료보험료 지출 경감으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정대책방안으로, 2015년 기준 건강보험재정누적흑자 20조원 중 10조원을 투여하고, 건강보험국고지원(현재 6조9천억원)을 더 늘리고, 10년간 건강보험료를 평균 3.2% 인상하여 정책을 임기 5년 내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장성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재정은 총 30조6000억원인데, 내년 까지 신규재정 56%를 집중 투여해 조기 보장성강화 효과를 나타내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63.4%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5년 동안 6.6% 올려 7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시민단체들의 비판

상당수 보건·시민단체들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8월 9일 내놓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은 문재인을 지지한 보건·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조차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정부대책이 “비급여를 통제하고, 국민의료비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다소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나, 문재인의 공언과는 달리 보장성 강화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 우선 이번 대책은 보장성강화 기조가 ‘보편적 보장성 강화’에서 ‘선별적 보장성 강화’로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의료비 상한제에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예비급여조차 포함되지 않아, 박근혜 정부 건강보험 상한제의 일부 구간 금액을 하향하는 데 그쳤다. 예비급여 본인 부담이 50-90%로 본인 부담률이 여전히 과다하고, 지불제도 등이 변화하지 않는 한 비급여의 급여화는 풍선효과나 의료왜곡을 낳을 수 있다.
  • 제대로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입원시 손실수입을 보장하는 상병수당제 도입 논의 정도는 포함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역시 문재인 정권의 보장성 정책이 많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 내용을 보면,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해야 하며,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대상에서 선별급여, 전액본인부담항목, 임플란트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 쏠림과 의료서비스 남용 대책으로 주치의 제도와 신포괄수가제 도입해야 한다는 것과, 여러 측면의 장점이 있는 상병수당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건강보험 누적흑자 사용 계획과 국고 지원 증액도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당사자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인 비급여를 급여 전환할 수 있는 예비급여제도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번 대책은 향후 5년 동안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 63.4%에서 6.6%만 높이겠다는 것으로 이 정도로는 민간의료보험인 실손보험의 의존도를 절대 줄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인상, 국고지원액 확대, 건강보험부과체계 효율적 운영,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건강보험 어젠다’의 공론화를 통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케어와 그에 대한 비판의 한계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을 보면 2017년까지 건강보험 입원보장율 90% 및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포괄수가제 전면실시, 의료공급체계개선, 일차의료강화 특별법 제정 등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공약들이 2017년 현실과 만나면서 현저히 약화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근본적인 의료체계 혁신과 재정확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약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은 몇 년 사이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20조 흑자에 기반한 재정확대정책에 불과하다. 그것도 곧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의료계의 반발과 의료비 폭증으로 결국은 의약분업사태 때처럼 의료수가의 대폭인상과 그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파탄, 보험료의 대폭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건·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비판을 하고,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 상병수당 등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파탄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에 제대로 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아무리 좋은 보장성 강화도 결국은 재정확보와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현실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의료체계 개혁을 통한 비용 절감과 이를 통한 보장성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대안제시 없이 보장성강화만을 주장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올해 3월 7일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정부의 ‘4대중증질환 보장성확대’로 지출이 급증해 2016년 52조6천억인 의료비 지출이 매년 8.7%씩 증가해 2024년 100조에 이르게 될 상황이며, 65세 이상 인구의 급여비가 2016년 38.6%에서 2025년 49.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요양의 경우 2016년 적자가 4천억원이며 25년에는 2조6천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흑자가 20조까지 쌓이게 된 원인은 본인부담비용 때문에 의료이용이 강제로 제한되었기 때문이었다. 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파도 참고 병원에 안 갔던 데에 건강보험 흑자의 원인이 있다. 그러나 국고지원확대와 누적적립금을 통한 비급여의 급여화 등 정책이 당분간 보장성을 강화하는 완충적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라도, 급속한 노령화와 만성질환의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더하여 최근 발표한 문재인 정권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이 재정 악화를 더욱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런지 살펴보면 첫 번째, 비급여의 급여화는 그동안 병원에 가길 꺼리던 환자가 종합병원 내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들게 만들어 급여비용 상승을 야기할 것이다. 두 번째, ‘의산복합체’가 증대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수익구조를 억제할 경우, 의료공급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료수가의 급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세 번째, 정부는 국민의료비부담 중 ‘본인부담금’만을 말하는데, 실제 총국민의료비는 건강보험료+본인부담금이므로 실제 총의료비 부담에서 비용감소는 전혀 없다. OECD의 두 배에 달하는 진료비를 감소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보장성 강화는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밖에 안 된다.

공적의료체계만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주장이 미흡한 문재인 케어에 대해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들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체계의 획기적 변혁이 있어야만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현재 민간의료체계에 90% 이상 의존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비 상승의 가장 큰 근본원인은 민간의료체계에 있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들은 ‘의료산업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의산복합체 주도로 의료시장을 확대 해갔으며, 그것이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2015년 감사연구원의 연구는 이 점을 잘 드러낸다. 연구에 따르면, 고비용 저효율의 급성기 의료중심의 현 의료공급체계는 인구고령화와 질병의 만성질환화에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보장성 강화에 따라 양적·질적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의료욕구와 민간부문 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의료비 상승의 핵심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급성기 진료에서 만성질환관리 및 예방중심의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구축이 절실하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서도 공적의료체계가 의료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국민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공적의료가 비용을 대폭 절감시킨 사례로는 캐나다의 공적의료체계가 있다. 1970년 미국과 캐나다는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7%로 비슷하였으나, 캐나다의 경우는 1971년 모든 주에서 공적의료에 의한 무상의료가 실시된 후 의료비가 대폭 낮아졌으며 오히려 국민건강이 향상되었다.

쿠바의 경우, 경제력이 낮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기반의 보건의료가 주민들의 행동양식과 생활습관을 변화시켰고 의료비용의 상승 없이도 주민들의 보건건강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쿠바가 선택한 예방보건의료는 치료중심의학처럼 자본집약적이지도, 하이테크놀리지 치료의학처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러한 변화는 백신 및 항생제 개발과 같은 생명과학의 발전이 아닌, 정치적 변화와 사회적 의지가 질병의 유병률, 사망률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가며

소위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자신의 공약에 비추어 보아도 엄청난 후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민간의료체계에 따른 엄청난 비용 상승을 어떻게 공적의료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위에서 우리는 그러한 관점들이 배제된 채 임시변통의 정책들을 나열하거나, 비용절감이나 재정확보에 대한 대책 없이 보장성확대만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재정 탓 만하면서 의료비로 가정이 파탄나는 노동자민중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민간병원 중심의 민간의료체계를 국가차원의 전생애를 통한 체계적 예방시스템과 지역사회 건강 전반을 중시하는 1차 의료중심의 예방의학, 지역별 주치의제도 등 공적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것만이 국민의료비를 대폭적 절감하면서도 건강을 대대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제껏 살폈듯이 건강보험보장성은 그것을 실현할 재정적 정책수단이 중요하지만, 이것은 결국 비용 그자체로 국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의지와 결단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제부터 사적의료체계를 공적의료체계로 전환하는 투쟁을 전면화하자. 그럴 때만이 실질적인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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