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배출제로의 문제점: 탄소 포집 기술은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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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기획] 『사회주의자』에서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사회주의 관점에서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기후위기의 실상을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연재기사를 마련했다. 연재는 △배출감축 목표, △‘순’배출제로, △‘성장제일주의’, △‘정의로운 전환’, △‘시민’들의 청원운동 방식의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해 차례차례 논의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름 아닌 『사회주의자』의 다양한 글들에서 이미 꾸준히 주장해왔던 바로,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이고 사회주의 생태운동을 형성해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자는 것이다. 이번 기사는 두 번째 주제로 ‘순’배출제로와 그것이 전제하는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다룬다.

① 각국의 2050년 배출제로 선언이 공문구에 그치는 이유

② ‘순’배출제로의 문제점: 탄소 포집 기술은 사기다

③ 정의로운 전환, 기후운동판 ‘노동존중’을 넘어설 수 없다

④ 탈성장,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담론

기후위기를 막을 환상의 기술을 쫓는 자본가들

일론 머스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본가 중 하나다.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에 투자해 성공했고 그 후로는 스페이스X라는 민간 우주항공 기업을 설립하여 화성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한편 테슬라를 설립해 전기차를 제조하고 있다. 테슬라는 일이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 되는 재정상태에 있었으나,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작년 한 해 대공황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취한 저금리, 양적 완화로 인하여 주식 가격이 1년 사이 4배 이상 폭등하였다. 이것은 머스크에게 세계 제1의 부자라는 타이틀을 가져다 주었다.

마치 자신이 대단히 ‘힙’한 자본가처럼 행세하는 머스크는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1월 21일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捕執)할 수 있는 ‘최상’의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서 1억 달러(한화 1,108억 원)를 상금으로 주겠다고 발표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의해 발생한 것인바,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하는 기술만 있다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위기이기를 멈출 것이다. 또한 지구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석연료가 다 사라질 때까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환상의 기술이 여태껏 나오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화성까지 가는 로켓까지 개발하려고 덤벼드는 자본가가 무려 탄소 포집 기술에 1억 달러라는 상금까지 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기후위기를 막겠다며 ‘기행’을 보인 자본가는 일론 머스크가 처음은 아니었다. 기행하면 빠지지 않는 인물로 버진 아메리카, 버진 애틀랜틱,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항공사를 거느린 버진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전력이 있다(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7장 ‘구세주는 없다’에서 리처드 브랜슨의 기후위기 대응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브랜슨은 2006년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강연을 들은 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바이오 연료 및 여러 기술 개발에 향후 10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1년 후 ‘버진 어스 챌린지’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연간 10억 톤의 탄소를 대기 중에서 격리하는 방법을 알아낸 첫 발명가에게 2천5백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10년이 지나도록 아무 성과가 없었고, 사실상 제대로 투자가 이루어진 곳도 없었다. 그 사이 그는 저가 항공사 버진 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서 버진 그룹 계열 항공사들의 온실 가스 배출량은 급증했다. 버진 어스 챌린지의 경우에는 2010년 11월 2,500개 이상의 출품작이 있다고 했으나 쓸 만한 것은 거의 없었고, 2011년 11월에 가까스로 후보작 열한 개를 발표했을 뿐이다. 더욱이 2011년에 와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은 사라지고, 브랜슨은 탄소 포집 기술을 대기 중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상품화해 재활용하는 수단으로 접근했다. 예컨대 2011년에 발표된 후보작 중 몇몇은 대기 중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원유 채취에 이용하는 것이었다. 나오미 클라인의 말마따나 “리처드 브랜슨은 우리가 석유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것을 약속한 것에서 훨씬 더 많은 석유를 추출해 태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을 지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탄소 포집 기술은 사기다

애초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격리하여 별도 공간에 저장하는 이른바 ‘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흡수제나 아민 용제, 칼슘염을 이용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방법은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은 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탄소 포집 기술의 존재와는 별도로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어 실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풀리고 있지 않다.

우선 탄소 포집 기술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생태학 학술지 『에콜로지스트』는 작년 11월 13일 「이산화탄소 제거는 형편없다」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이 글에 따르면 1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하려면 3,700테라와트시의 전기가 소요된다고 한다(2018년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배출된 이산화탄소양은 36.4기가톤이다). 이것은 2018년 전세계 풍력, 태양광 발전 용량의 두 배에 해당하고(2019년 BP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풍력, 태양광 발전 용량은 1,853 테라와트시였다), 이를 위한 전력 설비를 갖추는 데에만 스리랑카 국토 전체만큼의 면적이 소요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 탄소 포집 기술은 혹 떼려다 혹을 붙이는 기술이다. 탄소 포집과 저장, 활용 등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가지고 탄소 포집 설비를 가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탄소 포집 설비 가동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화석연료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 결과 탄소 포집 기술은 대기 중에서 포집, 격리하는 이산화탄소량보다 관련 설비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훨씬 더 많은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해도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저장할 방법이 부족하다. 저장시설의 경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염분을 머금은 지하수 층인 염대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 저장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 역시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결국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것이 이른바 ‘석유회수증진법(Enhanced oil recovery, EOR)’이다. 이미 석유를 많이 추출하였다거나 하는 이유로 원유가 아직 남아있으나 이를 뿜어 올릴 압력이 부족한 유전에 물이나 화학물질 등을 주입하여 남아 있는 원유를 추출하는 방법이 석유회수증진법이다. 그런데 대기 중에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런 땅 밑 깊은 곳에 있는 유전에 주입하여 원유를 추출하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산화탄소를 기후위기의 원인이 아닌 지속적인 화석연료 사용을 위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고, 이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는 것이다. 요컨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탄소 포집 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에콜로지스트』의 글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탄소 포집에 들어가는 전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로 추출된 석유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 등을 고려할 경우,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하는 데 1.4∼4.7톤이 배출된다. 한편 일부 연구는 탄소 포집 기술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2.5기가톤을 흡수할 수 있고, 2050년까지 8∼10기가톤을 흡수할 수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현재 가장 대규모로 가동되는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 설비도 연간 0.000004기가톤(4천톤)을 흡수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탄소 포집 기술로 기후위기를 막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의 영구 폐쇄: 탄소 포집 기술의 실상을 보여주다

이러한 탄소 포집 기술의 실상은, 지난 1월 29일에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의 영구 폐쇄가 발표된 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는 텍사스 휴스턴시 인근에 있는 화력발전소인 W. R. 패리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여 82마일(약 131km) 떨어진 웨스트 랜치 유전으로 보내 석유 추출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탄소 포집 기술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를 칭찬하기 바빴으나 실상은 그와 달랐다. 10억 달러(정부 보조금 1억9천5백만 달러 포함)를 들여 건설한 탄소 포집 설비는 발전소의 모든 발전기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한 발전기에만 설치되고, 이 발전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중 33%만을 간신히 포집할 수 있었다. 또한 발전소 전체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7% 정도 포집하는 데 그쳤다(2017년 배출된 이산화탄소 15,294,962톤 중 1,071,016톤 흡수).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는 탄소 포집 설비를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을 생산하는 별도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야 했다. W. R. 패리시 발전소와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를 소유한 기업인 NRG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포집 설비와 이 설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에 잦은 문제가 발생하여 3일에 한 번꼴로 가동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탄소를 운송하는 파이프에 문제가 생기거나 탄소 포집 설비 냉각에 사용되는 물 공급 문제 등 다른 여러 문제들도 허다했다.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를 결정적으로 좌초시킨 것은 유가 하락이었다. 탄소 포집, 저장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유전에서 석유회수증진에 이용될 이산화탄소를 파는 것으로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탄소 포집 설비를 유지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유가가 필수적이었다. NRG의 전 사장 데이비드 클레인은 2015년 유가가 배럴 당 75달러에서 100달러 일 때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2020년에 들어 유가가 폭락을 한 것이다. 그 결과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는 작년 5월 1일부터 운영이 중단되었고, 올해 1월 29일 영구 폐쇄되는데 이르렀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포집 프로젝트였던 페트로 노바는 사라진 것이다.

[사진: 페트로 노바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던 W. R. 패리시 발전소 전경]

탄소 포집 기술을 전제로 한 ‘순’배출제로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탄소 포집 기술은 기술적으로 상용화될 가능성도 매우 낮은 상태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기는커녕 되레 늘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터무니없는 기술이 마치 기후위기를 막을 유력한 해결책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2018년에 발표되어 기후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경우에도 ‘넷제로’, 즉 음의 배출을 허용하는 ‘순’배출제로를 상정하고 있다. 음의 배출은 지난 연재 기사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산화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여 배출량을 상쇄시키는 경우를 포함한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네 가지 ‘순’ 배출량 감축 모델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하나의 모델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이오에너지·탄소포집저장(BECCS)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2050년 ‘순배출제로’를 선언한 많은 나라들 역시 그것을 달성할 수단으로 탄소 포집 기술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를테면,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관련하여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움직여 2050년 넷제로 법을 통과시켰으나, 배출 감축을 위한 구체적 행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는 8억 파운드를 배정하였다. 또 험버강 남부 산업지대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북해 유전 속에 저장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권은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탄소 포집 기술에 투자하여 2025년까지 중규모 및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미온적이었던 미국 정부의 경우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 50억 달러를 허비했다.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도 탄소 포집 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어서 이 분야 전문가인 제니퍼 윌콕스를 에너지부 화석연료 담당 차관으로 임명했다.

즉각적인 탈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답이다

탄소 포집 기술에 많은 문제가 있고 현실성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가들이 계속 이 기술에 집착하고 각 나라들이 탄소 포집 기술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탄소 포집 기술이 겉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처한다는 인상을 주지만 기존 사회경제체제는 전혀 손상시키기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오미 클라인은 “우리의 생활양식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당연히 버진의 비행기 이용을 줄이지 않으면서도—우리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브랜슨의 모든 다양한 기후 제안 기저에 있던 가정”이라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이 기술대로라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최근에는 엑슨모빌과 같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탄소 포집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탄소 포집 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는 방해물 역할을 한다. 탄소 포집 기술이 정말 등장하면 기후위기는 전혀 걱정할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위기 대응에 당장 나서는 것을 어렵게 한다. 자본가들 역시 조만간 탄소 포집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화석연료의 사용을 계속 지속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탄소 포집 기술과 그것을 상정한 순배출제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기술적 해법에 수많은 자원과 돈을 허비하며 매달리고 과감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계속 뒤로 미루려고 하는 것은 인류가 처한 비상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더욱이 이런 현실성 없는 기술을 기다리는 것 말고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더 쉽고 단순한 길이 있다. 그것은 빠르고 과감하게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해가는 것이다. 그릇된 샛길로 빠지지 않고 우리는 이 길로 곧장 들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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