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평화가 아닌 사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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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광호/사회주의자]

박근혜 정권은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도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를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그것이 국경을 초월하여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라는 원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오직 ‘국가방위’나 ‘남한정부의 이익’이라는 부르주아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미 많은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의견에 직면해 있다.

사드는 애초 장거리용 방어체계이기에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는데다가, 포대 1개당 1조5천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수준의 배치비용이 든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는 결국 동아시아 전체에 군비경쟁을 불러와 더 큰 위협과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또한 이것이 근본적으로 미국 군수산업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탄핵정국을 통해 사망판정을 받고 생명유지장치에 기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 정권이 여론을 신경쓰지 않은 채 사실상 미국정부와 미군의 입장만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있는 힘껏 피력하고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처량해 보일 지경이다.

자유주의 정당들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 ‘진보’일까?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에 전념하고 있는 대선주자들 역시 그 ‘처량함’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나있지 않다.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거나, 혹은 비판하더라도 그 결정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비판하는 데 그치며, 사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나아가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도 문제삼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태도를 전면에 드러냈다.

여권으로 분류되는 바른정당 소속의 유승민 의원은 “사드 배치를 하루 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분쇄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하며, 사드 배치는 하루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에서 강력한 제재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정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빨리 사드를 배치해야 (국제적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미 제국주의와 동맹한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온 보수진영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야권 진영은 어떨까? 혹자는 말한다. 적어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혹은 자유주의 진영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 그래도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같은 수구세력들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과연 그럴까?

자유주의자들은 평화의 편이 아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사드 관련 태도를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들 역시 기존의 대립적이고 대결일변도적인 국제정치구도 그 자체를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재인 전(前)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이렇게 도발을 계속해 나간다면 국제사회 고립은 말할 것도 없고 김정은 정권의 앞날까지도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 “만에 하나 북한이 우리 정세에 무슨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안보관’을 어필하였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에 관해서는 “국내에서의 공론화 절차가 부족,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려는 노력의 부족”만을 언급할 뿐, 사드 그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실상 긍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이나 주한미군 배치 문제의 경우 “한국 안보는 물론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도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차기 정부가 합리적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에는 “사드배치 찬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야말로 특전사 출신다운 냉전주의적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사드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하는 과정은 잘못됐다”고 말하며 일견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비판은 오직 ‘절차상의 하자’라는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미 군사동맹 간 합의가 된 것을 얼른 뒤집기는 쉽지 않다”면서 사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더해 “현실은 유감스럽지만 중국 지도자들이 사드 배치를 존중해줬으면 한다” “사드를 우리 모두의 이익으로 만들고 주변국과의 평화공존을 이뤄낼 수 있도록 차기 정부를 주목해 달라”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빈곤하기 짝이 없는 국제정치 감각, 아니 빈곤하다는 표현조차 아까운 상식의 수준을 드러내버렸다는 것은 덤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前) 공동대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는 지난 2월 8일,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국가간 협약은 다음 정부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사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 역시 박근혜 정권의 사드 배치 추진에 관해서는 “중국의 협조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에 국익에 손상이 났다”며 비판하지만, 그 비판은 결국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남한정부와 남한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중심에 둔 비판일 뿐이다. 또한 “중국이 (우리에게)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드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안철수의 발언을 보면, 그 역시 비현실적인 냉전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광화문 촛불집회나 성주 집회에 참석하면서 사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여러 집회에서 사드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만 높일 뿐”이라고 발언하는 한편,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은 해야 한다”는 화법으로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재명의 이런 행보만 본다면, 그가 마치 한반도 평화의 전도사이자 반(反)제국주의 투사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의 발언 전반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사드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 안보에 도움되지 않고 경제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대한민국 안보와 국익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이재명 역시 근본적으로 ‘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자본주의적 프레임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드러내 준다. 그 본색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인 2월 13일에 드러났다. 그 날 이재명은 군부대를 방문하고 북한을 규탄하면서 군의 첨단화를 공약하고는 이것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표면상 사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이유는 위에 언급한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와 주민의 동의 없는 절차적인 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반대가 한미동맹 반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밝히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상정이 낸 입장을 보면, “북한의 막무가내 미사일 도발을 엄중히 규탄하며, 정부도 미사일 분석 및 대비태세 점검 등 엄정한 상황관리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아무리 입으로 진보를 표방하더라도, 자본주의 국가의 의회에서 의석과 표를 얻어내기 위한 선거정당의 길로 나아간다면, 결국 자본주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언어와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훌륭한 반면교사라 하겠다.

자유주의자들 역시 미 제국주의와의 동맹자들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월 10일, 사드를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배치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또한 무기체계와 관련한 사안은 국회의 동의를 받을 사안이 아니라며, 전국적인 반대여론에 대해 일체 신경쓰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다. “무기체계는 의회 동의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라는 황교안의 발언은, 자본주의체제의 본질을 솔직하게 드러내주는 말이다. 즉,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국가란 인민의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인민의 뜻을 무시하고서라도 자본 및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의사결정구조는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이다. 황교안의 발언은 그런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일깨워주고 있다.

사드 배치의 ‘절차적 하자’ 측면만 비판할 뿐 사드와 한-미 군사동맹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는 자유주의적 경향의 대선주자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현 정권과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자들 역시 자본의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활동하고 있다. 남한의 자본가계급 자체가 미 제국주의와의 동맹을 자신의 존재기반으로 삼고 이익을 얻기 때문에, 이 자본가계급에 기반한 자유주의 세력 역시 수구세력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패권이나 한-미 동맹에 맞서 싸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남한의 자유주의 세력은 겉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사드 추진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자신들 역시 사드 배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드 관련 대선주자들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현 상황과 시스템을 바꿔낼 자들이 아니다. 체제 자체를 바꿔낼 진정한 동력은 부르주아 정치인들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 자체를 문제삼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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