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타격이라는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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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의 발언 이후, 선제 타격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같은 날 미 외교협회가 추최한 ‘북한 핵도발과 중국의 역할’ 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였다. 경향신문 10월 5일자 보도에 의하면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4일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있다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9월 21일 국회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서라면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 김정은 정권 붕괴 등 가능한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월 10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임박한 징후가 있을 경우엔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선제 타격 발언이 미국과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선제 타격 발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연일 북한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탈북선동까지 하고 있다. 이것들이 서로 맞물려 마치 한반도에서 전쟁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

선제 타격론이 대두되는 이유

전쟁이라는 수단은 그 동안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선택하지 않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택할 수 없었던 수단이었다. 미국은 그 동안 전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없어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와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큰 타격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제 타격도 일종의 전쟁 행위로 예외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선제 타격을 선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함에도 지금 선제 타격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선제 타격론이 대두되는 것은 미국이 대북 정책의 실패로 좌절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권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무대응의 정책은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핵무장력의 강화를 야기하였다. 결국, ‘전략적 인내’는 완전히 실패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했지만, 북한은 제어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를 선제 타격이나 체제 교체를 거론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선제 타격론이 대두되는 것은 미국을 그대로 따라하는 측면도 있지만,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근혜정권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비례하여 선제 타격론은 더욱더 요란해졌다. 작금의 사정으로 볼 때, 박근혜정권은 궁지에 몰리기 전에 개헌과 국지전을 통해 정세주도권을 회복하려는 매우 반동적인 기도를 획책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박근혜정권이 무력화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선제 타격은 망상이다.

선제 타격론은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이 소형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전에 북한을 선제 타격하여 핵시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있다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을, 북한의 구체적인 전쟁행위도 없이 무모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극히 터무니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심각하게 검토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후자를 집중적으로 검토해보겠다.

ⅰ) 징후를 어떻게 알 수 있나?

후자는 ‘북한이 미국을 향하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그런데 이 전제는 한번 들을 때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커다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발사하려는 징후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북한이 발사대를 이동하고, SLMB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징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있다고’ 미국이 판단하는 것으로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사실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아닌데, 미국이 징후로 판단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미국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오판하여 선제타격을 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ⅱ)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전면전, 그것도 핵전면전을 의미한다.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된 경우는 역사상 한번,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의한 일본 공격 밖에 없었다. 미국만이 아니라 소련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이후에는, 핵무기 보유국 사이에서 핵무기는 실제로는 사용될 수 없는 무기가 되었다. 그래서 핵무기는 핵억지력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은, 그 평가가 어떠하든, 현재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했던 것은, 이것이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핵보유국에 대한 침공은 한번도 있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침공하는 나라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핵을 보유하는 나라는, 상대방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침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때문에, 핵보유국인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은 단순한 선제 타격으로 끝나지 않고 핵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선제타격은 한반도가 핵무기에 의해 초토화되고, 미국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한민족이 멸족의 위기에 처하고, 미국의 몇 개 도시가 핵무기의 공격으로 초토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말로 끔찍한 것이고,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예상한 채, 선제타격 운운하는 것은 망상중의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제 타격은 망상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이 선제타격을 선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선제타격론이 미국에서 대두된 것은, 미국이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선제타격론이 증폭된 것은,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선제타격 운운할 때, 박근혜정권이 이를 증폭시킨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대재앙이 초래될 선제타격론을 앞서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욱 증폭시킨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실제로 미국이 선제타격을 선택할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글에서 선제타격론을 비판하는 것은,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망상인지를 환기시키고, 향후 전개될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대선 이후,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게는, 과거와 달리 우선 다루어야 하는 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비록 원하지 않더라도, 결국 북한과 협상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순순히 협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을 하기 전에, 그리고, 협상을 위해서도 미국은 차기 정권 초기에 지금보다 더한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선제타격론은 북한에 대한 위협용으로 지금보다 더 자주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 부화뇌동하여 국내의 수구세력은 이를 증폭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선제타격론은 협박으로 끝나고, 미국은 협상의 길로 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점을 잘 읽고, 냉정하고 자신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위험을 증폭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반대하여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있을지도 모르는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인 악화라는 일시적 현상에 현혹되어 위축되지 말고,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 자신감을 갖고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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