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촛불투쟁의 요구를 부정한 문재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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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이 8월 9일 가석방이 결정된 지 4일 만인 지난 8월 13일 출소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86억 원을 횡령하고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이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수감생활을 마무리한 것이다. 86억을 횡령하여 뇌물로 이용한 중범죄를 짓고도 2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실형을 받고 난 후 형기의 60%정도만을 채우고 석방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거기에다 이재용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과 프로포폴 투약으로 조사, 재판 중인데도 말이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형집행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나, 다른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재소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통계를 뽑아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1% 미만의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특혜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적폐세력인 재벌을 대표하는 이재용에 대한 특혜를 준 것이다. 이러한 특혜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가들을 비롯해 사법부, 수구언론, 수구세력과 자유주의세력, 그리고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이 나라 지배세력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가능했다.

이재용을 석방하기 위한 지배세력의 노골적인 노력

이재용에 대한 특혜는 사법부에서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법원은 2017년 8월 25일 1심에서 이재용의 범죄에 대해 5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지만, 2018년 2심에서는 뇌물액수를 89억에서 36억으로 감형하고 형량도 2년 6개월로 대폭 감해주었다. 그리고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는 삼성전자에 ‘준법감시위원회’설치를 제안하며 사실상 형량을 낮추어주려는 사상 초유의 특혜를 베풀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21년 1월 17일 파기환송심에서 36억의 뇌물액수는 86억으로 올라갔지만, 2년 6개월 형량 그대로 솜방망이 실형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4월 법무부는 형기의 80%이상을 복역한 이들을 대상으로 가석방을 추진하는 절차를 완화해 60%만 채워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법무부는 이렇게 개정한 이유로 ‘수용시설이 포화되어 있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범수용자의 사회복귀 촉진’을 들고 있지만, 이후 진행된 자본가들과 정권의 이재용을 석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다면 이런 규정 개정이 우연한 일이 아님은 분명해진다.

자본가들과 문재인 정권은 이재용을 풀어주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그 주요 움직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지난 4월 16일 경총 회장인 손경식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통해 ‘이재용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 문재인 대통령 방미를 앞둔 지난 4월 27일에는 경총 등 5개 경제단체가 청와대에 이재용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며 이재용 사면을 주장했다.
  • 6월 2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4대그룹 총수와의 만남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관한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 사면 가능성을 암시했다.
  • 6월 6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하면서 가석방을 통한 이재용 풀어주기에 나섰다.
  • 6월 14일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면을 거듭 촉구하였다.

수구세력인 국민의힘 또한 자본가들과 하나 되어 이재용 사면을 앞장서서 주장했다. 경총 회장이 이재용 사면을 거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4월 19일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곽상도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CEO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반도체 패권 탈환을 선언했다”, “총수가 수감된 상태로 반도체 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어렵다”며 이재용에 대한 사면을 주장했고, 5월 17일 원내대표인 김기현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또 격화되고 있는 국가 간 경쟁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이재용의 사면을 주장했다.

수구 언론들도 자신들의 광고주인 이재용 살리기에 시기 시기 발 벗고 나섰다. 그들은 “세계는 반도체 전쟁, 이재용 사면 머뭇거릴 이유 없다”(4월 19일자 매일경제신문)면서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재용 사면을 촉구했고, “‘반도체 전쟁’ 지휘할 사령관이 감옥서 상속세 대출상담 받는 나라”(4월 29일자 조선일보)라며 이재용이 감옥에 있는 것을 개탄하기도 했다. 또 “이재용 사면에 “공감하는 국민 많다”면 미룰 일 아니다”(6월 3일자 중앙일보)며 편향적인 여론조사를 동원하면서까지 이재용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재용이 수감되어 죗값을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민심과는 달리, 자본가들을 비롯해 사법부, 수구세력, 자유주의세력, 수구언론 등 한국의 지배세력 대다수는 이재용을 살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 이재용 가석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본가 정권의 본질을 드러낸 문재인 정권

그 중에서도 이재용 석방에서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당사자는 문재인 정권이다. 4월 27일 자본가들의 이재용 사면 건의에 대해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던 문재인 정권이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결국 가석방이라는 편법으로 이재용을 석방한 것이다. 문재인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4대재벌 개혁을 강조하며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이재용 석방에 대해 문재인 정권도 뒤가 켕겼는지 가관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형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과 무관한 듯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에 더해 이재용 가석방이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을 낮춰 이제 복역률 50% 이상이면 대상자가 된다”며 발뺌을 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여론을 들먹이며 가석방의 핑계를 댔다.

문재인 정권은 여론을 고려한 결정인 것처럼 실상을 호도하지만, 사실 문재인 정권의 친자본가 행보는 이전부터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삼성 이재용과 관련해서만 보면 문재인은 2018년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을 만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후 남북정상회담 평양방문에도 이재용을 대동하는 등, 친자본정권의 면면을 보여주기에 바빴다. 중범죄로 재판중인 재벌을 대통령이 스스럼없이 만나는 것 자체가 지배세력에게 이재용은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재용 가석방을 통해 자본가에게 또다시 엄청난 특혜를 줌으로써 스스로 자본가 정치세력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촛불투쟁의 요구를 부정한 문재인 정권, 이제 제2의 촛불을 들 때

지난 2016년 촛불투쟁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함께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그 적폐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재벌이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 핵심에는 경영승계를 위한 삼성의 뇌물 제공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을 포함한 재벌이 적폐로 규정된 것이다. 촛불민중의 거센 투쟁은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가게 만들었다. 이재용의 수감 또한 이런 적폐청산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은 2016년 당시 촛불투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자유주의세력이 아닌 다른 대안세력이 존재하지 못한 실정에서 촛불민중은 자유주의세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촛불투쟁에 기대 당선된 문재인 정권은 겉으로는 촛불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했지만, 실상은 촛불민중의 요구를 왜곡하거나 방기하면서 결국 이전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자본가 정치세력임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이명박 구속 정도를 제외하면 적폐청산뿐 아니라 촛불민중이 제기한 또 다른 요구인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도 제대로 실현하지 않고 외면해왔다.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철폐의 요구도, 최저임금 1만원의 실현도 이루어내지 못했고, 부동산 문제, 실업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 정권이 다시금 촛불민중의 요구를 철저히 거부하고 자본가 편에 서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민중들은 이재용 가석방 그 자체에 분노할 뿐 아니라 촛불투쟁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실현하지 못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의 이재용 가석방에 대해 많은 곳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재용이 가석방이 가시화되고 있던 6월 24일 무려 130개 단체로 구성된 삼성그룹 이재용 석방 반대 노동·인권·시민단체는 “만일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한다면, 청와대가 그동안 밝힌, 5대 중대범죄자의 사면권을 제한하고,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약속을 뒤집는 것이 된다. 유전무죄의 불공정 사회는 대통령도, 재벌 총수도 죄를 지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기대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뜻을 져버리는 것이기도 하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이 가석방되던 당일에도 금속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게 나라냐”며 촛불투쟁에 등장했던 구호를 외치며 반대하기도 했다.

이미 민중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또 청년들의 경우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촛불을 들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이런 민중의 분노를 외면하고 또 촛불투쟁의 요구를 부정하며 자본가에게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 이러한 정권의 행태는 민중의 분노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비록 그것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폭발은 머지않았다. 이제 촛불투쟁의 요구를 무시하는 지배세력에 대항해 제2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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