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일당 해체와 민주주의 확장투쟁

0
1403
[사진: 한국일보]

박근혜가 탄핵되었지만, 갈 길이 멀다. 박근혜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은 박근혜 혼자 힘으로 대통령이 되고, 이 모든 비정상적 행위들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은 박근혜를 버리고 등을 돌렸지만, 수구언론은 박근혜 집권의 일등공신들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주의, 재벌 역시 박근혜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박근혜를 지금도 결사옹위하는 새누리당이야 말로 박근혜란 괴물을 만들어낸 핵심세력이자, 박근혜와 함께 청산되어야 할 1순위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어차피 죽을 거 막가자는 식인지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분노를 유발시키는 일이겠지만,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최경환은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당일에도 박근혜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며 표결에 기권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정현은 여태껏 장을 지지지 않고 있다. 이미 성주 사드배치 결정으로 지역주민들에게는 퇴출 1순위가 된 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 이완영은, 영천·청도 국회의원 이문희,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함께, 청문회에서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가 최순실이 아닌 고영태의 것으로 몰아가기로 사전에 모의한 것이 드러났다. 춘천 국회의원 김진태는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막말을 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스스럼없이 거리에서 친박단체들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친박 인사인 정우택이 선출되었다.

박근혜가 민중의 압력으로 탄핵소추된 상태지만, 박근혜를 만든 핵심 세력 중 하나인 새누리당은 여전히 패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마치 이러한 추악한 행동들을 통해, 이제 해체되어 사라지는 것 말고는 다른 운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려고 혈안이 된 듯 하다.

박근혜가 탄핵돼도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잔당들

민중은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 그리고 박근혜를 낳은 세력들을 해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쓴 것처럼, 새누리당은 여전히 위와 같은 추악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인가?

『내부자』란 영화의 유명한 대사는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바로 이 ‘개돼지론’으로 현재 정세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민중이 들고 일어나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고 자신들에게도 다시 재기할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추정이 아니라 실제로 친박의 우두머리 서청원에 의해 명확하게 표명된 생각이다. 12월 13일 새누리당 내 친박들을 추슬러 만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서 서청원은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다”고 박근혜를 비호하면서 “임기가 3년 반 남았다. 흔들리지 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청원은 우리에게는 끔찍한 진실을 말한 것이다.

현재 국회는 민중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부르주아민주주의가 중시하는 ‘대의성’ 자체가 부재한 의회가 현재의 20대 국회이다. 20대 총선 결과는 그 당시만 해도 박근혜에 대해 분노한 민중들의 심판을 의미했다. 새누리당은 확 찌그러들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28석을 차지했고, 야당들이 과반 이상을 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여소야대 국회조차 10월말부터 전개된 민중의 거대한 진출에 의해 전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했다. 만약 지금 당장 다시 총선을 치른다면, 새누리당은 존재 자체가 사리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는 국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조항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현재 국회는 이미 역사적으로 퇴물이 된 정치인들을 3년 반 동안이나 성난 민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은신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 은신처에서 수구반동 세력들은 시간이 지나면, 투쟁도 사그라지고 보수세력으로부터의 지지도 다시 회복하여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은 이 3년 반이란 시간동안 잠자코 있지도 않을 것이다. 온갖 패악질을 부리며 자신이 누리던 권력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의 투쟁이 더 철저하고 더 과감하게 전개되지 않는다면, 이런 파렴치한 수구세력은 해체되지 않은 채 살아남을 것이다. 박근혜 퇴진에 머무르지 않고, 박근혜를 만들어낸 세력들을 완전히 몰아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욱 확장하는 투쟁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박근혜일당 해체는 중요한 민주주의 과제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박근혜의 수구세력 잔당을 완전히 해체하여 정리하는 것은 박근혜 퇴진투쟁의 중요한 민주적 과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수구세력은 수십년 전 이 땅에서 완전히 청산되었어야 할 존재였지만 그러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이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87년 6월 항쟁으로 통해 민중은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때 쟁취된 민주주의는 제한된 민주주의였다. 해방 이후 그리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한국을 지배하온 수구독재세력을 완전히 청산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권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고 민중의 거센 반독재 요구에 잠시 후퇴해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87년 체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박근혜로 대변되는 수구세력이 살아남아 집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의 집권으로 이렇게 제한적으로 진전시킨 민주주의조차 후퇴하게 되었다. 노동운동 탄압, 노동개악, 전교조 법외노조화, 종북몰이 통진당 해산 등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 아울러 진작 청산되었어야 할 세력이 살아남아 지배권력을 쥐게 되니, 정치적 부패상태가 더 심해져서 기상천외한 행태와 각종 도덕적 타락현상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정리되었어야 할 수구반동세력을 철저히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임을 교훈으로 삼고,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12월 21일, 새누리당 비주류 34명이 탈당해서 보수신당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과거를 세탁해도 근본적으로 박근혜와 함께 한 일당들이라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민주주의를 확장하자

민중을 거리에 나서게 한 배경에는 악화되는 삶의 조건에 대한 불만이 놓여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중은 자신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들을 적극 제기하고 쟁취해가야 한다. (이런 배경에 대해서는 필자의 기사, “박근혜를 퇴진으로 내몬 근본동력”을 읽기 바람.)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박근혜가 자행한 민주주의의의 후퇴에 분노한 것도 민중이 투쟁에 나서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민중은 박근혜가 훼손시킨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적극 투쟁할 것이다. 그러나 민중은 그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참을 기회로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을 더욱 확장하기 위한 투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미 역사적으로 퇴물이 되었으나 국회를 은신처로 삼아 버티기에 들어간 새누리당 해체요구가 민중 속에서 거세질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 해체요구가 민주주의 확장 투쟁과 결합될 여지가 충분히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행 제도틀 안에서는 국회를 거점으로 삼은 수구세력을 몰아낼 수 없기 때문에, 현행 제도틀을 넘어서는 투쟁 요구가 나와야만 한다. 이를테면 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 형태인 소환제가 그런 요구 중 하나일 수 있다.

소환제는 박근혜 퇴진투쟁을 계기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04년부터 주민소환제가 추진되어, 2007년에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절차와 방법이 까다로워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지만 소환제가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 논의 역사도 짧지만은 않다. 심지어 박근혜 조차 소환제 추진을 약속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소환제 추진은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소환제가 입법화되지 못한 것은 의회 내 정치세력들이 제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한 결과이다. 선거 때가 되거나 여론이 안 좋을 때마다 민심을 만족시키려고 소환제를 거론했으나 정작 이를 실현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전혀 입법추진이 안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화했다. 박근혜 퇴진투쟁 과정에서 “새누리당 해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패악질을 보면서 소환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주류 언론에서조차“”일 못하고 민의 거스르는 국회의원, 파면이 정답?””(머니 투데이), “”울화통 터지는 국회의원은 리콜 안됩니까?”(한겨레)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고 있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더민주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법’을 12월 8일 발의하였다. “임기가 3년 반 남았다. 흔들리지마라”라며 내부 단속하며 민중을 개돼지로 여기는 정치인을 둔 민중의 입장에서, 소환제는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소환제가 제도화되고 실제 의원을 소환하여 퇴출시키는 과정이 간단치 않겠지만, 성공한다면 민중에게 자신감을 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투쟁은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박근혜게이트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 이상, 박근혜 밑에서 수족으로 일하며 권력의 꿀물을 나누어 마시던 대학교수 출신 관료들이 다시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대학으로 돌아가는 일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대학교수 출신 관료들이 대중의 압력이나 학생들의 투쟁에 의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있다. 김상률(전 교육문화수석)이 숙명여대 학생들에 의해, 김종덕(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홍익대 학생들에 의해 복직이 저지되었고, 김종(전 문화체육부 차관)은 한양대에서 직위해제 되었다.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저지 투쟁의 승리가 박근혜 퇴진투쟁 직전에 일어나 향후 투쟁의 전조가 되었다면, 고려대학교에서 미래대학을 철회시킨 것은 퇴진투쟁에서 분출한 거대한 민중의 힘이 다른 사회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확장된 민주주의 투쟁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대학은 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조정 정책과 연계되어 있었다. 실제로 올해 초 박근혜는 사립대 총장 몇몇과 간담회를 하며 대학구조조정을 총장들에게 신신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미래대학 정책에 반대해 11월 24일부터 고려대 학생들은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대학 내부 구성원의 반대와 박근혜가 탄핵상황에 몰려 미래대학 정책이 힘을 잃은 상황이 겹치면서 결국 총장은 이 정책을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민주주의 후퇴와 억압으로 억눌린 사회의 여려 부문들에서 박근혜 퇴진투쟁을 계기로 다양한 방향으로 투쟁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심지어 중앙일보조차 이런 상황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2월 14일자 기사 “속 시원히 할 말 하는 ‘사이다 시대'”에서 “”국민 승리했다” 탄핵 경험이 일상 속 부당함 거부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거대한 퇴진투쟁 이면에 놓인 민중의 불만을 급진화시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의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민주주의 요구를 적극 제기하고 확장하는 투쟁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노동개악 철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국가보안법 철폐, 앞서 사례로 든 소환제 요구 등 여러 민주주의 요구를 적극 제기하고 투쟁을 만드는 것, 이러한 투쟁이 현재의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 민주주의를 최대한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