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우리가 승리했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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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30분, 헌법재판소 소장 대행 이정미 재판관의 차분한 목소리가 안국역 사거리에서 담담하게 울려퍼졌다. 이정미 재판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긴장어린 표정을 짓거나 때로는 커다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합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가결되는 순간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거친 함성과 울먹이는 소리, “우리가 승리했다!”라는 외침과 함께 현장의 모두가 얼싸안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민중의 뜻에 의해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지난해 12월 9일, 지배계급의 울타리를 넘어 커져만 갔던 촛불집회에 놀란 국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91일만의 결과다. 헌법재판소 앞을 점거했던 탄핵반대 수구세력의 발악과 달리 박근혜 탄핵을 가능케 한 건 헌법재판소 이전에 19차례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500만 명의 분노한 민중이었다.

민중의 분노와 박근혜 정권의 몰락

박근혜 정권은 수구언론과 재벌, 그리고 이제는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과 지역주의 등 한국사회의 가장 후진적이고 반동적인 요소들의 총집합으로 탄생했다. 취임 직후 자행된 각종 노동개악과 철도 민영화,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이 본질적으로 민중에 적대적인 정권임을 노골적으로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왜곡된 역사를 강요하는 국정교과서와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사드배치,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사회적 불평등과 악화일로의 삶은 민중의 분노를 누적시켰다. 이러한 분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완패로 확인되었다.

총선 이후에도 박근혜 정권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은 모험적인 대북정책으로 수구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사드배치를 전격적으로 결정함과 동시에 지배계급 내의 투쟁에만 전념했다. 같은 이해관계였던 조선일보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폭로하며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비난과 함께 주필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각종의 추문과 권력투쟁으로 얼룩졌던 박근혜 정권은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른 섶에 불이 붙듯이 민중의 분노와 저항은 커져만 갔다.

폭발한 민중의 분노는 모든 정치세력을 압도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친박세력은 몰락했고 한때 4월 퇴진을 내걸고 탄핵 흐름에서 이탈하려 했던 소위 비박계는 12월 3일 232만 명의 민중의 기세에 눌려 탄핵에 동의한 후 ‘바른정당’이란 이름의 정당을 창당하여 과거를 세탁하고 박근혜 정권과 거리두기에 바쁘다. 한편 하야 주장은 시기상조라고 민중을 훈계하며 거국내각을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런저런 변명을 덧붙이며 조용히 퇴진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를 외면한 채 마치 자신이 대안세력인냥 행동하고 있다.

조기대선, 정권교체의 계급적 성격

조기대선이 현실화 된 지금, 자칭 대안세력 중에서도 자유주의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이들이 누리고 있는 지지여론은 박근혜와 수구세력에 대한 민중의 반대로 인해 발생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오히려 박근혜 퇴진투쟁의 과정에서 이들의 정치적 본질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탄핵이 거의 확실시 되자 민중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모두가 자신들의 보수적 색채를 드러낸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그들은 근본적으로 자본가계급의 대변자로서 민중의 요구를 진전시키는 것보다, 자본주의 지배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틀 안에서 민중의 불만을 무마하는 데 이해를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장과 안보란 낡은 이념에 갇힌 자유주의세력의 정권교체는 민중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의 허울뿐인 정권교체에 휘둘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직접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 상황이 분노한 민중의 투쟁과 저항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분노의 저변에는 박근혜 정권만큼이나 구제불능인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깔려있다. 사상 최대에 이른 청년실업과 한계치에 도달한 가계부채, 답이 없는 주거문제와 소득불평등은 민중의 분노가 사회경제적 토대에 기인하고 함을 증명한다. 실제로 언론과 정치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라 재단한 정국에 대해 민중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에서 나아가 ‘부역세력’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재벌해체를 요구해왔다.

민중의 요구를 급진화하자

이제 민중의 요구는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들로 확장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 형태인 소환제가 그런 요구 중 하나일 수 있다. 만약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에 대한 민중의 직접소환이 이루어진다면 소환제가 없는 국회의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재의 결정에 모든 것을 위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 하의 노동개악을 철폐하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등 민중을 억압하는 적폐를 일소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미 민중은 단순한 정권교체만으로 자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더 나은 대리인을 뽑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장 박근혜 탄핵 국면에도 줄어들지 않는 살인적인 노동착취와 구조조정,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확장된 민주주의와 사회 전반의 변혁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탄핵 가결은 침체되었던 변혁운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고 그간 억눌려온 민중에게 자신의 요구를 힘 있게 제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중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것 자체가 민중에게는 커다란 자신감과 자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민중은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로 대표되는 자본의 대리인들이 조종하는 거짓된 정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제2의 박근혜와 최순실을 뽑는 것이 아니라 억압받는 자들 스스로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중에게 있어 본질적인 모순이자 가장 거대한 적폐인 자본주의를 변혁해야 한다.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은 오직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자 스스로의 사업으로 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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