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한 탄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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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찾게 되는 사이트가 있다. 아니 맑스주의가 아니더라도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8-90년대 나온 중요한 사회과학서적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노동자의 책>(laborsbook.org)이다. 필자 역시 <노동자의 책>을 자주 찾는 애용자이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다양한 자료들이 구비되어 있고, 각종 용어 사전도 제공되어, 사회과학을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는 게 공안기관의 입장에서는 마땅찮았나 보다. 공안기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어 <노동자의 책>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황당무계하고 시대착오적 공안기관의 탄압

작년 7월 28일 새벽 6시,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노동자의 책> 대표를 맡고 있는 이진영 동지의 자택을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자행했다. 경찰은 3천여 권의 도서와 1천여 점의 출력문서를 몇 시간에 걸쳐 뒤졌고, 이중 도서 107권, 문건 10여점, 하드디스크, USB, SD 등 저장장치를 압수해갔다.

이 와중에 보안수사대 경찰들이 들이댄 국가보안법 위반 논리는 황당무계함 그 자체였다. 가령 공안경찰은 철도노조의 대의원대회 문서를 이적문서로 규정했다. 이진영 동지에 따르면, 왜 이게 압수대상이냐는 물음에 ‘당신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철도노조의 문서에 담긴 내용은 동일한데 사람에 따라 문서의 성격이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 이미 발행을 몇 쇄나 거듭한 『자본론』을 공부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궁금해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친 『자본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도 이미 전국적으로 『자본론』 학습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안기관은 『자본론』을 읽는 것을 ‘폭력’과 ‘체제 전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해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정말 가당치 않은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몇 차례의 조사가 있었지만, 그 후 공안기관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7월 압수수색 이후의 상황과 관련하여 이진영 동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노동자의 책>을 운영했다. 이런 위축되지 않는 태도는 공안기관이 원치 않는 바일 것이다. 검찰은 새해 벽두부터 돌연 이진영 동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1월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막걸리보안법, 국가보안법

공안기관이 이런 황당무계하고 시대착오적 논리를 들어대며 <노동자의 책>을 탄압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의 존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전신은 일제시기 치안유지법이다. 러시아혁명 이후 사회주의 운동이 급성장하자, 일제는 본국과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을 만들었다. 이승만 정권은 1948년에 이 치안유지법에 기반하여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이미 이 당시에도 국가보안법이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이후 국가보안법 역사는 정권에 맞선 민중의 투쟁을 짓밟는 잔인한 무기로 군림해왔다.

국가보안법이 지닌 큰 문제는 법집행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조항이 제7조(찬양고무등)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국가보안법은 단순히 사실관계의 확인이 아니라 전반적 ‘태양’을 살펴 유죄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법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매우 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막걸리 마시다가 한 소리로도 잡혀간다 해서 ‘막걸리’보안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재정권 시기에는 검찰이 기소하면 판사는 권력기관의 의중에 맞춰 기소장 내용 그대로 판결한다 하여, 국가보안법 재판은 ‘쪽지재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가 거세졌다. 그러나 결국 법 자체를 폐지시키지는 못하였고 헌재의 국가보안법 한정합헌을 강제했을 뿐이고 검찰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면 대개는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향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2000년대 들어 국가보안법의 해석 적용을 “필요한 최소한도”로 적용시킨다는 1조 2항에 따라 무죄판결이 점차 증가하고, 국가보안법 사건이 줄어들다보니 국가보안법이 과거보다는 많이 무뎌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과 관련되었거나 자주통일 운동에 헌신하는 세력은 계속 유죄를 받아왔다.

수구적폐 국가보안법, 수구적폐 공안기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자체가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추세이고 이제는 대다수 민중의 인식과는 괴리된 시대착오적 법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국가보안법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그 법이 존재하냐’는 황당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부활시켜,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가령 새누리당 국회의원 심재철은 이른바 ‘이적단체 해산법’을 입법 발의하여 국가보안법을 더욱 강화시키고자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이버 공간 상의 표현물을 이적 표현물로 규정하고 강제 삭제시키는 일도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공안기관이 현실 감각을 상실한 황당한 주장을 들이대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처벌해달라고 법원에 강자를 놓는 모습은 이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다반사로 볼 수 있다. 가령 해방연대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은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중요한 증거자료로 제시했고, 5·18 민중항쟁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하는 극우인사를 전문가랍시고 증인으로 내세우는 일도 있었다.

이번 <노동자의 책> 탄압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말한 『자본론』과 노동조합 문서 외에도, 공안검찰은 E. H. 카의 『러시아 혁명』(나남), 교육학의 고전 『페다고지』가 이적표현물이라며 문제삼았고, 『공산당선언』, 『무엇을 할 것인가』, 『국가와 혁명』 등 사회주의 고전도 이적표현물이라면서 읽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황당무계해 할 이런 주장을 공안검찰이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가보안법으로 걸면 쉽게 유죄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공안검찰은 과거의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기소장을 빼곡히 채우며 다시금 국가보안법이 예전과 같은 ‘막걸리보안법’이 되길 갈구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시대착오적 존재가 된 국가보안법만큼이나 공안기관 역시 과거 독재시대의 잔재로 민주주의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촛불의 요구

새해 벽두부터 공안경찰이 <노동자의 책> 이진영 동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노동자의 책> 자체에 대한 탄압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이 탄압이 박근혜를 탄핵으로 내몬 거대한 민중 투쟁이 여전히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수백만의 민중이 광화문에 나와 박근혜 “퇴진”, “구속”을 외쳤고, 그 결과 박근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었다. 이와 함께 박근혜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핵심 세력인 수구세력의 민낯이 모두 드러났고, 이 수구세력의 주축 중 하나가 바로 공안기관이다. 공안기관은 독재정권 시절부터 정권유지의 핵심기관이었고, 박근혜가 들어선 이후에는 김기춘, 황교안 같은 공안검찰 출신들이 대거 권력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박근혜가 공안검찰 출신을 선호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공안검찰 역시 박근혜 체제의 충실한 부역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구세력은 민중의 투쟁으로 ‘폐족’이 거론될 정도의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수구세력은 오랫동안 사회 곳곳에, 권력기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척결된 상태가 아니다. 이들은 민중의 투쟁에 의해 뒤로 밀려났지만, 다시금 재기를 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잠시 민중의 투쟁이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이자, 이제 반격의 기회를 찾으며 민중에 대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진영 동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도발을 가볍게 볼 게 아니라, 수구세력이 허튼 짓을 하지 않도록 이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폐지를 촛불의 핵심 요구로 삼아야 한다. 이진영 동지의 탄압에서 볼 수 있듯이, 수구세력이 반격의 수단으로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무기가 바로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이기 때문이다. 10월말부터 분출한 민중의 투쟁은 박근혜로 인해 후퇴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의 확장과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고 있다. 70년 동안 수많은 민중을 괴롭히고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간 국가보안법 폐지야 말로 민주주의를 크게 확장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수구적폐 국가보안법, 공안기관의 청산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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