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비정규직노동자 사망: 비정규직 “제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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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태안화력 시민대책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동지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가 비정규직으로서 제대로 된 안전조치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다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김용균 동지가 바로 얼마 전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해 불법파견·비정규직 철폐 및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릴레이 인증샷 운동에 참여했던 청년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간의 슬픔과 분노는 더하였다.

노동자에게 부담과 희생을 떠넘기는 외주화의 온상이던 발전소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중 하나인 한국서부발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 자회사들은 공기업이지만, 그 내부를 보면 수많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MF 금융위기 이후로 수익성의 논리가 공공기관들을 지배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이들은 노동자들이었다.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공공부문 민영화 및 공기업 분할이 급속도로 추진되는 것과 함께 노동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주화와 하청계열화를 추진하여 비정규직이 급증하였으며, 노동조건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한국서부발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서부발전은 정비 및 유지보수 업무, 방재업무 등에 468명의 하청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김용균 동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김용균 동지는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그가 해온 업무에 대해서는 원청의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에 불법파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 동지를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나온 후인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란 이유로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하였다.

김용균 동지의 주요 업무는 기계장비 이상유무 확인, 낙탄 및 고척탄 제거 작업 등이었다. 해당 공정구역은 4~5km에 달하는데다가 야간 위험업무에 해당하므로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그리고 “2인 1조 원칙을 세우고 수행하는 것은 협력업체 책임”이라는 이유로 이 원칙을 공공연히 위반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12월 14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결과 공개 브리핑에 따르면, 김용균 동지가 작업하던 현장은 고속 회전체가 있는 개구부가 전 공정에 걸쳐 수백 곳이 있으며, 몸을 돌리기도 힘든 공간에 고속 회전체가 방호울도 없이 배치되어 있어 중대재해 및 사망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작업현장이었다. 사고 당일 그는 위에 언급한 개구부 안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가 협착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또한 2인 1조 근무조차 보장받지 못했기에, 그가 사고를 당할 때 기계를 멈춰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측에 낙탄제거 등의 업무를 지시한 적이 없고 ‘유지관리 업무’만 주었다고 주장하였으나, 현장조사결과 공개 브리핑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작업지침서 검토 및 승인요청서, 팀장운전지시서, 운영실장지시서 등을 통해 한국서부발전이 한국발전기술의 업무를 직접 사전심의하여 결정한다는 것이 이 날 보고를 통해 드러났으며, 특히 이런 식으로 결정되고 승인되는 업무들 중에는 김용균 동지가 했던 낙탄제거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 192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컨베이어 등의 장치에는 비상시 즉시 운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에도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는 스위치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작업자가 일단 기계 내부로 들어가면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가 없는 구조이며, 거기다가 작업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 스위치를 누르려면 한국서부발전에 연락을 취하여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즉각 대처하여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한국서부발전은 원청으로서 노동현장에 대한 관리감독과 통제를 사실상 하였지만, 노동자에 대한 산재 책임은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업무의 일부를 외주화하여 하청업체에게 맡기는 하청구조 자체의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외주화의 주된 동기 중 하나가 비용절감이기에, 특히 안전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위험한 업무일수록 하도급을 주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청업체 선정 시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가 선정된다. 산업재해가 나더라도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취급되어, 원청으로서는 하청 측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위험한 업무에서는 2인 1조로 근무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실제로는 ‘그건 하청업체의 책임’이라면서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즉 하청구조는 원청에게 실제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온전히 보장하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원청이건 하청업체건 노동자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한도로 줄이려 하니,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기도 한다. 김용균 동지의 경우에도 작업 중에 사용하는 손전등을 사비로 구입했으며, 사측의 책임추궁을 우려하여 분실한 모자 랜턴의 재지급을 요청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청구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08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한국서부발전에서 벌어진 총 58건의 안전사고에서 7명이 숨졌는데 이들 모두가 비정규직이었으며, 부상자를 보면 57명 중 무려 53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그러나 이 사고들은 모두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취급되어, 한국서부발전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그들의 존재는 지워졌다.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왔다.

비용절감이 최우선인 자본주의와 거짓으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하청구조를 없애고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였더라면, 이윤보다 안전을 위해 위험업무에 대한 인력을 충분히 충원하여 2인 1조 원칙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게 하였더라면, 컨베이어벨트 등 위험한 부분이 드러나 있는 기계장비에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했더라면,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안전장비를 지급하였더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그리고 이 인재의 근본 원인은 결국 비용절감만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하청구조 및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그 자체에 있다. 이윤이 생산의 목적 그 자체인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발전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공공부문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통신장애 사태에서는, 지금까지 KT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핵심업무를 계속하여 외주화해온 탓에 정직원 중에 해당 사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외주화 및 하청구조가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위험에 내모는 구조라는 것을 떠나서 보더라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선전과는 달리 실제로는 비효율과 서비스 질의 하락을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김용균 동지의 죽음은,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파탄을 보여준다. 위에 언급했듯이 그는 단지 문재인의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정규직화 대상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김용균 동지는 비정규직 철폐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노동자들을 만날 것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었다. 그런 그의 죽음이 비정규직 정책이 허위였음을 폭로하는 상징이 될 것을 우려했는지 문재인 정권은 발 빠르게 장례식장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을 보내 조문하게 했다. 이용선이 조문을 오자 유족 및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살아있을 때 만나지 않고 죽은 다음에나 오느냐’고 합당한 항의를 했다. 이에 대해 이용선은 ‘사측이 조사하고 있다’, ‘여기 토론하려고 온 게 아니다’는 식의 대응으로만 일관해 빈축을 샀다. 문재인 자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한 행보를 보였다. 추모열기가 한창 달아올라 있던 12월 13일에 경남 창원의 한 스마트공장을 방문해 4차 산업혁명과 자동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고 공장 노동자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다는 것을 망각이라도 한 듯 한, 그리고 자신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지 않는 듯 한 행보였다.

12월 13일에는 김용균 동지를 추모하고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특히 이 날 태안지역 추모문화제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안전한 노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하청구조에 대한 공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더 이상 김용균 동지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공공성 강화 요구, 비정규직 철폐 및 직접고용에 대한 요구, 그리고 자회사 고용과 같은 ‘꼼수 정규직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모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김용균 동지의 죽음으로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허울 좋은 위선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정권에 호소하거나 기대하는 방식의 운동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투쟁적 태도를 분명히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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