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1권 학습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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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과학적 사회주의를 학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맑스와 엥겔스의 훌륭한 고전을 충실히 읽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본론』 학습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회주의자』에서는 작년 8월부터 『자본론』 강좌를 진행해왔다. 12월 말에는 1권 학습을 끝마치고 1월부터 2권 학습에 들어간 상태다. 『자본론』 학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1권 학습에 꾸준히 임해준 수강생 이현철 동지의 글을 싣는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꼭 『자본론』을 읽길 권한다.

이 글은 본인처럼 『자본론』을 처음 읽고, 토의하며,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과의 공감을 목적으로 하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공부를 통한 개인적인 의식의 변화가 그 내용의 중심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머릿속에는 자본론에서 읽은 수많은 개념들과 용어들이 회전목마처럼 돌아다니는데, 그것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이미 주입되어 있던 용어들과 내용들이 텃세를 부린 때문이다. 『자본론』에서 배운 용어들로 묵은 것들을 대체하고, 일상에서 접하는 여러 사회 현상을 겨냥하여 학습했던 내용들을 삽입하면 목마는 가속도를 낸다. 은폐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어지는 질문들은 채찍이 된다. 마치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의 즐거움을 혼란스레 만끽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인은 자연 안에서 또는 자연 가까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관련된 일을 이십여 년 간 해오고 있다. 이 분야의 현장에서 인간, 자연, 사회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세계관은 경험주의와 구성주의로서, 개인주의(Individualism) 내지 주관적 관념론이 기계적으로 섞여 있거나 이것들이 이종 교배로 연합된 아류들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나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관점으로 자연, 인간, 사회를 바라보고자 해왔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는 자연과 교육, 노동은 어떠한 관계가 있으며, 그것의 통일된 활동은 무엇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르크스의 생태학』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결국 인간과 자연과의 ‘물질대사(Metabolism)’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보다 깊은 이해를 갖기 위해 본질적으로 접근해보고자 『자본론』 학습을 결정하게 되었다.

학습은 발제와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수강생의 질문이나 강사의 강조점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자본론』 제1장 상품을 직접 읽는 강독 방식에 의해 부분적으로 보완되었다. 공부했던 것을 종합적으로 되돌아보는 두 차례의 수련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주요하게 와 닿았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품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노동생산물인지 또는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톺아보았다.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한계가 있는 지식과 상상력 때문에 사변에 빠지기 일쑤였다. 교환을 위해 생산되는 노동생산물인 ‘상품’은 유용한 물건으로서 사용가치를 가지고, ‘추상 또는 사상’이란 개념을 통해 사용가치를 무시함으로써 결국 노동의 유용한 성질도 모두 사라지게 됨에 따라 서로 구별되지 않는 동일한 종류의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사고력을 필요로 했다. 물론 이 학습 과정에서 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 자체가 아니라 추상적 인간노동의 응고물 또는 그것이 대상화된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여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더하기도 했다.

상품과 노동에 관한 내용들을 학습하면서 상품과 노동 모두가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그 두 속성간의 변증법적 통일이 존재한다는 것, 가치형태가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면서 결국 화폐형태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아는 데에도 수많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필요로 했다. 상품의 교환과정이 확대되면서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이 발달하고 이 대립을 외부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독립적인 가치형태인 화폐로 결국 이어진다는 화폐 출현의 필연적 과정도 학습했다.

상품들 간에는 서로 동일한 가치를 표현하는 교환가치가 현상 형태로 나타나고 그 배후에는 본질로서 인간 노동이 응고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 가치가 존재한다. 순전히 사회적인 것인 가치는 자기 스스로 존재를 직접 표현할 수 없고 오직 상품과 상품의 관계 속에서만, 즉,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가치가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라는 현상 형태를 갖는 것이 필연적이다. 또 교환가치와 가치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맑스는 현상 형태에서 본질로 다시 본질에서 현상 형태로 접근한다. 이런 설명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상품이 교환되는 과정에서 마치 물건들이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관계를 맺는 듯한 환상을 보여주며 인간들의 관계를 모두 숨겨 버리는 물신성이 발생한다. 그리고 상품에서 화폐, 자본으로 물신성이 점차 진화해나간다. 이런 자본주의의 과정에 대한 맑스의 폭로는 가히 감동적이었다.

화폐는 유통과정에서,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음과 신분적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움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서의 ‘자유로운(free from)’ 노동자를 만나면 자본으로 전환된다. 우리 노동자에게는 노동력의 가치로서 먹고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노동자는 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의 가치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이것이 잉여가치로서 자본가의 차지가 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생산수단을 갖지 못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는 노동자로 매일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 일련의 굴레 속에서 자본주의가 이어져 나간다. 『자본론』을 공부하는 동안 프랑스에서 일어난 ‘노란조끼’ 투쟁도 마크롱 퇴진, 연료세 폐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에 맞서고 있는 것이나 이와 비슷한 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 모순과 투쟁이 보편적이라는 증명이 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기계에 대한 개념도 상품 개념처럼 새롭고 명확하게 다가왔다. 교과서에서 배우길 증기기관의 발명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 했건만, 『자본론』을 통하여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된 것은 ‘동력기’가 아니라 ‘작업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에서는 기계란 인간을 보완하고 노동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감상적인 전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본론』을 학습해보니 기계가 노동생산성을 높여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오히려 노동일을 연장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계의 사용에 동원된 수많은 노동자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착취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접하면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습 동지들의 눈빛과 얼굴에서 흥분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끝으로 늘 해맑은 미소와 적절한 강단으로 본 학습을 이끌어주신 성두현 강사님과 마침 복사기가 고장 나 비오는 날 온 서울 구석을 다니면서 복사해오느라 고생하기도 하신 박준규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자본론』 2권 학습이 이미 시작되었다. 성두현 강사님의 안내대로라면 2권과 3권의 내용은 1권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권에서의 학습방법과는 달리 남은 학습에서는 강의 중심의 내용 정리와 이에 대한 질의응답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1권의 내용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 즐거운 긴장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남은 공부를 통하여 자본주의 변혁의 필연성에 대한 공감과 확신을 더하면서 아직 의식 속에 숨어있는 자본주의적인 찌꺼기들을 차근히 찾아내어 일소하고자 하는 바람을 전하는 것을 끝으로 글을 맺는다.

2 댓글

  1. 매주 평창에서 KTX 타고 오셔서 자본론 학습에 참여하시는 이현철님의 열정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2권도 거의 마치고 2월 중순부터는 3권에 들어가는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시고 함께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2. 멋진 글에 감동했습니다. 글 속에서 학습에 대한 열정과 고뇌, 즐거움 또한 느껴집니다. 그 복합적인 즐거움을 계속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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