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현중 법인분할 저지 투쟁, 이제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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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난 4월 중순 임금체불에 반대한 현중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져 현중 사상 최초의 하청노동자 오토바이 경적 시위가 전개됐다. 그 후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2018년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성과급이 하청노동자들에게만 지급되지 않자, 5월 10일에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지회가 공동 주최한 1차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에 2천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일이 일어났다. 거제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조선벨트에 불고 있는 노동자 투쟁의 새바람이 서울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조선소의 투쟁은 하청노동자들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31일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를 맺으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양사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이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섰다. 양사의 인수합병에 대해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민간 주인 찾기’ 논리를 들이밀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조선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불황에 직면해 구조조정을 지속해왔고, 양사가 합병될 경우 중복 사업을 정리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동걸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입장은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배제하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5월 30일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현대중공업을 조선통합지주회사와 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는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 대우조선 매각 저지!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포함한 1박2일 투쟁이 울산 동구에서 열렸다.

투쟁의 긴장감이 팽팽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30일 울산역에 도착해 동구를 향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울산 지역의 긴장감 서린 분위기가 느껴졌다. 버스가 울산 동구로 넘어서자 법인분할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도로 양편으로 줄지어 걸려 있었다. 심지어 도로변 어떤 약국에는 투쟁승리라는 네 글자가 가게 유리에 붙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사진: 사회주의자 / 한마음회관 초입 도로에 걸린 현수막]

며칠 전부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는 한마음회관을 점거, 농성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법인을 물적분할하는 주주총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후 4시 무렵 이곳에 도착하자 한마음회관 초입에는 “사진촬영시 어떠한 상황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대중공업 경비는 평소 노동자들에게 물리적 억압을 스스럼없이 행사해왔을 뿐 아니라 사측에 맞서 싸우는 조합원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진채증을 자행해왔다. 이에 대한 현중 조합원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현수막이었다. 사진촬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언론사에 대한 노조의 확인이 있어야 했다.

오후 5시 노동자대회가 시작하자 농성 공간에는 6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동구에서 얼마 만에 노동자들이 이렇게 모인 것인가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한마당회관 앞의 투쟁 분위기는 매우 높았다.

이날의 투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는 울산시장 송철호의 삭발에 대한 노동자들의 태도였다. 전날 29일에 열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시민 총궐기 대회에서 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시장은 삭발식을 거행했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로 올라갈 경우 울산 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입장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송철호의 행태에 대해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현중 노동자들은 매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이향희 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이 송철호의 삭발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자 노동자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송철호와 민주당의 입장은 단지 신설 법인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에 남아달라는 것일 뿐 법인분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2년 전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이 추진될 때와 비교하면 노동자들의 인식에 큰 진전이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현대중공업 분사(구조조정) 중단! 지역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새누리당 출신 구청장이 삭발식을 거행했고 ‘지역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바르게살기동구협의회나 동구새마을협의회와 같은 관변단체, 각종 시장상인회 및 상가번영회 등등이 집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당시 현대중공업 지부는 이 집회의 공동개최 단위로 들어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매체에 실린 「‘지역경제살리기’가 아닌 원·하청의 계급적 단결」을 참고하기 바람.) 이러한 변화만큼 2년 사이 노동자들은 전진해온 것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사진: 사회주의자]
[사진: 사회주의자]
 

자본주의의 독점화 경향을 보여주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당면 요구는 ‘법인분할’ 저지, ‘물적분할’ 저지였다. 기업분할은 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기업의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배분하는 인적분할과 존속 기업에서 신설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물적분할로 나뉜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2016년과 2017년 사이 조선업 불황에 대응하고 정몽준에서 정기선으로의 3세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인적분할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17년 2월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4개사로 인적분할하고, 현대로보틱스를 나머지 3개사의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현대로보틱스는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3월 8일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하여 조선통합지주회사를 출범시키고 이 아래 새로 만들어진 사업법인인 현대중공업과 앞으로 합병할 대우조선해양, 기존 조선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조치로,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31일 개최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런 계획대로 된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탄생하게 된다. 2018년 말 전세계 수주잔량 1위는 현대중공업으로 점유율 13.9%였고 2위는 대우조선해양으로 7.3%였다. 이 둘이 합쳐지면 21.2%로 3위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6.6%에 비해 3배가 훌쩍 넘는 조선소가 된다. 정몽준 일가와 현중 자본은 지주회사에서 중간지주회사, 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한국 조선 빅3 중 1, 2위와 또 다른 대형 조선사 2곳을 소유하는 거대 조선 독점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자유경쟁이 당연한 원리인 것처럼 일컬어진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점을 낳게 된다. 독점은 자유경쟁의 반대말인 것 같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사실상 자유경쟁의 필연적 산물이다. 자본주의 자체가 소수의 수중에 자본이 집적,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그 후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소수의 자본가 수중에 사회의 부가 더욱 더 집중되어가는 자본주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자본주의의 필연적 본성에 직면하여 일부에서는 독점을 비판하고 공정한 자유경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현실적 주장이다. 우리는 이렇게 거대한 기업이 정몽준 일가와 같은 극소수 자본가 손에 모두 장악되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이것이 실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으로 만든 사회적 부로써, 노동자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30일 노동자대회 연설에서는 ‘왜 노동자는 착취받고 가난하고 재벌은 항상 부유하고 곳간에 돈이 넘쳐납니까? 이런 재벌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현대중공업 주인이 정몽준입니까? 대우조선이 누구 겁니까? 회사의 주인은 노동잡니다.’와 같은 발언이 종종 나왔다. 이런 주장을 보다 더 분명한 노동자계급 입장의 표현과 요구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임금 25% 인상”, 사내하청노동자의 과감한 요구, 과감한 투쟁

한편 한마음회관 앞 농성장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도 투쟁에 함께 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가슴에 달린 “임금 25% 인상” 투쟁리본이었다. 5% 임금 인상도 어려운 요즘 임금 25% 인상이란 과감한 요구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지난 몇 년간 연간 임금인상률은 3%대에 머물렀다. 최저임금 대폭 상승에 힘입은 작년 임금인상률도 5.3%에 불과했다.

이 요구가 나온 과정이 궁금해서 사내하청지회에 물어보니, 임금 25% 인상이 그리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었다. 지난 3년 사이 조선소 불황을 핑계 삼아 현중 사측은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 삭감을 계속 해왔고 그 삭감폭이 대략 20%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25% 임금 인상은 몇 년 간의 삭감을 감안하면 5% 정도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조선업 사내하청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임금인상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다고 한다.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2월말부터 200여명의 도장파워공(도장을 위한 사전작업인 파워작업을 하는 노동자)이 일당 2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이것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임금체불사태 당시 투쟁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카톡 채팅방 “하청다함께” 중심으로 “임금 25% 인상”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임금 25% 인상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역사도 서려있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임금 25% 인상을 내걸고 싸웠다. 과거의 투쟁이 현재의 투쟁에, 한 곳의 투쟁이 다른 곳의 투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승리의 열쇠는 원·하청 공동투쟁

현대중공업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 공격에 맞선 싸움이 여러 해를 경과했다. 그 과정에서 더딘 듯 하지만 투쟁은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발전해왔다. 어용노조였던 현중 노조가 민주노조로, 그리고 다시 투쟁으로, 투쟁으로 나아갔다. 2년 전에는 ‘지역경제 살리기’ 논리에 벗어나지 못한 투쟁을 했다면, 지금은 그것이 허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스스로 나서 정문 시위, 오토바이 시위를 벌이고 임금 25% 인상이라는 과감한 요구를 내걸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원·하청 공동집회도 성사됐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의 고양 속에서 현중 자본의 법인 분할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할 수 있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현대중공업의 투쟁이 승리하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법인분할 저지 투쟁과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현중 자본이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동지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법인분할 투쟁은 현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공동 투쟁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 반면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법인분할과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이후 예상되는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을 이들은 다름 아닌 사내하청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0일 집회에서는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의 공식 발언을 듣기 어려웠다.

31일 현중 자본의 날치기 주주총회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더 분노했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지금 투쟁을 더욱 전진시켜간다면 노동자의 투쟁은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승리의 열쇠는 강력한 원·하청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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