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문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낡은 경자유전이 아니라 토지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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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농정신문]

LH사태 이후 다시 부각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정황을 폭로한 일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권 집권 이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민중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심지어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자행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LH 직원들은 광명, 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서 투기성으로 토지를 매입했고, 농지인 이 토지에 나무를 심어 높은 토지 보상금을 받으려고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태는 문재인 정권에 큰 악재로 작용하여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LH사태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게 된 것 중 하나가 헌법 상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이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이란 말 그대로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 그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농민들이 봉건적 지주소작제의 타파를 요구하며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농민의 상당수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여 지주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지주소작제 하에서 매우 높은 소작료로 고통을 받았다. 1945년 해방 직후에 소작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농지 중 2/3에 달했고 최고 80%에 이르는 소작료를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따라서 경자유전이 당시 농민들의 직접적 요구로 제기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농민들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비록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철저한 토지개혁은 아니었지만, ‘유상몰수 유상분배’라는 이승만 정권의 불철저한 농지개혁에서도 반영되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에서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조항(제121조 1항)이 신설되기까지 했다. 또한 1994년 제정되어 199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농지법 역시 제6조 1항에서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을 따랐다.

농지개혁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지주소작제는 점차 약화되어 갔으나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농지를 농업경영을 위한 목적이 아닌 투기적 이익을 위해 소유하고 매매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논거로 경자유전의 원칙이 계속 거론되어 왔다. LH사태에서도 경자유전은 공공기관 직원과 공직자 들의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는 주요 논거가 되었다. 이를테면 LH사태 직후 국회에서 열린 ‘농지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에서는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농지투기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강하자는 주장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3월 29일 경자유전 원칙에 입각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여 농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농지 취득 절차 및 사후 관리, 제재를 강화하고, 농업법인의 심사 및 목적 외 사업에 대한 벌칙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월 23일 농지법, 농어업경영체법, 농어촌공사법 등이 국회에서 개정되었다.

이런 경자유전의 원칙은 진보세력에서도 당연한 것처럼 수용되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빈번히 등장하였다. 이를테면 좌파노동자회에서는 지난 3월 19일 언론 논평에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제2의 농지개혁 필요”라고 주장했고, 전국민중행동(준) 부동산 투기공화국 해체 특별위원회는 8월 25일에 열린 토론회에서 “비농업인 농지소유 금지. 농지법 개정”을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사회주의 조직 중 하나인 노동해방투쟁연대의 경우에도 기관지의 기사에서 “토지국유화가 기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실상 “농민들의 농지나 1가구 1주택까지 포함하는 모든 토지·주택으로까지 국유화정책을 전면 확대하는 것은 여러 지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농민들이 실제로 경작하는 농지도 많다.”다며 경자유전의 원칙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자유전은 한국 농업의 자본주의적 발전과 부합하지 않는 낡은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경자유전 원칙은 이제 현실성을 상실한 낡은 것이 되었다. 경자유전은 과거 민중의 입장에서 그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것의 해결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으나, 농업에서 자본주의적 발전이 고도로 진행되어 온 현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한 경제적 토대와는 더 이상 맞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자유전은 농민의 소토지 소유에 입각한 자경농 체제를 지향하는 것인데, 한국 농업은 이러한 자경농 체제를 넘어 급속한 자본주의적 발전을 해왔다.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 한국 농업은 농민이 농지를 사적 소유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농업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농업 관련 기본적인 통계를 보면 이러한 방향성이 명확하게 확인된다.

한국 농업의 자본주의적 발전을 보여주는 몇 가지 통계

① 농업생산성 증가와 기계화

한국 농업의 발전을 나타내는 통계로 먼저 농업생산성 증가와 기계화를 들 수 있다.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 향상이 더디다고 여겨지기 쉬운데, 실상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향상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11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로 본 농업의 구조 변화」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970년 121원에서 2019년 16,912원으로 무려 13,879.9%나 상승했고, 10a 당 토지생산성은 1970년 2만2천 원에서 2019년 147만1천 원으로 6,586.4%나 상승했다.

이는 농업에서 생산력 발전이 50년 동안 급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산력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통계로는 기계화율 통계가 있다. 논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은 1990년 68.3%에서 2018년 98.4%로 급상승했다. 통상 재배작물의 특성 상 기계화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밭농사의 경우에도 2000년 45.9%에서 2019년 60.2%로 상승했다.

② 소농의 몰락과 대농의 성장

이러한 생산력 발전과 더불어 농업의 자본주의적 발전이 급속해짐에 따라 농촌에서의 계급분화도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한국 자본주의는 소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소농을 수탈하는 체제로 소농의 몰락을 재촉해왔다. 반면 대농으로 농업이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에서 제출한 ‘농민문제의 해결을 위한 요구’에서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설명하고자 한다.

소농 중 가장 먼저 몰락하여 프롤레타리아트화함으로써, 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인 층은 1ha미만의 영세소농이었다. 1ha 미만에서 출발하여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계층은 점차 1985년 1.5ha, 1990년 2ha로까지 올라갔다. 이는 영세소농뿐만 아니라 소농 대부분이 점차 하강분해한 현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이전과 비교하여 두드러지는 점은 0.5ha 미만과 3ha이상의 계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 사이의 중간계층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농뿐만 아니라 중농의 몰락도 본격화되어 영세농층과 대농층으로의 양극분화가 가속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대농으로의 생산수단의 집중은 1990년대 이전에 먼저 양돈, 양계 등 축산과, 시설 원예부분에서 발생하였는데 1990년대 축산과 시설원예에서의 집중은 더욱더 가속화되었다. “돼지 1천 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는 호수 비율로는 1990∼2000년 동안에 0.2%에서 9.8%로 늘어났으나, 두수 비율로는 같은 기간 13.3%에서 62.1%로 늘어났다. 그래서 2000년 당시 9.8%의 농가가 전체 돼지의 62.1%를 사육하고 있다. 또, 닭 1만 수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는 호수 비율로는 1990∼2000년에 1.8%에서 2.7%로 늘어났으나, 마릿수 비율로는 같은 기간 59.2%에서 94.1%로 늘어났다. 2000년 당시 2.7%의 농가가 전체 닭의 94.1%를 사육하고 있다.”(김정호, 김태곤, 김배성, 이병훈, 「1990․1995․2000 농업총조사에 의한 농업구조변화분석」, 99, 100쪽,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설 면적 2천 평 이상을 경영하는 농가는 호수 비율로는 1990∼2000년 동안에 6.1%에서 10.5%로 늘어났으나, 면적 비율로는 같은 기간 25.5%에서 47.1%로 늘어났다. 그래서 2000년 당시 10.5%의 농가가 47.1%의 시설원예를 재배하고 있다.”(같은 책, 98, 99쪽)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대농으로의 집중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축산과 시설원예에서뿐만 아니라 논농사와 밭농사에서도 집중이 급격히 가속화된 점이다. 논 경영규모 3ha 이상 농가수와 면적의 비율은 1990년 1.2%, 6.2%에서 2000년 3.8%, 20.0%로 증가하였으며, 2005년에는 연이어 5.4%, 29.5%로 증가하였다. 밭 경영규모 2ha 이상 농가수와 면적의 비율은 1990년 1.6%, 12.6%에서 2000년 3.2%, 24.0%로 증가하였으며, 2005년에는 3.7%, 27.7%로 증가하였다. 그 결과 3ha이상 논농사 농가는 15년 사이에 호수로는 4.5배, 면적으로는 4.76배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2ha 밭농사 농가는 같은 기간에 호수로는 2.31배, 면적으로는 2.20배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다른 한편 경종 농가 중 0.5ha 미만의 농가는 1990년대 중반까지 그 비중이 계속 감소하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고령영세소농이 농촌을 떠나지 못하고 침전하여 만들어낸 비극적인 현상이었다. 증가세로 돌아선 영세소농층의 당시 구성을 보면, 이들 계층 경영주의 평균연령은 62세이고 65세 이상이 48.1%를 차지하고 있는데, 곧바로 고령층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농촌을 떠날 수 없어, 농촌에 침전된 것이었다. 중간의 다른 계층은 감소하는 데, 이들 계층은 고령으로 농촌을 떠날 수 없어 이들의 상대적 비중을 높인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대농으로의 집중 추세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논 경영규모 3ha 이상 농가수와 면적 비율은 2015년 7.7%, 44.4%로 증가하였다.

이상을 종합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대농층이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졌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다수의 영세소농층이 침전하였다(2015년 0.5ha 미만 농가수 49.1%).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정책을 통해 뒷받침되었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농가당 경작면적 확대와 기업농 육성 정책을 전개했으며, 이런 정책은 특히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본격화되었다. 예컨대 정부는 1989년 4월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발표하여 농지규모화사업을 통해 농업경영 규모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전업농업인을 육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1990년에는 ‘농어촌진흥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을 제정하여 농어촌진흥공사를 설립했다.

③ 농업법인의 증가

현재 한국 농업은 대농의 성장에서 그치지 않고 농업법인을 통해 농업경영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형 농업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행 법률 하에서 농업법인은 영농조합법인(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가공·수출 등을 공동으로 하고자 하는 농업인 5인 이상을 조합원으로 구성하여 설립한 농업경영조직)과 농업회사법인(기업적으로 농업을 경영하거나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를 하기 위해, 또는 농업인의 농작업을 대행하기 위해 창설한 기업적 농업경영조직)으로 나뉘는데, 이 두 법인 형태는 공히 2000년 총 5,208개에서 2018년 총 21,780개로 318.2%나 증가했다. 2018년 현재 농업법인에 종사하는 사람은 14만9천 명에 이른다.

④ 자본주의적 농업 발전에 따른 차지농업의 증가. 차지농으로 전환에 따른 지대 형태의 변화

이러한 자본주의적 농업 발전의 결과는 농지를 임대하여 농업을 경영하는 차지농업의 증가로 이어졌다.

통계상으로 보았을 때 임차농지 및 임차농가 비율은 1945년 각각 66.0%와 85.9%였다가 농지개혁이 마무리된 후 1960년대에는 13.5%와 26.4%로 크게 감소하였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1987), 『농지임대차관리백서』). 그러나 그 후 임차농지와 임차농가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농지법 시행 직전인 1995년에 임차농지는 42.2%, 임차농가는 71.3%로까지 치솟았다. 그 후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차나 위탁경영을 금지하는 농지법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농가 비율만 2015년 58.5%로 줄었을 뿐 임차농지는 2015년 50.9%로 증가했다(통계청, 「농지임대차 조사」). 농지법 상으로 농지의 임대차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임대된 농지의 규모 역시 매우 클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실제 임차농지 비율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헌법이나 농지법이 경자유전에 따라 농지의 임대차를 금지하는 것은 지주소작제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과거의 농지 임차와 달리 현재 농업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농지 임차는 지주소작제가 아닌 자본주의적 차지농업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봉건적 지주소작제와 자본주의적 차지농업 모두 지주로부터 토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것은 현상적으로 동일하지만, 그 실제 농업경영에 있어서는 매우 상이한 원리에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봉건적 지주소작제에서는 농민의 자가 소비를 위한 생산이 이루어지고 농민은 수확한 생산물을 지주와 일정한 비율로 나누게 된다. 자본주의적 차지농업에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품생산이 이루어지며 지주에게 돌아가는 지대는 총 생산물의 가치 중 농업생산에 투하된 불변자본 및 가변자본을 제하고 남은 잉여가치 중 일부를 분배해준 것이다.

이런 농업경영의 변화는 지대 지불형태의 변화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농업에는 1996년까지만 해도 전체 지대 중 현물지대 비율이 63.3%, 현금지대 비율이 28.4%였는데, 2015년에 와서는 그 비율이 각각 28.8%와 55.2%로 크게 역전되었다(통계청, 「농지임대차 조사」). 한국에서 여전히 현물지대의 비율이 높은 것은 무상임차 비율 역시 16.0%(2015년)로 상당히 높은 것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즉 도시로 떠나 농업이 아닌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농업인 2세들이 상속받은 농지를 지대 수취를 목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단순 소유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여전히 현물지대나 무상임차가 상당한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사이 현금지대 비율이 급속히 증대한 점은 그 사이 자본주의적 농지 임차로의 큰 변화가 있음을 방증한다.

농지 가격 꾸준한 상승, 이제 토지의 사적 소유가 농업 발전의 제약이 되고 있다.

위와 같은 농업의 변화와 더불어 농지 가격은 오랜 기간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지가변동률 통계를 보면 전국 전(밭) 지가지수는 2020년 9월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11년 1월 78.9에서 2021년 2월 101.5로 10년 사이 28.6%나 상승했다. 전국 답(논) 지가지수는 같은 기간 80.7에서 101.5로 10년 사이 25.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4.9% 상승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이러한 농지 가격 상승은 농업 생산력의 발전과 더불어 지대와 토지가격 역시 상승하게 된다는 자본주의의 기본적 원리에 따른 것이자, 그에 더해 도시 근처에 있거나 여러 개발 요인으로 인해 농지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이를 설명한 맑스의 지대론에 대해서는 성두현의 「지금 맑스의 지대론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참고하기 바란다). 농지 가격 상승은 경자유전의 원칙대로 농민이 자기 소유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산수단이 바로 농지인데, 농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농민들은 매우 큰 자본을 농업 경영 자체가 아닌 농지 구매에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하에서의 농민의 소토지 소유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맑스는 “토지가격에 자본을 지출하기 때문에 이 자본이 경작으로부터 벗어”나 농업경영에 쓰일 자본이 토지를 구매하는데 쓸모없이 이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따라서 “소규모 농업이 자유로운 토지소유와 결부되는 경우의 독특한 결함의 하나는 경작자가 토지구입에 자본을 지출한다는 것으로부터 생긴다”고 지적했다(김수행역 2판 『자본론』 3권 980쪽). 한 예를 들면, 최근 부친의 부동산 투기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윤희숙의 경우에서 투기대상이 된 세종시 소재 농지 3,288평은 매입할 무렵 이미 8억 원이 넘었고 현재는 18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의 입장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3천여 평의 농지 구매에 18억 원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불합리한 일이다. 2016년 농립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진행한 농지소유 및 농지임대차 실태 조사를 보면, 농민들이 농지를 임차한 이유로 “농지를 구입해 영농규모를 확대하고자 하지만, 매입할 자금이 부족하여”(48.9%)와 “농지를 구매해 영농규모를 확대하고자 하지만, 매입할 땅이 없어”(25.1%)를 들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농업의 쇠퇴로 인해 농업 인구가 전반적으로 급감하고 있고 농업 인구 중 청년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농업에 새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높은 토지매입 비용은 농업으로 신규 인구가 진출하는 것을 막는 장벽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이것은 토지의 사적 소유에 입각한 경자유전이 점차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 원칙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민들이 농지를 임차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현실에서는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자유전 원칙이 아닌 토지국유화가 농지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다

맑스는 『자본론』 3권에서 자신의 지대론을 설명하면서 “농업을 합리화하여 처음으로 사회적 규모에서 농업을 경영할 수 있게 한 것과, 토지소유의 불합리성을 증명한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위대한 공적”이라고 했다(『자본론』 3권 762쪽). 특히 자본주의에서는 토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이는 토지구매에 불필요한 자본을 투여하게 만들어 농업경영을 하는데 큰 방해물로 작용한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토지의 사적 소유는 토지에 대해 이루어지는 자본 투자의 성과물들을 결국에는 모두 토지소유자가 거둬들이게 함으로써 합리적인 농업경영을 막고 오히려 농업자본가가 토지를 단기적으로 비합리적으로 이용하여 지력을 탕진시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해서 맑스는 “소규모 경작에서는 [토지의 사적 소유의 형태이고 결과인] 토지가격은 생산 그것에 대한 장애물로서 나타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입각하고 있는 대규모 경작과 대규모 토지소유의 경우에도 소유는 장애물로서 나타난다. 왜냐하면 토지소유는 차지농업자에 의한 자본의 생산적 투자[이것은 결국 차지농업자의 이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토지소유자의 이익으로 가는데도 불구하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어느 형태에서도 토지를 [항구적으로 공동소유로서, 양도할 수 없는 인류대대손손의 생존·재생산조건으로서] 의식적으로 합리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력의 착취와 탕진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자본론』 3권 986쪽). 따라서 “토지소유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일정한 발전단계에서는 그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필요하고 해로운 것으로 나타난다”(『자본론』 3권 767쪽). 그 결과 맑스는 「토지국유화에 관하여」에서 “사회의 경제적 발전, 인구의 증가와 집중, 자본주의적 농업가로 하여금 집단적이고 조직된 노동을 농업에 응용하고 기계나 그와 유사한 발명품들에 의지하도록 강요하는 바로 그 상황 등이 점점 더 토지국유화를 하나의 사회적 필연으로 만들고 있으며, 소유권들에 대한 그 어떤 요설도 이 필연에 대항하는 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시에 이런 토지 국유화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관계들에 완전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그리하여 공업에서건 농촌에서건 자본주의적 생산 형태를 제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4권 154쪽, 155쪽).

한국 농업에서도 자본주의적 발전이 급속화됨에 따라 맑스가 말한 것이 그대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에서 비록 자본주의적인 농업 발전이고 소농에 대한 수탈과 농업 전반의 쇠퇴와 함께 전개되고 있지만, 생산력 그 자체의 발전, 대농과 농업법인의 성장은 사회적 규모에서의 농업 경영을 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 하에서의 토지의 사적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가격의 상승은, 농민이 토지를 소유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불합리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맑스가 주장한 것처럼 토지국유화를 하나의 ‘사회적 필연’으로 만든다. 즉 토지국유화를 통해 농민에게 농지를 저렴하게 임차하여 농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적 규모에서 집단적이고 합리적 농업을 가능하게 하고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농업 발전 자체에 의해 필요해지게 된 것이다.

이것에 더해 농지를 국유화하는 것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농지에 대한 사적 소유를 유지하는 한 제 아무리 농지취득자격과 온갖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도 비농민 소유 농지가 늘어나는 것이나 농지가 비농업인에 의해 소유되고 투기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우선 현실적으로 농업인구가 급감하고 고령화되고 있어 농민이 사망한 후 땅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상속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시의 팽창과 각종 개발로 인해 농지의 가격이 급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농지를 매입하려는 투기세력이 사라질 수도 없다. 통계로만 보더라도 비농민 소유 농지 비율은 1985년 농가경제조사 표본에서 전체 농지의 19.3%였으나 1995년 농업총조사에서는 33.0%로 늘었고 2015년 농업총조사에서는 다시 43.8%로 늘었다(‘농지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 자료). 따라서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자유전 원칙을 붙잡고 있으면서 비농업인의 농지취득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것, 농민이나 농업법인이 비농업적 용도로 농지를 전용하는 것을 막는 것 등의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토지의 사적 소유가 계속 지속된다면 자경농지는 감소하는 한편 비농업 부재지주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는 임차농지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농민들이 높은 토지가격으로 농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지속될 것이다. 농지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농지 면적은 1975년 2,240,000ha에서 2019년 1,581,000ha로 29.4%나 감소했다) 비농업적 용도로 인해 토지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부동산 투기 근절과 농업 자체의 유지·발전을 위해서 농지를 국유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 관계자와 농민들 스스로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LH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경자유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경농주의’를 ‘차지농주의’로 바꿔야 한다거나, 농지에 대한 관점을 공공재 관점에서 ‘소유’가 아닌 ‘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었다. 가령 농촌여성신문은 2020년 7월 9일자 「농지, 소유에서 이용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기사에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주최한 농지은행 발전을 위한 농민단체 토론회를 보도하면서, 지역별로 국가가 매입할 농지 비축 규모를 명문화한다거나, 농지를 매매하는 경우 농어촌공사와 같은 농업관련 공공기관이 먼저 구매할 권리를 주는 ‘선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또 해당 토론회에서 전농 양정석 사무총장은 식량안보에 필요한 농지를 확보하고 농지은행의 임대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전여농 오순이 정책위원장은 “농지가격이 너무 올라서 구입해 농사지을 수 없는 한계에 왔고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져 정작 농민들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며 “농어촌공사가 공공임대형 매입사업으로 고령농의 상속농지와 비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해 장기 임대”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전농에서 내놓은 ‘2020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안 9대 농정개혁안’ 중에는 ‘농지개혁으로 농지를 농민에게로―농지이력제 도입과 투기농지 강제처분’이 들어가 있는데, 구체적 요구 내용으로 ‘경자유전 원칙 전면 실현 및 관철’과 더불어 ‘비농민소유 농지 국가 매입(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매입)’이 있다. 이는 전농이 낡은 경자유전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농업 현실로 인해 내용적으로는 부분적 국유화 요구를 내걸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나아가 농지와 관련해서 국유화로의 경향이 현실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농어촌공사가 농지은행 사업을 통해 농지 매입비축, 농민의 경영회생 지원을 위한 농지매입, 농지연금, 농지임대수탁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농지은행은 아직까지는 미흡하긴 하지만 사실상 농지를 점진적으로 유상몰수, 국유화하는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농지은행은 공공임대용 비축 농지로 2019년 현재 7,123ha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그 동안 진행한 농민의 경영회생 지원 사업이나 농지연금 제도 등을 통해 확보한 토지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농지의 국유화에 있어서 그 구체적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농지은행의 역할을 강화, 발전시켜 우선적으로 비농민 소유 농지를 국유화하고 농민 소유 토지도 원하는 농민들부터 점차 국유화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유화된 농지 이용에 대한 농민들의 민주적 참여, 통제를 확대하는 방식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이야 자본가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지의 사적 소유 철폐 주장을 제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들은 경자유전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원칙을 제기하며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하는데 그칠 뿐이다. 반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이런 경자유전의 원칙을 계속 주장한다면 농업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도 근절할 수 없는 입장에 머무름으로써 진보적 입장에 서길 포기하는 것이 된다. 농지문제에서 토지국유화는 당장 자본주의 자체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며, 일차적으로는 자본주의적 농업 발전으로 야기된 현실적 상황을 토대로 농민들의 농업 경영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자 부동산 투기의 근원을 근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토지국유화는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생산수단인 토지의 사적 소유를 문제 삼음으로써 생산수단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농지문제에 있어서도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택해야 할 입장은 이제는 낡아버린 경자유전이 아니라 토지국유화라 할 것이다.

농민의 자식이라는 성장배경이 생태학에 대한 관심을 싹 트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운동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눈을 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회원. 번역서로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2012),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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