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우경화’? 처음부터 자본가 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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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9월 18일, TV방송과 기사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으로 가득 찼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6.13 지방선거 이후로 계속 낮아져 왔는데, 문재인은 이런 분위기를 정상회담을 통해 반전시키려는 모양새다. 그런데 문재인의 이번 방북에 동행한 특별수행원들 가운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발하였는데, 수구세력인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노동자들을 탄압 및 착취해 온 대표적 적폐세력인 독점자본 삼성의 수장을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포함시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는가?

문재인정부의 솔직한 고백, “우리는 기업의 투자를 위해 움직인다”

이재용은 지난 정권에서의 국정농단 및 정경유착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불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고 풀려났다. 이재용이 감옥에서 풀려나온 뒤 가진 첫 공식 일정은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이었다. 문재인은 이 때에 맞춰 7월 9일에 노이다 공장을 방문하여 이재용을 만나, 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를 해명한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한 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번 방문 및 이재용과의 접견은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도 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일관된 정책기조’ 하에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진정한 핵심 기조를 바로 여기에서 읽어낼 수 있다. 촛불을 대변하겠다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주겠다거나, 적폐를 청산하겠다거나 하는 말들을 겉으로 아무리 하더라도, 결국은 자본의 이윤창출이 우선이고 자신들은 그것을 위해 일관되게 움직일 것이란 말이다. 또 그것을 위해서는 겉으로 내걸었던 공약들을 언제든지 폐기하거나 후순위로 밀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이 평양 방문에 이재용을 데리고 간 것도 그런 ‘일관된 정책기조’에 입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재용에 대한 대법원 최종심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기에, 이는 사실상 이재용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뒤집지 말 것을 사법부에 요구하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문재인 정권은 삼성자본과 공개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문재인 정권, 어떤 일들을 하였나?

지난 정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경유착을 한 독점자본 삼성과의 결탁만이 문재인 정권의 문제점은 아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해 온 정책을 들여다보면, 적폐도 청산하지 못하고, 노동자나 서민들의 삶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도 못하는 정책들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노동법 개악과 최저임금법 개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약화시켰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더더욱 노골적인 친자본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들만 모아도 다음과 같다.

  • 적폐청산이 아니라 적폐세력에게 협치 제안 :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이 소수야당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이유로,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 내각의 일부 자리를 내주는 협치방안을 고려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된 박근혜와 함께 해온 수구적폐세력이다. 그런 세력에게 협치를 제안한다는 것은, 적폐청산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다.
  • 주거문제를 해결 못한 부동산 정책 : 문재인 정권은 작년 6월 이후로 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주택자 주택제공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펼쳐, 해당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고 투기가 과열되는 현상을 조장하였다. 한국의 부동산, 특히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이 재산축적 목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여 가격이 높아짐으로써 집이 남아도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입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원인이다. 이런 구조 자체는 그대로 놔둔 채 주택의 총량만 늘리겠다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투기꾼들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 된 것이다.
  • 부자감세 : 7월에 발표된 2018년 세법개정안은, 시장과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이유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종합부동산세에 있어서도 일반주택에 대해서만 세율을 높인 반면 대기업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세율을 높이지 않아, ‘부자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은산분리 완화 : 문재인은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과 IT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소유 제한(은산분리)을 완화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20일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었다. 이미 재벌을 비롯한 거대자본이 제2금융권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금융환경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한다는 것은, 기존 거대 독점자본이 이윤을 창출할 영역을 더 넓혀주는 방향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 규제프리존 법 :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합의하여 박근혜 정권 시절 추진하기 시작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규제프리존 법) 역시 20일에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이른바 ‘규제프리존’ 안에서는 기존 규제들을 전혀 적용받지 않은 채 무제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은산분리 완화 법과 규제프리존 법은 기만적이게도 문재인 방북 기간에 일어났다. 이런 친자본 행보의 결과는 문재인의 지지율 급락이었다. 6.13 지방선거 직후에 79%를 기록했던 문재인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9월 중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53.1%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결과에서는 문재인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바로 “경제·민생문제 해결의 부족”이었다.

[사진: 뉴시스]

문재인 정권 ‘우경화’는 잘못된 생각,
본래 자신의 계급적 본성을 드러내는 것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의 이런 행보를 ‘우경화’라고 부르고 있고, 문재인 정권이 ‘우경화’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우경화’한 것이 아니다. 우경화란, 원래 정치성향이 우파가 아니었는데 우파로 변질된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을 좋게 바라보는 관점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촛불 민중을 대변하는 이른바 ‘촛불정부’인데 촛불 민중을 등지고 이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 우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진보적 정권도 아니고 ‘촛불정부’도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은 원래 본질적으로 자본가 정권이며, 집권 초기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본래의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라 보는 게 합당하다(자세한 내용은 「최저임금 개악, 자유주의 정권의 본색을 드러내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문재인의 행보와 정책을 보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겉으로는 마치 민중들을 위해주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였을 뿐 실제로는 자본의 이익은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 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우경화’는 문재인을 지지하던 자유주의 세력이 사용하는 프레임이다. 지난 7월에는 자유주의 성향의 언론사들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 “문재인 정부 1년만에 경제정책 우클릭 시도”, “문 정부 2년차, 경제·노동 정책 ‘우클릭’에 지지층 분화 조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7월 18일에는 이른바 ‘진보지식인’ 323인의 선언이 있었는데, 이 선언문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촛불정부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의 각오를 새롭게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사회경제개혁의 정도(正道)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 역시 문재인 정권이 ‘본래의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나 우경화’되었다고 보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들은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위해 뭔가를 해주기를 여전히 기대하며 정권과 협조하는, 심지어 적폐청산을 위해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계급적 입장에 맞게 현실을 왜곡해 제시하는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문재인 정권은 본질적으로 자본가계급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이기에, 노동자 민중의 어려운 삶의 문제를 해결할 마음과 의지가 없다. 문재인 정권과 같은 계급적 처지에 있는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사실을 가리는 방식으로 ‘우경화’를 크게 떠들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도 선동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권이 우경화되었다’는 식의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우경화’되었다고 보는 프레임은, 지금의 정권이 조건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대변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것은 정권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한다.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지금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최근 행보를 ‘우경화’가 아니라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우경화된’ 게 아니다. ‘원래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자본가 정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맑스 저작과 자본론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를 배웠다. 사람을 '노동자 대 고객'이나 '상사 대 부하'의 관계로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만으로도 모두가 유익해지고 발전할 수 있게끔 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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