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문재인, 이제 투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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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성주군 성산포대에 배치하겠다는 결정이 난 이후 시작된 성주군민들의 사드반대투쟁이 1년을 넘었다. 처음에 군수와 군의원,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함께 사드배치에 반대했다. 당시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은 주민들에게 쫓겨나듯이 군청을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화를 요구하던 주민이 탄 차가 황교안의 앞길을 가로막자, 황교안은 아이들이 동승한 차량을 뒤에서 추돌하고 차량 유리를 파손하면서 도망을 쳤다. 완강하게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은 새누리당 탈당을 조직하였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박근혜에 대한 반대라는 정치적 행동으로까지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에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지역 국회의원 이완영과 군수 김항곤, 일부 군의원과 관변단체 회원들은 성산포대를 제외한 성주군 내 다른 지역에 사드를 배치해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후 국방부는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그룹 소유의 골프장,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유력한 제3부지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원, 관변단체가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추운 겨울을 이겨냈고, 성주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공동체가 되었다. 그리고 성주군민들의 단호한 투쟁에 힘입어 사드반대 투쟁은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대됐다. 종북몰이와 제3부지로 주민들의 투쟁을 교란시키려던 박근혜 정권의 꼼수는 단결된 성주군민들의 투쟁으로 분쇄됐다. 결국 전국적인 사드반대 투쟁은 박근혜 퇴진투쟁의 한 축이 됐다.

“사드 배치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란 헛된 약속

국방부의 사드배치 발표 직후 문재인의 사드에 대한 공식 입장은 개인 성명의 형식으로 발표됐다. 문재인은 이 개인성명에서 “사드 배치는 안보 측면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전제한 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과 주변국과의 공조, 협력외교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재검토와 공론화’ 및 ‘국회 동의절차’를 요구했다. 물론 분명한 반대의 입장은 아니었지만 사드배치를 분명히 수용하는 태도도 아니었다. 문재인의 이런 태도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포장했다.

박근혜가 노동자, 민중의 항쟁으로 파면되고 대선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 특히 성주군민들은 사드배치 철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문재인에 대해 적잖이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문재인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2017년 3월 30일 성주를 방문해서 입장을 밝힌다. 이날 방문에서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주민들에게 “당선 이후 바로 특사를 파견해 사드 배치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문제인 후보가 사드를 반대하고, 사드배치를 철회할 것이라는 강한 암시를 준 것이다.

문재인, 미국에 사드배치를 확약하다

‘전략적 모호성’은 수구세력과 미국에 밉보이지 않으면서도 사드반대 진영에 헛된 기대를 품게 하여 자기 진영에 붙잡아 두려는 정치공학에 불과했다. 문재인은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면서 성주군민과 사드반대 진영에 대한 이 모호한 태도를 강화했다. 그 첫 번째 행동이 ‘10대공약’ 국방과 한미관계 공약 분야에서 사드와 관련하여 국회비준 동의 문구를 빼고, 다원적 전략동맹으로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핵심공약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문구까지 수정됐다. 이걸 공약의 후퇴라고 보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이런 후퇴는 대통령 당선 이후 더욱 강화됐다.

그것은 가장 먼저 문재인 취임 이후 대미특사로 출국하는 홍석현의 입에서 확인됐다. 홍석현은 출국 직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문재인의 사드배치 국회비준 입장에 대해 “후보시절과 당선 후의 입장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에 가서 사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사드배치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약속을 받아왔다. 사드배치 철회는커녕 최소한 ‘재검토’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입장은 외교부장관 강경화를 통해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강경화는 6월 25일 사드배치가 “한미동맹에 따른 약속이며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개인이 아닌 외교부장관으로서 한 것으로, 문재인 정권과 충분한 교감을 갖고 나온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6월 2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이 직접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사드배치 철회를 염두에 둔 절차이니 정권의 행보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물론 강경화의 입을 통해서도 환경영향평가의 의미가 사드배치 철회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문재인이 대통령으로서 한 발언이니만큼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은 분명히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게 사드 배치 결정을 연기하거나 번복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사드배치를 강행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런 입장은 반복해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문재인은 사드배치를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헛된 기대를 하면서 문재인의 입만 쳐다보는 것은 끝낼 때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소성리는 여전히 단호하게 투쟁하지만…

올해 4월 26일 새벽 왜관 미군기지에 있던 사드장비가 기습적으로 배치됐다. 경찰 8천여 명이 배치되어 200여 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제지하는 가운데, 사드장비를 실은 미군의 트레일러가 사드배치지인 골프장으로 여유롭게 들어갔다. 이날 격노한 주민들은 경찰에 맞서 장비 반입을 막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12명의 주민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당했고,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날부터 주민들은 추가적인 장비의 반입을 감시하기 위해서 마을회관 앞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이어지는 촛불, 장마비와 한낮의 뙤약볕에도 기지로 출입하는 차량을 감시하는데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최근에는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우익단체가 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상대로 만행을 저지르고, 자유한국당이 마을을 찾아 불법행위 운운하며 소란을 피웠지만, 소성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사드 배치지로부터 3.6km 이내에 주민 2,000여명이 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없고 통보도 없이 사드를 가동한 것은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위적인 차원에서 유류 반입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사철이라 바쁘기도 하지만 마을회관 앞은 여전히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과 연대하는 사람들, 종교인들이 사드반대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반대투쟁 단위는 거점인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사드부지 부근인 진밭교 앞 원불교 농성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광화문에서의 단식과 미대사관 인간띠 잇기, 신문광고, 한미정상회담 대응 30시간 비상행동, 청와대 앞 12시간 1인시위, 국방부를 상대로 한 부작위위법행위 행정소송감사원 감사청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사대포대가 운용되고 있는 소성리 상황은 변함이 없고, 문재인 정권의 입장 역시 변함이 없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도 경찰의 도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복잡한 국제관계… 그래도 사드배치 철회가 길이다

사드 배치 목적은 북핵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근본적으로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에 대응(군사적 방어와 북미협상)하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끊임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진 사드의 실제 전술적 가치에 따르면, 북에서 쏘는 미사일을 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탐지했다고 하더라도 요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드를 굳이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MD(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축이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국제관계의 개선이나 문재인 정권의 외교성과를 통해 사드배치가 철회되긴 어렵다. 우선 사드문제가 해결되려면 남북, 북미, 중미관계와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가 풀어져야 할 것이다. 어느 관계 하나라도 제대로 풀리지 못하면 사드는 모두에게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불씨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드배치는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외교적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게다가 불평등한 한미동맹에 대해 남한 정권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이번 문재인의 방미 및 G20 외교 성과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둘째치고, 한미동맹을 굴종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겉으로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중요한 대북정책으로 승인했다. 말로는 군사적 옵션 없는 평화적 해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굴종하는 태도로 북핵문제에서 남한이 주도권을 발휘하긴 어려울 뿐 아니라 사드배치가 철회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복잡한 국제관계, 외교의 셈법과 상관없이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이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중요한 것은 언제나 우리의 선택이다

여러 사정을 살펴볼 때 사드배치를 철회시키는 힘은 민중에게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드 관련 범정부 TF 구성 및 1차 회의에 즈음한 공동기자회견문’에서 알 수 있듯이, 사드반대투쟁 주체들 속에서 문재인에 대한 불신만큼이나 기대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나 국제관계가 막혀있고 사드반대 투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이 뭔가 전향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은 어느 운동에서나 항상 실패로 귀결되는 매우 위험한 외줄타기가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새로운 돌파구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승리를 가져오는 힘이 우리의 계획과 투쟁이 아니라 실현할 의지가 없는 정권의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스스로의 계획과 힘을 부정하면 마지막 남은 투쟁의 불씨조차 허망하게 꺼뜨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난 겨울, 거리에서 힘을 모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정권을 무너뜨리고 박근혜를 감옥에 보냈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적폐들이 여전하지만, 우린 우리 스스로의 힘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역사적인 경험을 했다. 행동이라는 것, 운동이라는 것은 바로 스스로의 계획을 가지고 스스로 투쟁으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오늘도 소성리에서는 주민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 싸움의 강고함에 무한한 연대를 보내며, 현재의 막혀있는 국면을 뚫고나갈 새로운 투쟁 전술을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전술에 맞는 새로운 결의가 필요할 때이다.

그 첫 행동은 사드 배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단호한 반대를 천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상황에서는 투쟁의 방향도, 방법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우리는 시시때때로 동요하던 보수야당의 태도를 압박하며 박근혜도 쫓아내지 않았던가? 온전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가장 강력한 투쟁의 원천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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