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의 국유화’라고 쓰고 ‘항공노동자의 고용안정’으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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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위기 이후 항공산업의 요즘 모습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벌어진 항공산업의 위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국가방역을 이유로 갑자기 항공노선이 끊긴다. 승객이 없다. 공항이 텅 비었다. 객실승무원과 공항직원들은 강남버스터미널에 주차된 고속버스를 보듯이 비행기를 바라본다. 공항이용자가 없으니 공항을 오가는 버스, 택시도 차츰 사라진다. 면세품매장이나 공항상점 노동자들도 갈 곳이 없다. 정부에서는 항공여행관련 업체의 유지를 위해 특별고용안정기금으로 사용자가 부담할 휴업급여의 90%를 대줄 테니까 10%만 사용자가 내도록 한다. 하지만 그것도 신청 안 해서 차가운 길바닥으로 비행기 청소작업 노동자를 내몰고 강제로 무급휴직에 서명을 받고 있다.

항공기 운항으로 파생하는 관련 노동자의 생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벌써 1년이 지나간다. 하지만 공항철도, 공항경찰, 공항공사, 검역소, 관세청,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국토부 등 정부 관련 기관 공무원들과 노동자들은 모두 정상 출근하고 있다. 승객으로 붐비던 공항에 고요함이 찾아온 것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다소 휴식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 휴식은 막연한 불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국제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의 요즘 모습이다.

항공산업, 정부가 운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노동부는 2008년 1월부터 필수공익사업(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 우정사업)의 파업을 약화시키기 위해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지정을 골자로 하는 노조법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2000년 설립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몇 차례 있자, 결국 대형 항공사들의 국회 로비로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항공산업은 국가가 인정한 필수공익사업이고 기간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공익사업이자 기간산업을 민간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일까?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가입한 다른 나라의 국적기는 거의 다 국영기업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운송업도 1948년부터 대한국민항공사(KNA)로 시작해서 1962년에 대한항공공사로 바뀌었다가 1969년에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 민영화된 것이다. 항공운송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이 필수적이고 항공기 구매시 정부보증이 필요하다. 당시에는 민간자본이 형성되지도 않았지만,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항공재벌을 살릴 것이 아니라 다른 기간산업인 철도나 수도, 전기, 가스, 석유산업과 마찬가지로 항공운송업을 다시 공사화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낯설게 느껴질까? 아마도 과거 공기업이나 공사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이를 세뇌화한 언론자본의 기사 때문이 아닐까한다. 예전 8~90년대 공사나 공기업은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공항공사 다 세계적으로 공항서비스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사의 서비스 질은 이제 민간기업 못지 않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한번 높아진 서비스 질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또한 항공이용자인 승객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항공산업 국유화와 노동자의 고용안정

항공사의 부실경영은 사실상 재벌소유주에게 그 책임이 있다.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와 GDP 상승으로 해외여행이 늘며 여객운송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벌어들인 이익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방만하게 경영한 것이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항공노동자는 그저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으로 대한항공에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제일 큰 고민은 고용불안이다. 그 다음이 대한항공에 인수는 적법한 것인지? 인수되면 고용은 유지되는지? 유지되면 근로조건도 좋아지는 건지? 오히려 더 나빠져서 정리해고 되는 것은 아닌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말하지 않는 걱정거리다. 이런 고용불안의 해결은 바로 항공산업의 공기업화나 공사화이다. 물론 자본가 입장에서는 죽을 만큼 싫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싫을 수 있다. 계급의 말 등에서 내려와 노동자와 똑같이 땅을 밟고 걸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최소한의 요구이자 생계에 절대적인 요구다. 공항의 모습에서 보듯이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들은 고용을 국가가 책임지므로 생계 걱정이 없다. 또한 항공재벌의 갑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다시피 항공재벌인 조씨 일가나 박씨 일가의 횡포가 얼마나 심한가? 공기업화 되면 이런 갑질도 안녕이다. 민간기업은 뒷구멍으로 빼먹는 돈이 많다. 재벌총수는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써도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삼성 이재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도 하지 못한다. 이런 대자본의 횡포에 대해 주변 동료들에게 대안으로 항공사를 공기업이나 공사화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찬성이다. 최소한 고용불안은 없어서 좋겠다고 한다.

[사진: 사회주의자]

회사 운영에 사장은 필요없다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 등 민주화 얘기가 많다. 우석훈씨가 쓴 책에서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고 했다.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이제는 기업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당당하던 노동자들은 회사에 출근만 하면 노예처럼 사장에게 굽신거리게 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다들 그렇다. 더구나 노동조합마저 민주노조가 아닌 어용노조일 경우에는 노동3권은 헌법책에 활자로 있는 것일 뿐 노동현장에서는 쓰레기통 속에서나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민주화는 쉽게 말해 대통령도 국민투표로 뽑듯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투표로 경영자를 뽑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다녀야 월급을 받을 수가 있으므로 회사 경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회사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항공노동자들이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발권하고 수속하고, 전자발권을 이용해도 홈페이지 관리와 시스템 유지는 다 노동자가 한다. 객실승무 노동자는 기내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운항승무 노동자는 항공기를 조종한다. 운송현장의 각 직종별 노동자는 사장보다 일을 잘한다. 사장은 제대로 할 줄 아는 노동이 없다. 관리자들도 신입사원보다 공장이나 현장의 일을 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항공노동자들이 승객을 예약에서 목적지까지 운송함으로써 회사는 돈을 번다. 자본가나 관리자들은 오로지 회사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항공노선을 개발하고 운항스케줄을 짤 뿐이다. 자본가나 관리자가 삼성재벌의 이재용처럼 감옥에 있거나 장기휴가를 가도 현장은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간다. 하지만 노동자가 없으면 당장에라도 공항현장은 비행기 한 편도 띄우지 못하고 수만 명의 승객들은 전혀 이동을 못하게 된다. 우리 노동자는 평범하지만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있다. 즉 임원이나 사장이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은 우리가 뽑아서 일시키면 된다.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배당금과 시세차익을 노리며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이사들에게 위임하고 있는 현행 상법 역시 따지고 보면 맞다고 볼 수 없다. 경영권은 직장의 노동자들을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도구처럼 사용하는 권리로서 도덕적 관점에서도 부당하며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 따라서 경영권이란 말은 관념적이고 노동자들이 믿고 따르게 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우리는 사장의 영도적인 지도력으로 회사가 이윤을 내고 있다는 개풀 뜯는 소리로부터 벗어나 다른 각도로 바라보아야 한다. 사장 한명이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의 대가를 최소 반 이상 몰래 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있고, 그에 들어가는 연료와 식자재가 있다. 항공운송의 이윤은 이런 멈춰있는 항공기나 연료나 식자재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리 항공기가 150대가 있더라도 그 항공기를 조종하는 노동자와 객실승무 노동자와 운송노동자 정비노동자가 없다면 승객들은 비행기를 타고 날지 못할 것이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을 할 수 없으므로 항공사에 이익이나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다. 항공노동자들이 각 분야에서 일할 때 이윤이 발생하고, 그 이윤으로 기름값이니 항공기 감가상각이니 월급이니 주고도 사장이 더 많이 챙기게 되는 구조가 바로 자본주의 구조다.

결국 사장이 우릴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사장이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한 결과를 자연스럽게 항공기나 연료, 식자재를 소유했다고 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는 사장을 대신해서 회사를 경영할 충분한 실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경영권을 가질 경우 노동자의 경영권은 사장의 경영권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 된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려면 사회의 조직된 힘을, 즉 국가권력을 현장노동자 속으로 가져와야 한다. 목표는 하나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첫 단계로 항공산업 같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여 노동자에게 고용안정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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