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악, 자유주의 정권의 본색을 드러내다

0
1767
[사진: 레디앙 / 곽노충]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의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고, 이와 관련된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재석 198명 중 160명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한국의 자본가들은 지금까지 인건비 절감을 명분으로 기본급을 낮게 책정해두고 상여금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임금정책을 취해왔는데, 이 개정 법률이 적용되면 작년에 그나마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사실상 무력화되어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는 전혀 없게 된다.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및 생활수준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개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이다. 또한 취업규칙을 노동자의 동의 없이도 변경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독소조항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들 압도적 다수가 여기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6월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개악된 최저임금법이 통과되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결국 없었다. 집권당이 주도한 개악이니 이는 당연하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국무회의 직전까지도 문재인에게 개악된 최저임금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데 매달리면서 문재인에 대해 무망한 기대를 품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개악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본질을 폭로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운동 내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준 셈이 되었다.

최저임금 개악,
문재인 정권의 계급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

사실 문재인과 민주당 세력이 자본가 계급을 대변한다는 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굳이 멀리까지 되돌아보지 않아도 2016년 촛불집회 시기부터 이미 그 계급성이 드러나 있었다. 당시 문재인과 민주당 세력은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뜻과는 달리 박근혜에게 ‘하야를 피하기 위한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하거나, ‘명예로운 퇴진’, ‘단계적 퇴진론’을 주장했다. 그러다가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에 의해 마지못해 박근혜 퇴진 요구에 편승하여 촛불집회 한켠에 앉았다.

박근혜 탄핵 뒤에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는 문재인과 민주당이 촛불을 대변하는 세력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자유주의 세력이 아닌 다른 유력한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촛불을 대변하는 정권이 아니라 단지 촛불정세 덕분에 등장한 세력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수구세력이 아직 잔존하고 있고 자유주의 세력을 대체할 대안적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을 ‘촛불정권’이라 치장할 수 있었고, 많은 민중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잘못된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집권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촛불투쟁으로 제기된 과제의 해결, 예컨대 철저한 적폐청산이나 절박한 삶의 요구 실현을 원하는 민중들의 뜻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 우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며 취임과 함께 집무실에 일자리현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현재 일자리위원회의 성과가 뭔지는 차치하고 도대체 돌아가고는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여전히 실업률은 최악의 상태이다.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문하는 등의 허울좋은 이벤트 정치를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업문제와 비정규직문제에 있어서 어떠한 것도 해결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이 정규직화라면서 추진한 정책의 실제 내용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을 통한 기만적인 ‘중규직화’였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을 부추기기만 했다.
  • 반민중적 전횡을 일삼아 온 대표적 적폐세력들인 재벌, 검찰, 국정원에 대한 개혁 또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기껏해야 박근혜와 이명박을 구속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멈춘 채, 자신들의 정권 안정을 위해 민중들의 요구가 이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데 골몰해왔을 뿐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공약 일부라도 이행하려고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최저임금 인상일 것이다. 비록 작년 노동운동에서 외친 최저임금 1만원이 당장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어디서나 ‘역대 최고의 인상률’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이 작년인 2017년에 이뤄진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촛불투쟁과 노동자들의 오랜 기간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자마자 이들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연초부터 노동법 개악을 시도했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중소자영업자 다 죽는다’ 따위의 각종 여론몰이로 자본가의 편에서 노동계급을 겁박하며 양보를 강요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최저임금법을 개악함으로써 자신들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던 정책마저 스스로 짓밟아버렸다.

이로써 문재인정권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촛불정권’이라는 외투조차 내던지고 명백한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임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의 압도적 다수가 이번 개악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 원내대표 홍영표가 최저임금 개악안 통과를 환노위에 종용하고, 개악안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에게 “선거때 누구 찍었냐”며 자신들의 선거를 방해하지 말라는 적반하장격의 막말을 하는 모습, 그래놓고 한편으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손해를 볼 노동자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식의 파렴치한 변명을 하는 모습은 이러한 사실을 재차 확인해 준다.

본격화될 자유주의 정권의 한계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적폐청산과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있어서 ‘촛불정권’을 운운하던 문재인과 민주당 세력이 한 것은 거의 없다. 특히 노동부문을 보면, 문재인은 집권 초기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노동계에 대해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는 식의 말을 했지만, 실제로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최저임금법 개악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1년차에 들어 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노골화하면서, 자신의 유일한 치적마저 내버렸다.

그간 노동자들 속에서조차 적잖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의 계급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환상을 품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의 이런 행보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급격히 자유주의세력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해 대중들은 벌써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이번 개악에 대해 반대하였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민생정책에 대한 부정평가 수치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촛불정권’이라는 외투를 걸쳤을 뿐 촛불민중을 전혀 대변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권의 본질,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정권의 계급적 성격 때문에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미 작년 11월 『사회주의자』가 주최한 촛불집회 1주년 기념 토론회 발제문에서는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지적된 바 있다. 수구세력이 아직 잔존하고 있고 연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풀리면서 그 한계가 드러나는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다. 최저임금법 개악은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진보세력은 이 정세를 어떻게 보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당시 토론회 발제문 중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적폐청산투쟁과 함께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반자본주의 투쟁을 본격화하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민중의 삶이 오랜 기간 동안 악화일로에 있고, 이것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이 만들어낸 것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그 해결을 장담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손을 대야 한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반자본주의투쟁을 본격화하고 삶의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자유주의 세력과 치열하게 대립 경쟁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성두현, 「촛불집회 후 1년,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과제는 무엇인가?」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