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러고도 “굴욕외교”는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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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s://www.usnews.com/news/politics/articles/2017-06-30/the-latest-south-korean-president-returning-to-white-house]

6월 30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 지배세력은 너나 할 것 없이 상찬을 쏟아내고 있다. 대개 한미동맹을 굳건히 했고 한반도 통일에서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자신도 직접 “기대 밖의 대접을 받았고 기대 밖의 성과를 거뒀다”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 이상 ‘굴욕외교’는 없다”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인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정말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처럼 ‘굴욕외교’를 탈피하고 성공적인 외교로 마무리 됐는가? 굴욕외교는 없다는 자평이 무색하게 미국에 굴욕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장차 노동자민중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중요한 정치 사안들을 내주고 왔다. 그런데도 성공한 회담이라며 뻔뻔하게 떠들고 있으니 교언(巧言)도 이런 교언이 없을 정도이다.

방미 목적은 미국 정부로부터 정권을 인정받는 것

그동안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쪼르르 미국을 방문하는 행태가 많은 이들에게 비판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조선시대 새로 왕이 들어서면 중국에 책봉받으러 갔던 행위에 빗대어지기도 했다. 문재인은 선거기간 동안 “미국에도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나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있는 외교를 할 것이라고 예측되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과거 정권들과 다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쪼르르 미국을 방문하는 과거 정권의 행태를 답습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노골적이고 적극적이었다.

간단한 ‘팩트 체크’부터 하면, 문재인은 대통령 취임 후 51일만에 미국을 방문하여 지금까지의 대통령 중 가장 일찍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다. 단순히 가장 일찍 미국을 방문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권의 일차적 목표는 ‘한미동맹 강화’였다. 6월 26일 전직 주미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동맹 강화 기반을 탄탄히 하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공고할대로 공고한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문재인 정권이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핵심의제로 삼은 것은 미국 정부와 지배계급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혹여나 갖고 있을지 모르는 불신이나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들로부터 정권을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많은 자질부족이 드러났는데도 결국 외무부장관에 임명된 강경화의 정상회담 평가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강경화는 7월 3일 연합TV에 출연하여 문재인의 방미목적을 “△양 정상간 신뢰와 우애 구축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미측의 지지 확보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 정책 방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여러 이해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잡았다고 밝히고, 원하는 것을 다 성취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인정받기 위해 문재인은 미국 방문 기간 내내 한미동맹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와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으로 일관했고 막대한 ‘공물’을 미국에 안겨주었다. 이를 “굴욕외교”라 어떻게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어보겠다.

  • 문재인은 방미 첫 일정으로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전투 기념비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문재인은 미군의 흥남철수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라고 치켜세우고,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흥남철수와 자신의 출생 사이의 연관성을 이에 대한 변명으로 삼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냉전적 태도, 사대적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경솔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장진호 전투의 상대였던 북한이나 중공군은 미군보다 더 대규모의 전사자를 냈다. 미국에게 인정받기 위해 외교정책을 총괄할 대통령이 북한이나 중국이 좋게 볼 리 없는 행동을 버젓이 범했던 것이다.
  • 미국 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는 “한미동맹이 뿌리내린 민주주의”, “한국의 촛불혁명은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 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이 해방이후 한국의 반공 독재정권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세력이라는 점,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런 독재와 제국주의 예속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리며 쟁취해온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마치 민주주의가 미국이 준 선물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 문재인은 미국에 그냥 맨 몸으로 간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게 줄 경제적 선물을 한 보따리 짊어지고 갔다. 문재인은 내로라하는 한국의 자본가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을 대거 거느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총 40조1천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총 14조6천억 원을 공장설립 및 설비 확충, 연구 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LNG, LPG 구매와 항공기 구매 등에 25조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본의 국내투자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권이 40조 대미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미국에 사드배치 입장을 확실히 확인해줘

문재인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민중에게 큰 악영향을 끼칠 사안들조차 쉽게 미국에게 내주었다. 대표적인 게 미국에게 사드배치 입장을 확실히 확인해준 것이다.

대선기간 문재인의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불과했다. 취임 후 보고 없이 사드를 추가배치한 것을 문제 삼기도 하고, 배치를 위한 절차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사드 배치 자체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은 국내외 여러 세력을 의식하여 이런 애매한 태도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포장했다. 이것은 이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입장부재를 의미할 따름이고 사드배치에 이해관계가 달린 세력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태도였다. 미국은 사드배치를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문제 삼기 충분했고, 중국은 사드배치를 하려는 것인데 변명을 늘어놓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 충분했다.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문재인 정권의 이런 애매한 태도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정권의 애매한 태도는 금방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했다.

  • 강경화는 외교부장관이 된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미 국무부 장관 틸러슨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절차를 취하는 것”이라며 사드배치 의사를 분명히 했다.
  • 미국에서 사드배치 문제로 트럼프가 ‘격노’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실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이 6월 중순 미국을 극비 방문하여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사드배치 입장을 5시간에 걸쳐 설명했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
  • 문재인도 직접 미국 지배계급에게 사드배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문재인은 6월 20일자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게 우리가 [사드]전개 결정을 취소하거나 뒤집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29일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는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 절차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겠다고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권이 미국에 사드배치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배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절차를 밟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애초 이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드배치가 북한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목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사드의 미사일 방어능력 자체도 확실치 않다는 점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역내 국가를 자극하여 동아시아 평화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중국은 확고하게 사드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 경제부문에서 실질적 압력을 넣고 있다. 7월 3일에도 중국 시진핑은 러시아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공동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분명히 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사드배치는 한국의 주권사안이다.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사드배치를 “한국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볼 사람이 문재인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여전히 성주를 비롯해 많은 민중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사드배치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 사드배치 철회는 촛불투쟁에서도 중요하게 울려나왔던 요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미국 지배계급에게 사드배치를 하겠다고 확인시켜주고 온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 미국의 호구로 전락한 문재인 정권

정권 인정을 목표로 모든 것을 다 내줄 태세이다 보니, 미국은 하나를 주니 열을 달라는 태도로 나왔다. 한마디로 ‘호구’ 잡힌 것이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보면, 문재인은 한미동맹과 북핵문제에 대해 미사여구와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의례적 이야기를 서두에 잠깐하고 자기 요구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중 하나는 미국 군대의 주둔 예산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군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으니,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분담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시기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 경제관계가 불공정하다면서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2011년 한미FTA 체결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는데 결코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한미FTA 재협상 개시를 언급했다. 이는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당일 트럼프는 미국 대표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에게 한미FTA 재협상을 지시했고, 라이트하이저는 이를 위해 특별 합동위원회 회의를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한국 독점자본의 진출을 더욱 강화하고, 국내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편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려는 목표에서 한미FTA를 추진했다.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의 저항은 거셌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이런 한미FTA도 지나치게 한국 자본에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며 재협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대응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한미FTA 재협상 개시를 공식화하고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도, 이를 천연덕스럽게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직접 나와 트럼프의 “요구”가 있었을 뿐 “한미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 간 합의한 바가 없다”며 무역관련 내용은 공동발표문의 내용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미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며 양측 실무진이 한미FTA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 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실제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주관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정권의 계급적 속성이 “굴욕외교”로 드러난 것

냉정하게 정상회담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본다면, 사태는 분명해질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은 과거 정권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굴욕외교”의 끝판왕이자, 정권 인정이라는 목적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내준 외교재난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식의 언론보도,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만 난무할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형식적 환대와 외교적 언사들에 기분이 도취된 것인지, 굴욕외교라는 민낯을 애써 숨기고 싶은지, 지나칠 정도의 자화자찬과 교언들로 자신이 얻어맞고 왔고 다 뜯기고 왔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예컨대 문재인 정권은 트럼프가 장사꾼이란 사실은 잊은 듯 트럼프의 따뜻한 환대나 악수, “베리 베리 굿”과 같은 문재인을 추켜세운 언행을 과장하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비판여론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온 장하성에 대한 트럼프의 농담이 마치 미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번드르한 말 몇 마디 해주고 실속은 다 챙겼다.

국내에서만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아전인수식 평가를 할 뿐, 외신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언론 뉴욕타임즈는 “트럼프가 새로운 지도자를 환영하면서도 한국과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더욱 노골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친밀한 동맹국 중 하나에 한방 먹였다”면서, “트럼프는 안보 이슈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칭찬하고 경제관계 개선에 대한 신뢰를 표하면서도, 주먹을 전혀 거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미정상회담의 “굴욕외교”는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계급적 속성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제국주의는 한국을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예속해왔고, 한국의 지배계급의 뒷배가 되어왔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오랫동안 집권해온 수구세력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배계급의 또 다른 한축을 이루어온 자유주의 세력 역시 수구세력 못지않게 미제국주의에 기대어 왔다. 자유주의 세력의 미국에 대한 예속성, 굴종성은 근본적으로 이로부터 비롯된다. 문재인 정권도 이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국민주권”을 그렇게 떠들어왔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미국 지배계급이 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사드배치, 한미FTA 재협상과 같이 한국 노동자민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다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굴욕외교”는 문재인 정권의 계급적 본성이 대미 관계에서 표현된 것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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