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노동정책의 민낯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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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뭐 하나 확실히 하는 것 없는 문재인 정권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뭐 하나 확실히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권이 가장 강조해왔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① 비정규직 정규직화

촛불대선으로 당선된 직후 문재인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인천공항이었다. 그곳에서 비정규직을 2017년 연내에 정규직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바로 문재인의 정책 1호인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결과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상징이 되었고, 문재인 정권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다.

보안검색, 수화물, 물류, 청소 등 업무 대부분은 인천공항 내에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들이고, 이곳에 근무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항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당선되자마자 달려가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인 만큼,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권이 책임지고 해결했어야 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방안이 흘러나오고, 노사협의체가 구성되어 정규직 전환 기준이 협소화되면서 문제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국노총 소속의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정권의 구호를 들이대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12월 26일 가까스로 사측과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정규직화는 매우 제한적인 것에 불과했다. 1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소방, 보안 검색 분야 3천 명만 정규직으로 직접 전환하고 나머지 7천여 명은 자회사(별도 독립법인)를 만들어 그곳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었다. 이른바 ‘중규직화’인 것이다. 2017년이 지나기 전 가까스로 노사 합의를 이뤄냈지만, 문재인 정부가 자기 공약을 지켰다고 볼 수는 없다. 공공운수노조의 논평처럼, 이 정도라도 얻어낸 것은 그간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② 최저임금 인상

올해 7월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 인상 또한 노동자들에게는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했지만, 이것은 정권이 사실 촛불투쟁에 대거 나선 민중의 요구를 조금이나마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부족하나마 대규모 민중투쟁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최저임금 위원장의 입을 통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집권 여당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서 “지금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 … (내년) 1월 중 결론을 낼 것으로 안다”(12월 21일 기자간담회 중)고 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나서, 그 실질 효과를 반감시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이윤이 침해당한다는 자본의 엄살에 정권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문제에서도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자본의 요구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공약은 실현된다 한들 조삼모사로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③ 노동시간 단축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 노동공약 중 하나가 노동시간 단축이다. 대선 전 문재인은 “68시간의 노동을 허용하던 변칙적 관행을 깨고 주당 52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말했고, ”13년 전 주5일제를 도입할 때 대기업과 보수언론들은 나라경제가 결딴날 것처럼 말했지만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500시간 가까이 줄었는데도 우리 경제는 더 성장했고 국민의 삶은 더 윤택해졌다”는 평가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은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 적용을 2021년이라는 먼 훗날로 연기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하려고 했다. 이 문제는 기존 잘못된 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하여 그냥 1주일을 5일이 아니라 7일로 해석하기만 하면 된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또 다시 시작된 자본의 엄살에 굴복하여, 300인 이상 기업들과 소규모 기업들을 분리해 차등 적용하는 입법을 시도했다. 말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속도조절론이지만, 실제로 다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반노동적 개악일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도 아닌, 행정해석 변경으로 잘못된 현행 법적용을 시정하는 것조차 못하고 자본의 요구를 수용하며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핵심적으로 공약하고 추진한 노동정책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공약조차 실현할 의지도, 의도도 없는 정권이고, 좋은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정권이며, 하나같이 자본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자본가 정권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 자본가 정권의 계급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정권이다. 자기 공약에 대한 불철저함은 바로 이런 계급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1년만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위에서 살폈듯이, 문재인 정권은 5월 집권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노동정책과 관련하여 이미 자기 민낯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자기를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무슨 도깨비 방망이인 것처럼 이것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사회적 대타협은 노동자들의 대양보로 귀결되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노사정 대타협의 사례를 돌이켜보자. 1998년 김대중 정권은 IMF위기를 빌미삼아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했다. 정리해고제는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용이하게 했고, 근로자파견제는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가져왔다.

사회적 대타협은 비단 자유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구세력 박근혜의 핵심 정책이기도 했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청년실업 해소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했다. 그 주요내용은 일반해고제 도입,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이었고, 경총의 ‘민원사항’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이처럼 한국의 경험만 국한해 보더라도 정권이 경제적 위기를 빌미로 들고 나오는 사회적 대타협은 사실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수단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내건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별반 다를 이유가 없다. 우선 내건 이유부터 지난 정권들과 대동소이하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기업과 가계의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양극화가 재난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는 것인가? 지난 정권의 노사정 대타협은 모두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한 것인데,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다. 양보를 이야기하고 짐을 나누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양극화 발생의 원흉인 자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개혁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 반면 자신의 핵심 노동정책, 공약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후퇴하고 뒷걸음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오는 대타협의 결과는 어떠한 것이겠는가? 그 결과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확대를 비롯한 노동자 삶의 개선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축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확대 등 노동자 삶의 악화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권은 이와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1년만 더 기다려 달라며 노동자들을 현혹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일부 타락한 노동운동세력을 자기 편으로 포섭하려고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12월 21일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가졌다. 여기서 문재인은 “소득주도 성장과 사람중심 경제를 이루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노사 양측이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공공운수노조와 산하 23개 노동조합 대표자들을 초대했다. 지난 10월 24일 민주노총이 청와대 오찬에 불참했는데, 그러자 자신의 뜻에 맞는 일부 노조를 개별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이미 민주노조운동의 과거를 깨끗이 세탁하고 자유주의 세력의 품으로 들어간 문성현(전 민주노동당 대표)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최근에는 이석행(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산하 기관(폴리텍 대학) 이사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윤해모(전 현대자동차 지부장)는 대선 이전에 이미 ‘사회연대포럼’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였고, 이번 선거에서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은 재난 수준의 양극화, 청년실업 등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확대하고 민주노조운동을 배신한 세력들을 포섭하여 자본가의 이해를 반영하는 사회적 대타협의 길을 가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의 길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되는’ 길

최근 일어난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막연한 기대조차 무너트리는 계기가 되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기대했지만 정작 노조도 없는 저임금 노동현장에서는 상여금을 삭감해서 최저임금에 맞추려는 자본의 횡포가 이미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권은 상여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축소하려 하고 있으니, 문재인 정권도 똑같다는 이야기가 노동자들 사이에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수구세력을 쫓아내고 탄생한 정권임에도 제1호 약속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현실, 그 간단한 행정해석 폐기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도 못하는 현실, 법원조차 인정한 휴일수당 200% 적용도 하지 못하는 현실을 통해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권을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근로기준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하게 국회 앞 집회를 진행하고, 수배자 신분의 사무총장이 민주당사 단식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밑바탕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의 분노보다, 노사정 대타협만 관심이 있다. 혹여 문재인은 민주노총 선거에서 네 후보 중 세 후보가 노사정위 참여 입장을 밝힌 것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한상균 위원장 석방 등을 주장하며 최근 민주당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농성의 진짜 배경에는 현 지도부와 새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차기 지도부 간의 복잡한 권력 문제가 얽혀 있다”며 “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법에 따라 정리될 것”이라고 말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은 촛불을 탄생시킨 노동자 민중의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 존립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태는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본주의 모순이 심각한 헬조선의 현실에서 자유주의 자본가 정권인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계급성을 버리고 노동자 민중의 편에 설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핵심 노동정책에서 문재인 정권이 범하고 있는 행보는 그러한 상황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문재인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 대희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가야 할 길은 어느 쪽일까? ‘사회적 대타협’의 길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되는’ 길을 선택하고 투쟁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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