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현실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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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5월 9일 대선을 앞둔 보수정당들은 너도나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공약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안철수, 홍준표 후보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바탕으로 단순계산을 하면 매년 710원씩 인상한다는 것이 된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생긴 이후 최저임금은 매년 9% 정도 증가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하면 2022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 가까이 된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되는 것을 마치 대단한 것처럼 공약으로 내 건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선후보들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너도나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이로 인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더해 2012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어 온 노동자 민중의 최저임금 인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를 침몰시킨 촛불민심의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헬조선에 대한 분노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현가능한 요구로 성큼 다가온, 최저임금 1만원

몇 년 전만 해도 최저임금을 50%이상 인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인가라는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러한 의문은 없어졌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통령(오바마)이 나서 40%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고, 2015년 미국 뉴욕주에서는 2018년부터 패스트푸드 식당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8.7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기로 결정을 했다. 영국에서 독일에서 중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흐름이 활발해지고, 캄보디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현실은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반대논리조차 압도해버렸다.

대표적인 반대논리는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비용부담으로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아파트 경비원이 줄어든다는 궁색한 사례를 많이 제시했다. 하지만 2015년 3월 영국 최저임금 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이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미국 노동부(www.bis.gov)는 최저임금 인상이 미국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카드와 크루거라는 영국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한 지역에서 고용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때문에 고용이 준다는 반대논리는 이제 더 이상 들어설 자리도 없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대표적인 반대논리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다수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는 대규모 유통, 서비스 자본에 의해 야기된 고통이 영세자영업자 부담의 핵심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 투쟁당시 전국유통상인협회는 “재벌이 중소상인 자영업자 걱정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단다. 벌 받아요. ……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지요”라고 시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성적인 최저임금투쟁을 벗어나자!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공황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이 어려워지자, 2012년 미국에서는 서비스노조(SEIU)가 뉴욕을 시작으로 최저임금 15$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전역 150개 도시로 이 투쟁은 확대되었고, 최저임금 15$ 쟁취(fight for 15$)를 위한 지역위원회 조직이 곳곳에 등장하였다. 이 투쟁을 통해 미국의 제도 정치권 내에 최저임금 논의구조가 바뀌었고 임금정책도 바뀌었고 노동조합이 확대되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2.1%(2001년)에서 18.2%(2015년)로 늘어나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최저임금 투쟁은 해당 사업장들(예를 들어 청소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민주노총 여성연맹 등)의 한정된 투쟁으로 축소되고, 관성적인 투쟁을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이 갈수록 동력이 줄어들었다.

가령 2013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투쟁의 기조와 목표 중 하나로 예년과는 다르게 동일 정액 인상 요구를 제시했다. 그러나 2013년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은 예년의 투쟁과 다르지 않았다. “최저임금연대”와 함께 진행한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도심(보신각)‧경총 앞‧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진행된 결의대회, 최저임금 결정시기 전국 동시다발 집회 투쟁 등이 그것이었다. 투쟁의 방식은 예년과 비슷하였고, 투쟁의 질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였다. 집회 참가자는 줄었고,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관심과 결합도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4년 최저임금을 민주노총의 요구안에 턱없이 모자란 시급 5,120원으로 결정하였지만 이에 대한 분노는 조직되지 못하였다. 심지어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 중 1명은 조직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공익위원안에 찬성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2014년 최저임금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 자료 중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 오상훈의 글 참조함.)

2014년 민주노총은 최초로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한상균 위원장을 선출하였고, 2015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식 요구안으로 확정하였다. 500만 서명운동이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선전전에서 많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최저시급 1만원 요구를 호응해 주었다. 비록 20만 정도에 그친 서명운동이었지만 민주노총 전체가 최저시급 1만원을 요구하고 서명을 받고 거리로 나간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7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되고 나서 최저임금 1만원은 수그러들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조차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이야기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최저임금투쟁은 또다시 기자회견, 선전전, 최저임금위원회 앞 집회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열망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관성적인 투쟁은 미조직 노동자를 점차 무관심한 상태로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최저임금 1만원, 이제 현실화를 목표로 대중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이번에야말로 관성적인 투쟁에서 벗어나, 실제로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만들어 가야할 때가 되었다. 선전전과 몇 번의 집회,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으로 반복되는 최저임금투쟁 말고, 민주노총 전 조직이 동원되는 최저임금 투쟁, 미조직 노동자와 민중들이 결합하는 최저임금 투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조운동에서 진행되는 많은 투쟁들은 실제로 쟁취하겠다는 의지보다,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은 주체적 역량은 점점 축소되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 초기, 소수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은 전체 미조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의 기준이 되는 역할을 했고, 그러한 투쟁 속에서 민주노조는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미조직 노동자 조직이 정체되고, 대기업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이 지속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은 그들만의 투쟁으로 축소되고,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위상도 점점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 1만원 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자를 주체로 만들어내고, 비정규직노조와 미조직 노동자들이 결합해내는 투쟁을 만든다면, 이는 이러한 모습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촛불투쟁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요구들이 확인되었지만,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그 주체적 상황을 살펴볼 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에 관성적으로 진행되어왔던 보여주기식 투쟁이 아니라 정말로 최저임금 1만원에 집중해서 이 요구를 쟁취하는 투쟁을 만들어볼 필요도 있다. 이것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경험한 노동자들 속에 잠재된 활력을 끌어내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경제적 요구로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투쟁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최저임금 1만원도 좋지만 최고임금도 정하자는 논의도 만들어 질 수 있고, 자본에 편향된 최저임금위원회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도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도로 대자본의 소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가는 것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로도 연결시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는 요구를 걸고 6월 사회적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만원행동”이라는 조직도 만들어지고 있고, 4월 15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첫 번째 독자집회도 진행되었다.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대하는 여러 운동세력의 태도 역시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이라는 점은 매우 긍정적 요인이라 하겠다.

앞서 보았듯이 대선후보들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이 되겠어하는 위축된 마음을 버리고, 혹시나 보수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지하는 생각도 버리고, 스스로 싸워 쟁취하겠다는 태도로 최저임금 1만원 투쟁에 임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시기 우왕좌왕했던 보수정치권을 정신 차리게 했던 힘은 수백만 촛불민중에서 나왔다. 최저임금 1만원도 마찬가지다. 단호하게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해내는 힘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서 나온다. 최저임금 1만원을 이제 현실로 만들자. 그리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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