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노동자의 조직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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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

6월 16일,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가 개최되었다. 이 날 상견례 자체는 교섭장소 및 일시, 교섭내용 공개여부 등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노사간 의견차가 발생하여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그러나 한국 패스트푸드업계 최초로 현장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여 시작한 단체교섭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업계 노동자들이 지닌 조건과 잠재력

노동계급의 삶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려면 자본을 실질적으로 타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에서의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맥도날드를 비롯한 서비스업계 노동자들은 그런 조직화의 가능성이 충분한 조건에 놓여있으며, 전체 노동운동에도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① 전 세계 서비스노동자들이 지닌 ‘물량의 힘’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 국면에서 서비스업은 어느 산업분야도 따라오지 못할 큰 고용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2015년에 낸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조직(국가기관, 민간기업 모두 포함)으로 월마트와 맥도날드가 각각 3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해당 통계에서 1위는 미 국방성, 2위는 중국 인민해방군이다. 국가기관을 제외한 민간기업만 고려할 경우, 월마트와 맥도날드가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마트노동자 조직률, 그리고 패스트푸드 업계에서의 단체교섭 성사 등 일련의 성과는 결코 우연 내지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며,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는 조건하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현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 이는 서비스노동자들이 조직만 된다면 어느 누구보다도 강력한 사회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서비스업 자체의 성장에 의해 발생하는 상시적인 노동수요 역시 많은 이들이 서비스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한국에서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총 노동자 수는 약 173만명이었지만, 해당 분야에서만 여전히 3만6천여명 가량의 부족인원(채용계획이 있거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수)이 발생하고 있다.

② ‘알바의 생업화’ : 서비스업계로 점점 더 많은 노동인구 유입

고령화 및 생활비용 상승, 정규직 취업기회 감소, 재직기간 단축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서비스업계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렇게 유입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중년층과 노년층이다. 주변의 대형마트나 패스트푸드점 등지에서는 이른바 ‘주부사원’이나 ‘실버사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예로 서울에 소재한 한 맥도날드 지점의 경우는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50대 이상의 중년층, 노년층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직관적인 관찰로서만이 아니라 공식 통계가 뒷받침해준다. 한국의 노동자 평균연령은 2006년에 37.5세였던 것이 2015년에는 41.1세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달려오고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 및 고용률 역시 약간의 부침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노년층 중 노후대책을 자녀에 의존하는 사람의 비율은 2007년에 34%였으나 2015년에는 23%로 크게 줄어들은 반면에, 노후생활비를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의 비율이 2007년 61.3%에서 2015년 66.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2016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에 고용된 노동자 중 20대가 약 24%를 차지하며, 그에 못지않게 40대는 20%, 50대는 23%, 60대 이상이 7% 정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른 총 근로시간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40대 이상인 서비스노동자들이 생계 및 자녀교육, 노후대책 마련 등을 위해 20대 노동자들에 비해 더 많이 노동할 수밖에 없는 조건하에 있음을 시사한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알바’라 불리는 일들이 ‘젊은 사람들이 정식 취업 전에 사회경험 쌓으려고 하는 일’ 내지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용돈 벌려고 하는 일’ 정도로 취급되었지만, 이제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일을 아예 직업이자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모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 광고에는 노년의 배우가 캐스팅되기도 했는데, 이는 일반화된 노년노동과 ‘알바의 생업화, 직업화’라는 현재 한국의 사회적 조건을 반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열악한 노동조건

이렇게 생업이자 직업으로 ‘알바’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이 부문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이다. 2015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한 명의 부모가 최저임금으로 두 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무려 58시간을 일해야 하며, 이는 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긴 주당 노동시간이다. 또한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노동을 강요당하는 정도 역시 OECD 내에서 한국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불가피하게 서비스직종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자기 개인의 힘만으로는 빈곤을 극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럼으로써 그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변화에의 욕구를 고조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다.

[사진: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69712.html)]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처한 실태

노동자들 사이에서 맥도날드는 ‘서비스업계의 삼성’이라고도 불린다. 노동자들을 대우해주고 최상의 복지를 제공하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들을 교묘하게 착취하며 제 몫은 다 챙겨간다는 점을 표현하는 말이다.

맥도날드에서는 일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크루’라고 부른다. 크루들은 음식 및 음료 만들기, 드라이브 스루 및 카운터에서의 주문받기, 제품 포장하여 제공하기, 청소 등의 업무를 한다. 그리고 배달사원인 ‘라이더’가 있다. 또 작업의 지휘통솔 및 인원배치, 고객응대, 수익금 정산, 매장의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매니저’가 있다. 한국의 많은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위반에서 시작하여 부당해고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탄압과 착취로 얼룩져 있듯, 맥도날드 역시 손에 그런 얼룩을 묻힌 자본이다. 얼핏 보기에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맥도날드의 노동자들도 여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겪는 것과 비슷하게 여러 문제들을 겪고 있다.

우선 크루들은 유니폼 환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머리망이나 구두를 비롯한 필수 품목을 지급받지 못한 채 사비로 구입하도록 지시받는다. 휴식시간에 대해서는 급여가 일체 지급되지 않고 있고, 식대 역시 돈으로 지급되지 않고 햄버거 따위의 현물로 지급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법조차도, 크루들이 항상 강요받는 극심한 노동강도에 비하면 약과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비용절감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압력에 의해 매장은 언제나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것을 강요받는다. 이로 인해 크루들은 원래대로라면 2~3명이 하게 되어 있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그 결과 (맥도날드가 언제나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빠른 서비스도 불가능해지는데, 그럴 때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은 언제나 크루들에게 쏟아진다.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크루들이 생겨나면, 인원이 줄어들어 일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라이더들의 경우는 빠른 배달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압력에 의해 과속과 교통법규 위반을 일상적으로 강요당하며, 그 때문에 교통사고를 자주 당한다. 그러나 사고를 당해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신속배달을 위해 교통법규를 어기다가 적발되어 과태료를 물 경우, (‘신속한 서비스’라는 회사의 방침에 의해 그렇게 내몰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스란히 라이더 개인의 비용으로 떠넘겨진다.

매니저들은 관리자이므로 좀 편할까? 그에 대한 답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이다. 오히려 매니저는, 매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작업에 다 뛰어들어야 하는 사실상의 ‘다기능공’이다. 기계가 고장나면 고쳐야 하고, 고객이 항의할 경우에는 응대해야 하고, 인원이 부족하면 직접 카운터와 주방에 뛰어들어 작업을 한다. 그러면서도 수익금 정산이나 자재관리, 비품관리, 매장 시설 관리 등의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법정 근로시간 이내에 일을 다 끝내지 못해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본사와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며 연장수당을 청구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매니저 중 가장 직급이 낮은 매니저는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로 급여를 받는데, 퇴근때까지 일을 다 못 끝낼 경우 지문인식기에 퇴근지문을 찍고 나서 잔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맥도널드 노동자, 조직가능하고, 조직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맥도날드의 노동문제들은 모두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지만, 2013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노동자들의 경험담과 불만들을 모아내는 작업을 해온 결과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이전까지는 그냥 참고 넘어갔던 것들이 ‘그냥 넘어가선 안 될 것들’로 인식되고 문제제기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앞서 언급한 한국 노동계급의 조건 변화가 크게 작용하였다. 교육비, 주거비, 생활비 등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점점 늘어만 가는 반면 정규직 취업기회는 감소하는 현실 속에서, 서비스업계에서의 아르바이트 노동을 아예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청년층, 중년층, 노년층 할 것 없이 많아졌다. 그런 조건이 형성되었기에,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싹트고 발화되고 조직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과 맥도날드 본사와의 단체교섭 역시 이런 조건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자본도 이런 테이블을 자발적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단체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기까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는 매장 내에서의 상급자들을 상대로 한 투쟁, 각종 기자회견, 대시민 선전전, 매장점거 등을 통한 압박투쟁을 약 4년동안 전개해 왔다. 그 모든 투쟁들이 축적된 결과 맥도날드 본사를 교섭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사진 : 시사저널]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단체교섭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싸워야 할 과제가 닥쳐오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는 처음부터 교섭장소를 본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함으로써 단체교섭의 격을 떨어뜨리고, 회의내용 역시 일체 공개해선 안된다며 온갖 억지와 몽니를 부리고 있다. 여기에 경찰까지 합세하여 이미 2년전인 2015년에 있었던 매장항의방문투쟁에 대해 당시 참가자들을 기소 및 소환조사하는 등, 그야말로 자본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여 자본으로 하여금 노동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방법은 분명하고도 유일하다. 실제 현장에서 보다 많은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부당한 노동현실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여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방법은 스스로의 단결과 조직임을 선전하며, 이로써 그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일이다.

이제까지 노동운동 및 진보진영이 실제 현장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해고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현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맥도날드에서의 단체교섭이 시작되자 여러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조합원들에게 접촉하여 취재를 요청하는 등, 해당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사측을 압박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사측이 감히 불이익을 가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처음에는 비공개 조합원이었으나 단체교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교섭 추진에 탄력을 주기 위해 신분을 사측에 공개하였다. 그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얻어낼 수 있었고, 그 뒤로도 노조는 본사가 단체교섭 관련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게끔 만들기 위해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 지방노동위원회 제소 등 다양한 방향에서 압박을 가하였다. 필자 역시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며 노동현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활동을 해나갔다.

그런 적극적인 활동의 결과, 탄압은커녕 오히려 현장의 노동조건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는 전혀 없었던 주방용 안전장갑과 팔토시가 지급되기 시작하였으며, 매니저들이 이전보다 크루의 안전에 더욱 신경쓰는 등의 변화가 생겨났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각하게 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사측에 대해 당당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고,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하기에 좋은 상황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노동계급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체제의 모순을 백일하에 드러내기 위한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구호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저임금 결정시기를 전후하여 조직된 6.30 사회적 총파업에는 학교, 대형마트 등지에서 일하는 5만여명의 비정규직 및 계약직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보여주었다. 비록 올해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만원행동”을 비롯한 최저임금 1만원 운동 자체가 사실상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열망은 비단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맥도날드 매장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운동과 맥도날드 본사와의 단체교섭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조합원임을 매장의 동료들에게 밝히자, 동료들은 노동조건 개선방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단체교섭 요구사항 홍보 유인물을 유심히 살펴보며 “이런 항목들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피드백해준 20대 노동자, “주말같이 일하기 힘든 날에는 수당을 더 줘야 해”라고 아이디어를 내준 50대 노동자, “정말 좋은 일 하고 있다, 세상이 좋아졌다”며 격려해준 60대 노동자, “자존감 갖고 일하려면 당연히 최저임금 1만원은 받아야지”라고 호응해준 70대 노동자까지.

새로운 모습의 일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그 열망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제는 그 힘을 노동자들 스스로가 깨닫고 떨쳐일어날 차례이다. 활동가들은 그 열망이 터져나올 수 있도록 먼저 화제를 제기하고 자극을 가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현장에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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