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고, 불법파견 회피하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1교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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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창원공장 1교대 전환

최근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8개 하청업체 가운데 7곳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2019년 12월 31일자로  해지하겠다고 하였다. (한국지엠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본은 사내하청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적인 ‘도급’, 다시 말해 ‘진성도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도급계약’, 하청업체를 ‘도급업체’라 부르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의 사용은 법원의 판결에서도 드러났듯이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도급계약’이라는 용어 대신 ‘인력파견’, ‘하청업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를 이유로 지난 11월 25일 창원공장 하청업체들은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60여명에 대해 해고 예고통보를 단행했다. 이로써 2017년,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해를 앞두고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기게 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는 그동안 대략 700여명의 비정규직이 일해 왔는데, 이 700여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이라 할 수 있는 장기계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고, 3개월·6개월 단위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단기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위협에 처해있는 알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섞여 있었다. 이처럼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마저 여러 가지 고용형태로 분리하고 더 많은 이윤을 착취해왔는데, 이제는 이러한 노동자 전체를 해고하겠다고 칼을 뽑아 휘두르고 있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경차 스파크의 생산물량이 줄었고, 2022년 이후 생산될 예정인 컴팩트 유틸리티 차량(C-CUV)의 안정정인 물량확보를 위해서는 비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1교대 전환으로 발생되는 정규직 잉여인력을 오랫동안 일해 왔던 비정규직을 내쫓는 인소싱을 통해 흡수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지엠의 행태는 2009년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2014년에 군산공장에서, 그리고 다시 2017년에는 부평공장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지엠의 이러한 행태는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확대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나쁜 행태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엠자본은 일방적으로 물량을 조정하면서 이를 무기삼아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을 부추기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도 계속 저지르고 있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사측이 배포한 유인물의 내용이다.

지금은 ‘창원공장이 죽느냐, 사느냐’와 ‘정규직이냐, 도급직이냐’를 선택하고 결단해야 한다. 이 순간에 회사의 선택은 명확하다. 창원공장을 살려야 하고, 우선 정규직부터 지켜야 한다! C-CUV의 성공적 양산으로 창원공장과 더 많은 직원들을 살리기 위한 회사의 절박한 노력에 노동조합도 손잡고 나서야 한다.

(2019년 12월 10일자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측 유인물)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려는 창원공장 1교대 전환

한편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 위로금으로 회유하는 방식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1년 이상 근무자는 1,000만원, 2년 이상은 2,000만원, 3년 이상은 3,000만원을 줄 테니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준 위로금은 해고수당 정도에 해당하는 200만원이 전부였는데, 최근에는 이 위로금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회유가 진행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계속 진행 중인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을 회피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는 이미 2016년 불법파견 소송으로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그 이후 추가적인 소송이 진행되었다. 내년 1월 10일 고법 판결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부평을 포함해 100명에 이르고, 이미 지방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노동자만 300여명에 이른다. 법원뿐만 아니라 이미 노동부에서는 700여명에 달하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된 것으로 판단하고 한국지엠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구조조정을 빌미로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불법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위로금 지급조건을 제시하면서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한국지엠에 묻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바로 이것이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돈 몇 푼으로 해소하려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렇듯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임금동결 및 복지후퇴, 부평2공장 1교대 전환, 인천KD공장 폐쇄, 법인분리, 인천부품물류공장 폐쇄에 이어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이라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으며, 더불어 불법파견 문제도 돈 몇 푼으로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다시 일어서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지엠자본에 맞서,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최근 비대위체계로 운영되어온 상황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한국지엠에 맞서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을 막아내고, 총고용보장을 요구로 내걸고,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노동자들, 지역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모아내며 지엠자본과 맞서 투쟁하고 있다.

(1) 1교대 반대 서명운동

창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교대 전환 반대와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했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노동자들이 서명에 함께 해줄 것인가 짐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서명운동에 들어가자 예상보다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뜻 서명에 동참해 주었다. 600여명의 정규직과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명에 함께해 주었다. 이 서명은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상황에 대해 창원시와 경남도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2) 비조합원도 함께하는 역사적인 비정규직 총궐기대회

지난 12월 3일 창원공장 본관 앞에서는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노동자도 함께 하는 비정규직 총궐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참가한 노동자는 모두 200여명. 그중 100여명의 비조합원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했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참가하기를 주저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와 같이 참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겠지’라는 환상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창원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왔는데, 이처럼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되는 신세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현실로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8,100억 혈세를 지원받고도 공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은 해고하고 노동강도는 높이며 노동자를 탄압하는 지엠자본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쓴 호소문의 일부이다.

비정규직 마크를 달고 일해 온지 강산이 두 번하고도 반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초창기 시절 물량이 없어 부평 물량까지 받아와 구조조정 없이 함께 웃으면서 일했고, 직영 여러분들이 뜻을 모아 노조를 만들 때도 함께 동참하지 않았지만 멀리서나마 용기라는 말로 응원을 했습니다. 마티즈 대박으로 3조 2교대를 할 때도 전 2조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면서 생산만이 살길이라는 문구 아래 힘들면서도 월차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젊음 하나로 버티고 묵묵히 여러분들과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해 왔습니다. …… 그렇게 이십 년 넘게 울타리가 되어준 이 직장에 나의 세월도 함께 묻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우리를 이 한 겨울에 길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이렇게 매몰차게 버리진 않을 겁니다. 하물며 고객을 최고 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윤리 경영을 해야 할 지엠이. …… 정부로부터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고도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도 없이 최선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이런 행동에 울분을 금치 못하고 비정규직 해고 인원이 560여명이지만 그에 딸린 아들과 딸들 그리고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천명이 넘는 인원들을 칼을 들지 않고 살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12월 3일 비정규직 궐기대회에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동참하여 소통과 위안의 자리가 되었으며, 아울러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가 드리는 편지’ 중에서)

이 자리에는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도 참여를 했다. 그동안 암암리에 존재했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 총궐기 대회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에만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비조합원 노동자들도 함께 하는 집회가 개최되었고,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궐기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비록 지금까지 자본의 협박과 해고 위협으로 숨죽여왔지만, 계속되는 자본의 탄압에는 함께해야한다는 노동자의 바람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3) 현장순회 소자보 운동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도 1교대 반대를 위한 분위기를 모아내기 위해 현장순회선전전과 현장소자보 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업자들은 자신의 작업공간에 1교대 반대, 고용보장을 내걸고 작업을 하고 있고 공장 곳곳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있다.

법원에서 정규직이라 카는데 해고 통보 와 보내노~ 내 공장이라 지금도 공장 살리기 위해 일한다!

단기 계약직으로 3년 그리고 장기 계약직으로 2년 8개월 그리고 결국에는 해고 통지서. 이게 나라인가? 정말 재앙이다. 재앙. 한숨만 나온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 8100억 지원해주고 대량해고라니? 정부가 책임져라. 비정규직은 짤려도 상관없냐!!

비정규직 다음은 정규직 해고~ (군산 폐업 봐라. 역사는 반복)

군산공장 말아먹고 이제는 창원공장 말아먹는 너 먼저 나가! 김선홍

고용안정 생존권 보장하라. 1교대 전환 반대.

1교대 전환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행! 법원판결 이행! 다같이 살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쓴 구호들 속에서 그들의 바람과 분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지엠은 여전히 12월 23일에 1교대 전환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의 합의가 없어도 비정규직 공정에 배치될 인원을 선발하고 있고, 회사 소식지를 통해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일방적인 1교대 전환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경우 최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안에는 1교대 전환과 관련한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1교대 전환을 예고한 12월 23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지엠이 얘기하듯 1교대 전환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유지하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궐기대회, 1교대 반대 서명운동에서 보여주었던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를 더욱 확대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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