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중은 없다. 연대와 투쟁으로 차별금지법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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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이 청원 게시 22일만에 성사되었다

지난 5월 24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A씨가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을 게시하였다. 국민동의청원은 대한민국 국내 거주 국민이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시한 청원이 30일 동안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10만 명 국민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입법 요구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작년 7월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국민동의청원이 게시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30일간 25,123명의 동의밖에 얻지 못하여 청원이 성립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은 최근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공군 간부 내 성추행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차별과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감대를 얻고, 청원자 개인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주노총 등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 온 여러 사회단체 및 조직들이 청원 성사를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결국 청원 게시로부터 22일만인 6월 14일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별·연령·출신국가·장애·종교·성적 지향·성별정체성·학력·이념 등에 대한 불합리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는 각종 차별과 억압 속에 놓여있는 많은 민중들과 피억압자들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 장소의 곳곳에서 온갖 혐오와 차별, 억압,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각각의 개별적 차별들은 실제로는 다양한 범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작동하기 때문에, 차별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지와 같은 논의 역시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본지의 지난해 11월 기사에서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 조직국장은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요한 부분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사회적 의미에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기본적인 법인데, 사회적・정치적 차원에서 반대가 심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사회가 한 단계 딛고 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이 법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차별이 무엇이며,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왜 지금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훨씬 더 차별을 조장하는 건지를 사회적으로 알게 해주는 과정이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이기 때문에 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 곽이경 동지와의 인터뷰」)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역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12월 12일 노무현 정부가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으나 극우 기독교세력 등의 반대에 밀려 발의안 중 성적 지향·학력·가족형태 및 가족상황·병력·출신국가·언어·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되었고, 이마저도 다음해 5월 29일 17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18대 국회에서는 2011년 12월 2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10명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이 역시 2012년 5월 29일 18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어 2012년 11월 6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등 10명이 다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이 역시 2016년 5월 29일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2017년 촛불 투쟁과 함께 사회적인 차별과 부당한 억압에 대한 민중의 의식도 높아졌으며 차별금지법제정에 대한 요구와 기대 또한 커지게 되었다. 2020년 6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5%가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하였으며, 이는 지난해 3월 실시했던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서보다 15.6%p 높아진 결과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민중의 의식 성장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은 성사될 수 있었다(이에 관해서 필자가 작년 7월 기고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민중의 의식 성장에 발맞추어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투쟁하자」를 참고).

이제 국회의 시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대와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성사되어 법사위에 회부되자, 몇몇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회의원 및 정치 인사들의 의견 및 반응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제는 국회가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청원이 성사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사위에 회부된 청원 내용이 실제로 제대로 논의되고 제정에 들어설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들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는 청원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여야 하지만, 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그 심사결과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단서조항 또한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에 따른 여성의 성·재생산권 보장과 임신중단 의료의 안정성·경제성 보장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각각 지난해 11월 3일과 12월 28일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인 보건복지위에 회부되었지만 현재까지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있다는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도 법사위 내에서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명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논의가 진전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 역시 국회에서 청원 내용을 진지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어렵게 한다.

물론 최근 16일 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민주당 24명은 차별금지법의 이름을 바꾸어 ‘평등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평등법은 “고용, 재화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서비스의 제공 이용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 어떤 사유로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모든 사람이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이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여도, 그것이 민중들의 요구와 기대에 따른 입법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가령 2020년 9월 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들 수 있다. 관련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 동의로 성사되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12월 9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3개월 가까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계류되었다가, 산재사망 노동자 유가족들 및 진보시민단체의 단식농성 등으로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처벌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되고 처벌 수위가 낮아졌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3년의 유예 기간을 두는 등 실효성 없는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이 되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세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을 사실상 반대를 해왔다. 하지만 민중들의 성장한 의식과 연대는 더 이상 자유주의세력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 수구세력 국민의 힘 대표가 된 이준석 의원은 차별금지법 입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여전히 수구세력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미 과반 이상의 국회 의석을 갖고 있는 자유주의세력은 더 이상 수구세력의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주의세력은 언제나 그랬듯이 차별금지법의 핵심적 요구를 축소시킨 누더기법을 만들어 지배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려 할 것이다. 앞서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에서 사업주을 처벌하는 내용이 빠진 것이나 차별의 입증책임을 ‘차별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지도록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6월 1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주관한 아시아나케이오 복직투쟁 승리 문화제가 있었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 등 여러 범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놓인 차별과 억압에 공감하고 연대하여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청원이 성사되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어떤 차별과 억압들이 존재하는지를 인식하고 이에 반대하고자 하는 의식과 실천은 노동자계급 단결의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차별금지법이라는 법안을 정치인들이 논의하고 제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차별과 억압을 끝장내고자 하는 연대와 투쟁으로 성취해야 성공할 수 있다. 더 이상 나중은 없다. 더 강한 연대와 지치지 않는 투쟁으로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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