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이 잠가 놓은 광장, 청년·노동자 투쟁으로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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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지난 6월 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집회·시위와 청년·노동자 투쟁을 억압하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코로나19 핑계로 닫혀버린 광장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에 의거  다음과 같이 도심 내 집회를 제한하였음을 고시합니다.

2020년 2월 26일
서울특별시장

2월 한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장들은 도심 내 집회금지를 강행했다. 그리고 이 조치는 지금까지도 서울 도심지를 비롯하여 많은 광장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만들었다. 광장이 닫힌 것이다. 닫힌 광장은 불안한 침묵에 잠겨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집회 금지 구역에서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범세계적이고 또한 통제불가능한 유행병의 등장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그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은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광장을 걸어 잠그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와 감염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을 빌미로 수많은 삶의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과 노동자 민중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의 경우를 비롯한 몇몇 사례들을 살펴보자.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지난 5월 8일, 종로경찰서장에게 청년 발언대회(6월 5일 개최 예정이었음)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하겠다는 집회신고를 하였다. 예상 참가자는 50여명이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은 매우 넓어 50여명 정도의 참가자는 충분히 안전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즉, 청년 발언대회는 장소나 인원 수 등을 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며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는 집회였다. 질병관리본부도 “사람간의 2m(최소 1m) 이상 거리 두기가 유지되는 야외에서는 실내 밀집된 공간보다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내렸고, 이에 대한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의 이의신청 역시 기각하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핑계로 청년·노동자 투쟁을 탄압하는 것은 일찍이 故문중원 열사의 분향소를 강제철거 할 때부터 명백히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심 내 집회 금지를 고시한 지 얼마 안 된 2월 27일, 종로구청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인을 위한 분향소와 유가족들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 날 강제철거를 위해 300여명의 구청 직원과 용역으로 이루어진 철거반, 그리고 12개 중대의 경찰이 동원됐다. 당시 시민대책위는 예정했던 집회를 취소하고 보건당국에 방역 지침에 협조하며 분향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종로구청의 폭력적인 행정집행은 종각역 아시아나 금호문화재단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에게도 행해졌다. 종로구청은 5월 2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대학로 일대와 종로구청 주변 등에 대한 집회금지를 고시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다수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던 곳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집회금지 구역에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도 포함되어 있다. 종로구청의 뜬금없는 집회금지 고시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금호아시아나 자본을 비호하는 행위였다. 이후 종로구청은 6월 16일과 23일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천막을 기습적이고 폭력적으로 철거했다.

한편 동작구청은 지난 2월 28일 노량진역 광장, 노량진로, 장승배기로에 대한 집회 금지를 고시했다. 이 곳은 수협의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내쫓긴 노량진 (구)수산시장 상인들이 농성을 하며 투쟁하고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최근 6월 16일 오전 수협 용역과 경찰들은 상인들의 농성장이 있는 구시장 육교를 강제 철거했다. 이 날 강제철거를 위해 동원된 경찰은 4개 중대 규모였다.

아직까지 집회나 시위를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되었거나 전파되었다는 사례는 없다. 그리고 집회나 시위에서는 주최 측이 방역당국과 협의하는 것을 통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들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으며, 여기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그 조치에 따라서 주체적으로 방역 수칙들을 지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과 지자체가 광장을 닫고 집회금지를 하는 것은 자본주의 속에서 고통 받는 청년과 노동자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려는 것조차 억압하는 조치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

이와 같이 청년과 노동자 투쟁을 억압하는 집회금지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잘 드러낸다. 정부는 수명에서 수십 명이 모이는 집회와 시위조차도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면서, 그를 위해 수백 명의 용역과 경찰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심성도 없다. 심지어 5월 29일 정부는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 군 장비를 추가배치하면서 경찰병력 3천700여명을 투입했다. 성주주민대책위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2차 유행 속에서 매일 4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지금도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은 포화상태이다. 직장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는커녕 매일매일 인산인해의 인파 속에 내몰리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의 방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쿠팡 부천 물류센터의 대량 확진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 부천 물류센터를 비롯하여 여러 현장들에서 작업복과 작업화를 돌려쓰거나, 방역지침이 미비하거나,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장비 및 설비 소독이 미흡한 곳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쿠팡은 5월 24일 부천 물류센터 첫 확진 이후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쳤다’며 방역 당일 업무를 재개했지만, 방역당국은 ‘운영 재개에 대해서 쿠팡과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렇게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할 곳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곳에 대해서는 느슨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청년·노동자의 집회·시위만큼은 필사적으로 제재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정부와 지자체의 이중적 태도는 자본가 계급에게는 관대하고, 청년과 노동자에게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자본가들의 이윤을 청년과 노동자들의 현실적 문제나 안전보다 훨씬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전반에 그러한 계급적인 이해관계가 철저하게 반영되어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시대의 위기 극복과 고용 안정을 말하며 기업들에게는 수조, 수십조의 돈을 퍼주고 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실제 현장의 노동자들은 휴직 또는 퇴직에 내몰리고 있다. 실상 기업을 향한 정부의 지원금은 단지 자본가 계급만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사진: 7월 2일에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을 포함하여 공공운수노조,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10여개 단체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광장을 여는 투쟁의 필요성

현 정부는 청년과 노동자들의 현실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말의 관심조차 없으며,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을 계속 보여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청년과 노동자들은 정부가 알아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고, 우리 스스로가 직접 나서서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자본가 계급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가 계급 정부가 잠가놓은 광장을 다시 열어야 한다.

최근 외국의 사례들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경찰 폭력에 의한 사망을 계기로 확대된 미국의 인종주의와 경찰 폭력에 맞선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투쟁이 폭발적이고 전국적인 시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에 대하여,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세계보건기구는 평등과 세계적인 인종주의 반대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우리는 모든 차별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시위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것을 장려합니다.”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1,288명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BLM 투쟁과 관련하여 코로나19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더욱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공개서한을 냈다. 또한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6월 13일 코로나19로 인한 방역문제와 감염 우려가 대중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와 같이 코로나19를 핑계로 광장을 폐쇄하는 것은 어떠한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조차도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진보세력, 노동운동은 정부 당국의 이러한 집회의 자유 억압에 대해 대체로 집회금지 구역을 우회해서 집회를 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혹은 일각에서는 그냥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 금지 조치가 있더라도 처벌을 받을 것을 결의하고 미신고 집회를 강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모두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니다.

먼저 집회금지 구역을 우회해서 집회를 할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집회금지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금지는 어떠한 명분도 당위도 없는 부당한 조치이며, 청년과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또한 청년과 노동자들이 집회와 시위를 위해 모이는 장소는 광장으로서 많은 대중들이 모이기 쉽고 또 그 장소에서의 투쟁의 경험과 역사가 쌓여 온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곳이다. 따라서 광장이 닫히고 잠겼다는 것은 민중들의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침해당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빼앗긴 광장을 포기하고 우회해서 집회나 시위를 만든다는 것은 그것의 정치적 유의미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회금지 구역을 우회하여 집회금지 구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집회금지 자체를 문제삼지 않으면 언제든 그 장소가 집회금지 구역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 현재 감염병에 따른 집회금지 고시는 충분한 근거나 사전 논의 없이도, 지자체장의 마음대로 내려질 수 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사례가 그러한 경우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은 원래 집회금지 구역이 아니었고,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였으나, 하루아침에 다른 종로구 일대와 함께 집회금지 구역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금지 고시를 무시하고 미신고집회를 강행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현재 민중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감염병은 집회금지 조치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법적 규제와 벌금, 또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 등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부담과 두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집회금지 조치는 부당하니 우리는 그것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접근할 수는 없는 일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견지해야 할 태도는 정부당국의 집회금지 조치를 규탄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지난 6월 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집회·시위와 청년·노동자 투쟁을 억압하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기자회견 외에도 코로나19바이러스 방역을 핑계로 집회의 자유를 억누르면서 청년들과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는 정부당국에 대해 보다 폭넓은 항의를 조직하고자 “집회·시위와 청년·노동자 투쟁 억압하는 정부 당국 규탄 선언 연서명”도 진행하고 있다.(참여하러 가기 → https://forms.gle/4LcJeCYAaAHN2Vyy5) 7월 2일에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을 포함하여 공공운수노조,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10여개 단체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은 “기한 제한도 없이, 특정 장소에서의 모든 형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의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이 지배계급이 잠가놓은 광장을 우리 청년과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여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청년과 노동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광장을 되찾고,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인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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