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일터, 학교를 ‘광화문광장’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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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2017년 3월 10일 박근혜가 마침내 탄핵되었다. 이로써 시대착오적이고 반동적인 박근혜정권은 종말을 고하고 박근혜는 검찰수사와 처벌을 기다리는 피의자의 처지로 전락하였다.

박근혜정권 4년간의 기간은 퇴행에 퇴행을 거듭한 기간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박근혜의 업적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박근혜에게도 역설적이긴 하지만, ‘유일하고도’, ‘위대한’ 업적이 있긴 한데, 그것은 자신의 퇴행적 행태, 무능, 파렴치로 수천만 민중을 분노하게 하고, 궐기하게 만들어, 끝내는 민중에 의한 탄핵으로 민중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갖고 있는 엄청난 힘을 자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이란 말인가!

탄핵이 결정된 3월 10일 민중들이 정말로 기뻤던 것은, 지겹도록 뻔뻔하게 버티던 박근혜의 탄핵이 성사되어 민중이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이 승리가 온전히 민중 스스로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 행태, 억압, ‘헬조선’의 고통과 암담함이 팽배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민중은, 자신들의 숨겨진 잠재된 힘이 현실이 되어 몇 달 만에 막강한 것으로 보이던 권력을 몰아내는 놀라운 일을 집단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민중은 각자는 현실에서는 무력해 보이지만 각각의 의지가 모여 집단적 의지를 만들어낼 때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이 향후 실천의 방향을 잡는 데에서 이점을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사회주의자』 제5호에 게재된 글 「지금은 민중의 요구를 확장시킬 때이다」에서 주장하였는데, 강조하기 위하여 해당부분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촛불집회는 거대한 규모의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게 만들었는데 분노는 앞으로 계속 폭발하면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자극과 충격을 가할 것이다. 또한 촛불집회를 통해 민중은 집단적 의지를 표출시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힘을 자각한 민중은 당연하게도 앞으로 그 동안 억눌렸던 자신의 요구를 분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조만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마 박근혜 탄핵결정 이후 민중의 요구는 봇물 터지듯이 분출할 것이다. 승리를 실제로 경험하고, 그것을 만들어낸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임을 아는 민중은 그동안 억눌렸던 자신의 요구를 당당하게 제기하게 될 것이다.

1. 삶의 현장, 일터, 학교를 ‘광화문 광장’으로 만들자!

‘광화문 광장’(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따라서 ‘광화문 광장’은 다른 지역 광장까지를 포괄하는 상징적 표현이다)은 분노와 저항의 근거지로 역할 하였다. 또한 억압적 분위기를 깨는 해방의 광장, 다양한 요구가 제기되고 다양한 개성이 발휘되는 개방의 광장, 진지함 속에서도 여유로운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광장, 남녀노소가 차별 없이 자연스럽게 화합하는 광장으로 역할 하였다.

‘광화문 광장’의 이러한 특성은 서서히 전체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장 빨리 반응하고 있다. 이미 3개월 전인 12월 14일자 “속 시원히 할 말하는 ‘사이다 시대’”라는 중앙일보 기사를 보자.

“선생님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우리는 분노해야 마땅합니다. 모래알은 파도에 휩쓸립니다. 모래알이 뭉친 바위는 파도를 이깁니다.”

서울 C고등학교 학생들이 12일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다. 이 학교와 같은 재단의 중학교 교사 A씨가 학생들에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배 격인 고교생들이 나섰다. 이들은 “진상파악 후 징계하고, 가해자는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현장조사를 벌였고 A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이 우리 사회의 저항 감수성을 깨우고 있다. ‘그냥 참자’며 넘겼을 만한 문제에 사람들이 물음표를 달고 있다. 권위에 기댄 부당한 요구는 해학과 풍자를 곁들인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받아친다. 이를 빗대 ‘사이다 시대’란 말도 등장했다. 그 배경에는 시민이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을 끌어냈다는 자신감이 있다. C고 학생들은 선언문 말미에 “우리 국민은 이미 이렇게 승리했다”고 썼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퇴진만으로는 사회가 나아질 수 없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일반화되어 집회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의 버티기가 장기화되고 박근혜의 탄핵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 오래가면서 ‘광화문 광장’의 열기와 분위기는 지금까지 충분히 전사회로 퍼져나가지 못하였다. 이제 박근혜의 탄핵이 실제로 결정되면서 ‘광화문 광장’의 열기와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전사회로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미 퇴진행동은 3월 11일 20차 촛불집회에서 “광장을 지켜왔던 그 뜻으로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꾸자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였는데,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은 의식적으로 “삶의 현장, 일터, 학교를 ‘광화문광장’으로 만들자!”는 기치 하에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역동적인 정세에서 상대적으로 침체 상태를 보인 노동운동과 대학생운동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부분이 침체상태를 보인 것은 그만큼 그동안 자본과 자본가권력의 공격이 이 부분에 집중돼왔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대학생운동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몇 가지 투쟁을 전진 배치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전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000만원 학자금 부채 탕감 요구투쟁’ 같은 투쟁을 전진 배치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 부채를 안고 있다. 취직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직되더라도 빚 갚는 것에 허덕일 처지에 놓여있다. 이 요구를 제기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절박한 현실을 부각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반값 등록금’ 공약을 어긴 정치세력들을 추궁하고, ‘청년수당’의 얄팍한 노림수를 폭로하는 측면도 있다.

노동운동에서는 이미 요구로 제출한 ‘최저임금 1만원’ 쟁취투쟁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이 총력을 기울여 일점 돌파식 전술을 구사하여 이것이 다른 투쟁에도 자극을 주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든 두 투쟁은 민중들의 요구 투쟁에 자극을 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배계급은 전사회가 ‘광화문광장화’하는 것을 방해할 터인데, 특히 노동현장에서 그러할 것이다. 노동운동내 관료주의세력이 유리한 정세에도 노동운동이 활기있게 대응하는 것을 내부로부터 방해하였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촛불집회의 열기가 현장으로까지 퍼져나가게 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들은 자본과 투쟁하는 것과 함께 내부의 관료주의세력과도 투쟁해야 한다.

2. 자기검열을 걷어내고 민중이 당당하게 요구하게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이 앞장서자!

박근혜가 탄핵된 역동적 정세에서, 민중들이 각성하고, 민중들의 자신감이 고조되는 정세에서 민중의 요구는 시간문제일 뿐 봇물 터지듯이 분출할 것이다.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은 이를 예상하며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오래 동안 억압이 계속되고,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민중들 사이에 내면화되어 민중들은 초기단계에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따라 ‘나의 요구가 무리하고,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자신의 당당한 권리조차 자기검열하여 주저할 수 있다. 이런 자기검열이 작동하면 그만큼 분출시기는 지연될 것이다. 촛불집회 초기에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활동성을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에게 기성권위가 철저히 붕괴되고 자기검열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청소년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침체상태를 보인 것은, 대학생들에게 삶의 압박이 누적되어오면서 대학생들이 막막한 현실 앞에서, 역동적 정세임에도 쉽게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자기검열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은 민중들이 자기검열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요구하게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너무 당하고 살아왔다’, ‘부당한 억압에 순순히 따르며 착하게 사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굴종과 순응이 아닌 저항과 당당함의 문화가 새로운 사회문화가 되게 투쟁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앞서 인용한 기사는 다음의 내용도 담고 있다.

사회 저류에는 ‘당하고만 있진 않겠다’는 인식이 이미 흘러왔다. 지난 5월 강남역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여성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여성들은 메모를 붙이며 항의했다. 10월엔 소설가 박범신 등 문단의 권력자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터져 나왔고, 당사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10월 13, 14일 본지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과반(54.1%)이 “피해자들이 반발하는 등 기존 ‘갑을’ 관계가 바뀌고 있다”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시민들은 권위의 상징이던 청와대와 관료, 고고했던 대학과 교수의 위선을 목격했다. 가만히 있지 않고 광장에 나와 행동으로 옮겼다. SNS를 통한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면서 혼자라는 부담 없이 함께 모여 주장을 펼쳤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민주주의의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개개인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제2의 민주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소통에 무딘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기존의 정치 시스템이 무능과 부패를 드러낸 데 따른 반작용으로도 풀이한다. 속으로 삭이던 시민들이 모이고 소리쳐 승리한 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직접 민주주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거의 처음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 변화의 에너지가 다시 허무와 체념, 절망이나 혼란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진보세력 내에 만연되어 있는 자기검열부터 걷어내 버려야 한다. 진보세력의 다수는 격동적인 정세에서 재벌해체 요구 하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검열에 빠졌다. 11월 5일 2차 촛불집회 사회자인 전농 사무총장의 “재벌, 수구언론, 새누리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자체가 문제다”라는 신선한 발언은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자기검열은 진보세력 다수가 사상적, 정치적으로 체제에 안주하고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상태에서 진취적 행동은 나올 수 없으며, 역동적인 정치도 나오기 어렵다.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재벌개혁이 아니라 당장 재벌해체를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정세의 전개에 따라 재벌의 몰수, 국유화 주장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맺으며

시대착오적이고 반동적인 박근혜정권 퇴진투쟁과정에서 민중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엄청난 힘을 자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민중은 몇 달 전의 그 민중이 아니다. 역사상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자각하고 깨어난 민중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도 이루어낸다. 민중의 앞에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마침내 박근혜의 탄핵이 이루어진 지금,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은 ‘광화문광장’의 열기와 분위기를 전사회로 퍼져 나가게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다른 한편 민중이 자기검열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민중의 요구가 역동적으로 상승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진보세력부터 내부에 존재하는 자기검열을 걷어내야 한다. 민중이 자각하여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시기에 보수적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자기내부의 낡은 사상과 행동을 깨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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