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의 사유화: 9호선이 지옥철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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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하철 9호선은 착취의 무풍지대

11월 30일, 기온이 급강하한 아침 시각에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 소속 조합원들과 연대단체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였다. 개통한지 10년이 채 안된 민영기업, 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의 ‘생애 첫 파업’이라서 그런지 파업지도부의 진행이 조금 거칠기도 했지만, 젊은 조합원들의 진지하고도 절실한 구호, 그리고 각종 매체 기자들의 취재열기로 파업 출정식은 성공적으로 정리되었다. 출정식 이후에는 용산의 철도회관 6층강당으로 이동한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원들은 13시경부터 파업조합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시청 집회에서 9호선 1단계 구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한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 노동조합 지부장은 “지옥철 9호선은 프랑스의 식민노선이다. 단돈 8억(자본금)을 들인 프랑스 운영사가 재무제표상의 비용을 상계하고도 수백억 원을 착취해 간다”고 발언했다. 이어 “(공장식) 닭장 안의 닭들처럼 휴게공간이 없다. (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경우) 박스나 스티로폼을 깔고 잠깐 잠깐 휴게를 취하고 있다. 작업 후 샤워실이 없어서 공조기계실 내에 간이 샤워브스를 설치하고 씻는 상황이다. 경영효율만을 앞세워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이는 사회단체, 서울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며 착취당하고 있는 9호선 종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폭로했다.

2단계 지부장이 발언한 내용은 궤도산업 종사자들이라면 자주 접해본 경영기법이다. 2009년 9호선 개통을 앞두고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은 9호선 운영관련 경영혁신기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無역장, 無역무실, 無매표소, 無현업사무소, 無숙직을 통칭하는 ‘「5無」경영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새벽 4시에 출근, 열차 종료 후 잔무를 마무리하고 새벽 2시경에 귀가하는 시스템이 운영됐다. 이것은 인력을 극소로 운영하여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노동력의 착취를 극대화하는 경영기법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케이지식 양계’라 부를 수 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의 내용은 9호선 노동자들의 임금처우와 노동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사람이 두세 사람 몫을 해야 하는 9호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같은 업종 노동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다. 먼저, 연봉제 계약으로 옆 동료가 얼마를 받는지도 모른 채 노동자들이 개별화되어 관리자들의 부당한 통제에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사내 관리자들의 부패나 비리의 위험이 상존한다. 이에 덧붙여 연봉제가 추가근로수당을 전제로 한 포괄연봉제인 탓에, 실제 노동강도와 시간에 비례하여 9호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동종업계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 …… 노조가 설립되기 직전인 2016년에는 승무원 5명중 1명꼴로 일을 그만두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노동자들이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자, ‘서울9호선운영(주)’측의 답변은 기가 막히게도 “직원들의 성과급 재원으로 추가인력을 확보하자”였다고 한다.

9호선 이용자들을 위한 파업

파업출정식과 파업예고 기자회견문에서 대체로 파악할 수 있듯이,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충원, 현재 4량으로 운행 중인 운행차량의 증량이다. 이러한 요구는 9호선 이용자들의 안전과 쾌적한 열차공간을 확보하자는 공공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현재의 4량 객차편성으로 인해 이용승객들이 느끼는 ‘위험과 불안’은 작지 않다. 우선 2단계 개통 후 하루 평균 60만 명이 이용하면서, 출퇴근시간에는 객차 내 산소부족으로 승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할 정도이다. 실제 이 때문에 구급차가 출동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9호선 기관사 인력은 서울교통공사 4호선의 68% 수준이다. 9호선 기관사의 장시간 노동은 열차안전운행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지옥철 9호선은 기관사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열악한 승무조건은,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11월 30일 9호선 운영노동자들은 9호선 이용자들과 종사 노동자들의 위험과 불안을 멈추기 위해 열차를 멈추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자본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된 민영 9호선

2002년 9호선 건설 당시 서울시(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는 2조8,949억 원(83.7%)의 막대한 사업비를 사용하면서, 민간으로부터는 사업비 5,631억 원(16.3%)을 투자받는 대신 민간투자 대주주로 구성된 ‘서울시메트로9(주)’에 무려 30년간의 운영권을 제공하였다. 9호선 개통 2년 전인 2007년, ‘서울시메트로9(주)’는 민간 운영기업인 ‘서울9호선운영(주)’와 승무, 역무, 기술 업무의 운영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했고, 차량업무는 현대 로템계열인 ‘메인트란스(주)’에 분리 위탁했다.

서울시메트로9(주)의 2대 주주였던 프랑스 자본인 맥쿼리는 서울시로부터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았다. 2012년 4월 서울시메트로9(주)는 요금인상을 추구했다가 서울시민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서울시가 요금인상에 반대하고 요금인상 관련 소송에서 패배한 후 맥쿼리는 9호선에서 지분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맥쿼리는 철수하면서도 주식 매각 차익과 이자수익으로 충분한 몫을 챙겼다.

그리고 서울시는 9호선 ‘재구조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9호선 재구조화는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로 가져오고, 최소운영수익보장제를 비용보전방식으로 바꾸고 수익률을 하향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뿐 민영화 되어 있는 9호선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었다. 맥쿼리와 다른 건설출자자와 재무투자자들이 매각한 주식을 교보생명(24.74%)과 한화생명(23.96%) 및 신한생명(10.82%) 등이 새로 매입하여 서울시메트로9(주)의 소유가 새로운 금융자본에게 넘어간 것일 따름이었다. 이와 더불어 1,000억 원 규모의 공모형 펀드를 조성하여 9호선 인수자금 7464억 원 중 일부를 충당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시민펀드로, 정식명칭은 ‘신한BNPP 서울시 지하철9호선 특별자산투자신탁(대출채권)’이다. 이 역시 9호선의 ‘운영권에 대한 시민투자자의 역할이 전혀 없는’ 단순한 금융펀드로,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에게 ‘약정된 연4%’ 이상의 수익을 챙겨주는 금융상품이었다. 요컨대 요금인상 논란 이후 서울시에서 진행한 ‘재구조화’는 결국 ‘다른 자본’으로 소유권을 바꿔주는 것에 불과했고, 투지비에 이자까지 챙겨가는 자본의 착취 구조, 그리고 서울시가 세금을 통해 9호선 운영비용을 보존해주는 구조는 그대로였다.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조합원들은 15명 남짓한 상주인원으로 이루어진 ‘서울시메트로9(주)’를 “페이퍼 컴퍼니”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 1-4호선 메트로 공사나 5-8호선 도시철도에서 이사를 역임했던 인물들이 대표이사로, 운영본부장(이사)으로 옮겨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경영진들의 안락한 이직처가 된 것이다.

한편 파업을 진행한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의 교섭상대인 민간 운영기업 ‘서울9호선운영(주)’는 프랑스계 RATP Dev와 Transdeb가 지분 50%씩을 갹출해 만든 RDTA(RATP Dev Transdeb Asia)가 80%의 지분을, 현대로템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자본금은 10억(RDTA 8억, 로템 2억)으로, 서울시메트로9(주)로부터 700여억 원의 수수료를 운영비로 받으면서 사업원년인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이익중 배당액으로만 234억 4천8백만 원이나 되는 돈을 가져 갔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하고 있다.

노사관계 지도·감독만 하겠다는 서울시

짧게나마 민간기업 9호선의 소유구조와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 2002년 9호선 건설부터 최근 서울시의 9호선 ‘재구조화’까지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9호선은 사유화 정책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유화된 9호선 노동자들은 이윤 추구에만 골몰하는 자본에 의해 극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하게 됐다. 여기서 우리는 해당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않을 경우, 이런 열악한 임금, 노동조건 수준은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나서야합니다!”라는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파업 당일 오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담당 공무원은 “서울시는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게 지도, 감독을 성실하게 하겠다”는 판에 박힌 답변을 했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9호선의 구조적인 문제는 공공부문의 사유화를 추진한 이명박, 오세훈 치하 서울시의 정책, 그리고 이로 인해 요금인상 등 가시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자본의 이해를 보존해주고 사유화를 온존시킨 박원순 치하 서울시의 정책이 켜켜이 쌓여 생긴 것이다. 이것을 외면하고 제3자적인 입장에서 ‘갈등 중재’ 역할만 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은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당기순이익이나 지급수수료를 축소하고 승객이 편안하고 안전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해 전면적이며 신속한 차량 증편과 적정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려면 이러한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자본과 민간 시행·운영사, 시민펀드 투자자들이 당기순이익, 지급수수료, 약정금리를 갈취하고 종사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지하철9호선 사유화 구조를 철폐하고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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