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들의 ‘20대 탓’ 퍼레이드: 20대가 아니라 자유주의자 당신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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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9.2.25. SBS 뉴스 캡쳐]

20대 개돼지론? 자유주의 정권의 ‘청년 비하’ 망언 퍼레이드

최근 20대 청년층을 겨냥한 자유주의 정치인들의 발언이 공분을 샀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정권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20대 자신에게 있다며 힐난했다. 아래는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SNS, 커뮤니티 등에서 20대의 분노를 산 자유주의자들의 행적이다.

  • 2018년 12월 2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강연에서 “남자들이 축구나 롤을 할 때, 여자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기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인터넷 등에서 20대 남성을 철부지 취급한다며 맹비난을 받았다.
  • 2019년 1월 28일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기업인 대상 조찬 간담회에서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 이러면 안된다, 아세안을 돌아보면 ‘해피 조선’”이라 발언했다가 큰 질타를 받고 다음 날 사임했다.
  • 2월 15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며,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 교육이었다”,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 의식을 심어준 것”이라 말했다가 청년들의 비난을 샀다.
  • 2월 18일 작성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및 대응방안’ 현안 보고서는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고 매도했다. 이는 청와대의 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보고서이다. 그런데도 사실관계 왜곡,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 20대에 대한 무지에 기반하여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 2월 21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교육의 문제라며,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나하는 의문이 있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청년층의 분노를 샀다.
  • 2월 25일 홍익표와 설훈의 발언으로 인터넷 뉴스 댓글과 커뮤니티 등지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이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회의에서 사죄발표를 하며 뒤늦게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날 국회 브리핑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홍익표는 홍영표의 사과를 부정하고, “20대가 보수화된 것은 유럽 사회에서 젊은 인구가 신나치로 보수화된 것”과 같다는 발언을 내뱉으며 최악의 망언에 등극했다.

유시민에서 설훈으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정치인들의 청년 비하 발언은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20대 지지율 하락 원인을 파악한답시고 내놓은 말들이었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모두 ‘망언 릴레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40%대를 찍고 그 중에서도 20대의 지지율이 특히 급락하자, 당황을 금치 못한 자유주의자들이 연거푸 망언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SNS에서는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 ‘너희가 잘못해서 화가 난 건데 생각을 잘 못한다’는 등 분노어린 반응이 이어졌다. 20대 전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보지 못하고 굳이 20대 여성만을 꼽아 집단 이기주의로 낙인찍거나, 신나치까지 들먹이며 못 배워먹은 청년 탓에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손가락질하는 자유주의자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20대를 ‘개돼지’로 보고 있는 듯하다.

‘20대 보수화론’은 자유주의자들의 새빨간 거짓말

자유주의자들의 발언은 대부분 일고의 가치도 없을 만큼 허튼소리에 가까우나, 특히나 홍익표와 설훈의 ‘20대 보수화론’은 문재인 정권의 부실한 문제파악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는 수구세력 지지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안정기에 접어들던 2018년 3월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20대의 수구세력 지지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3월 12.3%였던 자유한국당의 20대 지지율은 2019년 1월 15.2%를 기록했다. 기간 내 다소의 지지율 등락을 보이긴 했으나 대부분 10-15% 선 안에서 움직임을 보였을 뿐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물론 2월 들어 평균 19.6%의 지지율을 보이기는 하나, 이는 민주당의 망언 퍼레이드로 인한 일시적 반등일 뿐 의미 있는 수치라 볼 수 없다. 20대에서 새로운 지지세력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인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각각 7%, 1-2%의 미미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민주당에서 빠져나간 20대 지지세력은 수구세력을 향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20대는 조용히 자유주의 정권에게서 등을 돌렸다. 2019년 2월 들어 ‘없음’, ‘모름’, 혹은 ‘무당층’이라 응답한 20대의 비율은 53%에 달했다. 2018년 3월 한 달 동안 ‘없음’, ‘모름’, ‘무당층’ 이라 답변한 사람들의 합이 32.8%였던 것 비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지지정당 없음’이 기성 정당들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은 자유주의 정권과 현재 사회에 대한 20대의 실망감과 분노를 짐작케 한다.

집권 초반 문재인 정권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촛불투쟁 이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했던 사람들의 기대감이 여기에 담겨있었다. 수구세력을 끌어내린 촛불 민중의 힘을 등에 업고 여당자리를 꿰찬 자유주의 정권은 청년 일자리 해결, 비정규직 제로 등을 들먹이며 청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새로 나타난 정권은 무언가 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기다렸다. 그중에서도 일자리가 안정되고 노동조건이 달라져 삶이 나아지기를 크게 원했다. 리얼미터에서 2017년 5월 2주차에 조사한 차기 대통령 1순위 개혁과제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노동개혁’을 1순위로 꼽은 것이 그 증거다.

결국 20대에서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20대가 ‘보수화’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금 동아줄인줄 알았던 문재인이 사실 썩은 동아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흔들리는 지지율에 다급했던 자유주의자들이 ‘20대 보수화’, 수구의 재림이라는 거짓 늑대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20대가 정권에 등을 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의 변화로 삶이 나아지는 것이었다. 청년들의 삶은 이미 벼랑 끝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청년을 삶을 전혀 나아지게 만들지 못했고 심지어 악화시키기까지 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청년들, 20대의 현실은 재앙이다

매년 청년 10명 중 6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그 여섯 명 중 하나다. 대학을 다니면서 나름대로 꾸준히 알바를 해 왔으나, 5년간 모은 돈은 불과 180만원. 이마저도 작년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배우며 거의 소진했다. 취업 전쟁에서 등을 돌렸기에 생계는 알바 노동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교통비, 통신비 등이 빠져나가는 월초에는 5,000원짜리 밥 하나 사 먹기도 조심스럽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것은 이미 피부로 느껴지는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알바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17일 조선일보에서 ‘알바천국’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전체 채용 공고 건수가 11,103,492건으로 전년도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 예를 들어 주휴수당을 지급해주거나, 오전 타임이거나, 최저임금보다 소액 높은 시급을 제시하는 자리는 대부분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마감이다.

주거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다. 목돈이 없는 탓에 보증금이 적은 집을 골라야 하는데, 보증금이 낮으면 월세가 너무 높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저렴한 곳은 고시원뿐이지만 채 2평도 되지 않는 방이 대부분이고, 이런 곳에서 살 경우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이다. 지난해 11월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가 채 잊히지 않았으나 월세가 내려가지 않는 한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벗어날 길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집이 있으나 없으나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 10명 중 4명은 최저주거기준인 14㎡(약 4평)에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 거주하고, 지옥고에 살고 있었으며, 10명 중 3명은 주거빈곤을 겪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자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2017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10만원. 이것이 결국 다 빚으로 되어버린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20대 비율은 48.1%(2017년 기준)에 달했으며, 부채를 떠안은 20대의 빈곤율은 7%나 됐다. 2017년 20대 부채 규모는 2,385만원으로, 2011년에 비해 88%나 증가한 액수였다. 가장 암담한 것은, 한 번 빈곤을 경험하게 되면 다시 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나이가 들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2005년에 19~34세였던 청년층이 10년이 지나 2015년에 29~44세가 되어도 빈곤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을 해도 늘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암담한 미래는 청년들의 정신마저 갉아먹고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20대 청년의 수는 2017년 19만 6천 명으로 2013년에 비해 44%나 증가했으며, 그 중 우울증을 호소한 20대 환자는 무려 6만 5천명에 달했다.

청년의 삶을 더 악화시킨 문재인 정권

열심히 20대 탓 하는 것 말고 재앙이 된 20대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한 것은 별로 없다. 문재인의 핵심적인 청년 일자리 사업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두 가지인데, 전자는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 시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 후자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자산형성 목돈을 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껍데기만 청년 정책일 뿐이다.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자 목돈형성 지원금의 경우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필자는 혹시 이 외에 더 구체적인 정책이 있는지 여러 방면으로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 점만 봐도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청년 문제에 무관심한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노골적으로 추진한 친자본 노동정책은 청년의 삶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들의 대부분이 취업준비생 혹은 사회초년생으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거나, 취직을 했더라도 수습사원, 인턴 등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강행한 최저임금법 개악을 한 예로 들면, 숙식과 교통비 등의 복리후생이 최저임금에 들어가게 될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임금 노동자가 대부분인 청년들에게는 큰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면서 각종 복리후생비로 부족한 임금을 그나마 맞춰온 이들은 법정 최저임금이 올라도 받는 돈은 그대로인 상태에 머물게 된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역시 청년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는 합의였다. 지난 6일 진행된 <경사노위 본회의를 앞둔 청년 노동자 선언>에서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노동조합 밖 청년 노동자들에게 재앙이며 공짜 야근법”이라며 탄력근로제 확대의 잔인함을 꼬집었다.

요컨대 문재인 정권의 그간 청년 정책을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즉 청년정책이라고는 전무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이고, 그동안 추진한 친자본 노동정책은 청년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청년의 현실을 고쳐줄 의지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역할까지 했던 것이다.

청년이 아니라 자유주의자 당신들이 문제다.

청년들은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라도 일을 하기 위해 앞 다투어 경쟁해야 하고, 좁아터진 집에 살면서도 40~50 만원씩이나 되는 살인적인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서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라도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도 빈곤의 나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실 이 재앙같은 현실의 원인은 결국 노동 착취 구조를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 따라서 청년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이런 자본주의의 현실을 말하고 바꿔야 한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권은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바꿀 의지도, 의사도 없다. 자유주의자들의 20대 망언이 쏟아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 정권은 20대가 왜 벼랑 끝 삶에 놓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은 감춘 채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너희가 문제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대는 문재인 정권의 한계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처한 처지에서 비추어보면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예컨대 20대는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더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지금 청년들은 자유주의 정권 하에서는 청년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20대 청년들의 문재인 정권 지지율 하락은 이를 상징한다. 이제는 이런 깨달음에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우선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청년들이 이렇게 사는 이유는 스펙이 없어서, 경험이 없어서, 혹은 내가 보잘 것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문제다.

이제 몰락한 수구세력과 자유주의 간의 공방전에 더 이상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체제 옹호에만 힘쓰는 자유주의 세력에 또다시 기만당하지 않을 준비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청년들의 삶을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20대를 비난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게 그들의 망언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 잘못하고 있는 건 당신들이지 우리 청년들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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