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 후기: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주의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알아본 시간

0
319
[사진: 사회주의자 / 9월 22일 졸업식에서 진행된 졸업생 대표 발언]

[편집자 설명] 6월 2일에 시작되어 3개월 가량 진행된 『사회주의자』 주최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는 지난 9월 22일 마지막 강의와 졸업식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되었다.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에는 많은 분들이 수강신청을 하였고, 마지막까지 많은 수강생들이 남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 졸업생인 한다영 동지로부터 강좌에 대한 후기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는 『사회주의자』 주최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를 약 3개월에 걸쳐 수강한 뒤 후기를 기고하게 되었다.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를 수강하기 전에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곳에서 여러 학습을 했었다. 그런 학습들은 필자에게 처음으로 가려져있던 사회의 이면을 알려주면서 새로운 지식들과 감정들을 깨우쳐준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런 학습들을 통해서는 왜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사회주의를 외쳐야하는지, 사회주의의 작동원리가 어떻게 되는 건지까지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자본주의가 잘못된 이유, 사회주의를 도입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몰랐고, 그 질문을 하기까지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평소 『사회주의자』의 기사를 보며,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얘기하는 것과 다른, 현실정치와 타협하지 않는 본질적인 주장들을 흥미롭게 읽던 편이었다. 동일한 주제라고 해도 『사회주의자』에서 제시하는 방향성은 진보를 표방하는 다른 단체들과는 다르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적으로 사람들한테 지지받긴 어렵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었다. 그래서 어떤 이유와 근거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지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런 여러 가지 동기들이 합쳐져서, 『사회주의자』의 기초 사회주의학습 강좌의 커리큘럼을 보고 내가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또 평소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회주의자』에서 강좌를 주최한다니 기대하며 신청하게 되었다.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책을 읽고 학습하는 경험은 기초 사회주의학습 강좌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단어와 의미 자체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강사분들께서 주제별 강의자료를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핵심을 요약해주시는 형태로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또 뒤풀이에서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학습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이번 기초 사회주의학습 강좌 수강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라면, 내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한계점에 부딪힐 수 있다는 걸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시간에 배운 역사유물론에 따르면, 지배계급은 사회의 물질적인 힘을 지배하는 동시에 이념도 지배하고 있으며 사회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계속 발전한다. 사회발전의 결정적 요소는 관념이 아닌 물질적 재화의 생산이 사회생활의 물질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 역사유물론은,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이며, 피지배계급이 역사의 주체라고 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 역사를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보는 것, 사회발전의 요소를 물질적 생산으로 규정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 관념론적인 종교가 사람들에게 변화와 발전을 거부하도록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종교들이 주장하는 보수적인 의견(성소수자 및 동성혼 반대 등)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필자는 ‘진보적인 입장’이라면 기준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수용한 것들 중에는 사실 관념론에서 파생된 것들, 관념론에서 태동한 이론들을 지지하는 것들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기사를 읽으면 맞는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자아’와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강조할 때 어딘지 모르게 답답했는데, 그런 개념이 관념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어떤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었던 것인지 속 시원하게 해결되었다. 동시에 저런 개념을 답답해하면서도 은근슬쩍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모순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

임노동과 자본 강의에서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임금은 노동의 가치처럼 위장되어보이지만 사실은 노동력의 가격(노동자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비용)이다. 자본가는 이렇게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구매하여, 노동자의 노동력 재생산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노동자에게 일을 시킴으로써, 노동력 재생산비용에 해당하는 가치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초과분의 가치를 잉여가치라 하며 자본가가 축적하는 이윤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이윤은 생산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에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은 타협할 수 없는 대립적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금인상투쟁의 의의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이러한 투쟁이 임금제도의 철폐를 주장하는 정치투쟁과 연결되지 않으면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소유가 충돌하기 때문에 공황이라는 현상은 체제의 모순으로 필연적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생소한 개념들이 많이 나와서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 그 자체의 본질을 순수하게 알려주었던 강의였기 때문에 신청할 때 갖고 왔던 궁금증이 많이 해결되었던 강의이기도 하다.

국가론 강의에서는, 자본가가 노동자계급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국가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원시공산사회는 사적 소유가 없었기 때문에 계급 없이 평등할 수 있었으며, 이후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계급의 대립이 발생하고, 국가는 그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는 자본가의 지배 도구이자 조직된 폭력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부르주아계급을 타도하고 노동자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산참사, 투쟁 현장에서의 물대포, 최루탄, 용역 같은 폭력진압, 노조해체를 위한 공작 등 국가의 조직적인 폭력은 너무 많이 행해졌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국가라는 시스템에 물음을 던지지 못하고 원래 필연적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간주할까, 그리고 비례대표로 진보정당이 몇 석 더 차지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했을까에 대해서도 강의를 통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사실 노동자가 주체가 될 상상보다, 대신 집권해주는 정당만 바뀌면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정당이 집권할지라도 실업률과 공황, 주거 문제 등 자본주의 모순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았다. 정당과 국가에 대한 신화를 깨준 강의였다.

정치경제투쟁론 강의에서는 투쟁의 종류를 경제투쟁, 정치투쟁, 이데올로기투쟁으로 나눠서 각 투쟁의 의의를 학습하였고, 정치투쟁이나 이데올로기투쟁 없이 임금인상투쟁 같은 경제투쟁만을 전개했을 때에는 자본주의의 착취적인 구조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사적 소유를 인정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지배와 종속 관계이자 착취·피착취 관계인데도 겉으로는 대등한 계약당사자간의 관계처럼 나타난다. 그래서 정치와 경제 역시 실제로는 결합되어 있는 것인데도 겉으로는 마치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나타나고, 따라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정치투쟁과 경제투쟁도 분리되어 버린다. 하지만 국가의 권력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목적의식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올바른 결합을 위해서는, 정치투쟁을 중심으로 경제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 경제투쟁을 열심히 하다보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정치투쟁으로 발전한다는 관점을 버려야한다는 것,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이 고양될 때에는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이 상호 밀접히 결합하며 서로를 상승시켜 왔다는 사실이 역사에서 늘 검증되어 왔었다는 것, 노조와 당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투쟁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또한 자유주의세력을 따라가는 경제주의의 한계, 자본주의와 싸울 때 효과적이지 않은 무정부주의의 한계점도 짚으면서 어떻게 투쟁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혁명론 강의에서는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생산력 발전,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황과 같은 모순들, 그리고 자본주의가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노동자계급에 의해 사회주의 혁명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역사적인 사례로 파리코뮌과 러시아혁명의 의의와 한계도 짚어보았는데, 파리코뮌은 농민들을 포섭하지 못했기에 실패했다는 사실로부터 계급동맹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혁명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에서 일어난 혁명이 아니었지만, 자주적인 권력기구 소비에트를 만들어 혁명에 성공했다는 점이 중요한 의의라는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전략전술론 강의에서는 한국과 러시아혁명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전략전술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전략을 설정할 때 세계적 차원에서의 계급세력의 세력배치, 주요공격방향의 설정 및 동맹세력설정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이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배울 수 있었다. 전술은 전략보다 유연한 개념으로 당면한 과제해결을 위해 선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전략과 전술의 개념은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개별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회주의 전략전술은 맑스주의의 철학, 정치경제학, 과학적 사회주의를 토대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주요한 내용이었다. 또한 한국의 통계와 사건을 통해 객관적 요인과 주체적 요인을 얘기했으며, 통일전술과 의회전술에서 가질 수 있는 오류를 짚어볼 수 있었다.

강의 초반에 운동의 무기는 이론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기초 사회주의 학습강좌를 통해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을 점검할 수 있었고 실천에 있어서 어떤 기준과 방향성을 잡아갈 것인가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정확한 방향성을 가진 실천을 모색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진보정당이 의회에 더 많이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한계점에 부딪히고 이들이 주도하는 국가 역시 자본가의 지배 도구로 작동할 것은 자명하다는 것, 결국엔 노동자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실천뿐만 아니라 실천을 이론과 연관시키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강좌를 학습한 뒤에 그만큼 의문과 궁금증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고민할 지점들이 늘어났고 의문과 궁금증이 새롭게 생겨났지만, 앞으로 또 다른 학습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기초’ 학습이어서 많은 개념들을 3개월에 걸쳐 빠르게 학습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관심 있는 주제에서 더 깊이 있게 학습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코로나 우려로 인해 장소도 잠시 이전하고 강의를 연기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까지 같이 학습한 학생 동지분들과 매시간 꼼꼼하게 강의 준비를 해오시고 끝까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진행해주신 강사분들께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소중한 시간이었던 만큼 배웠던 사회주의 이론을 실천해나가는 동시에 학습 또한 소홀히 하지 않고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