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문재인 정권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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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권은 70~80%가 되는 지지도를 나타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된 대통령들 중 집권 100일차 지지율로는 김영삼 정권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이와 같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유들 중 하나는 문재인 정권이 그동안 밝힌 노동정책과 실시한 몇 가지 조치들 때문이다.

필자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극복하자」란 기사에서 “촛불투쟁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비정상적인 박근혜 정권과 대비되어 개혁적인 정권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노동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적대시했던 박근혜 정권의 경우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고, 대기업 노동조합을 귀족노조로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일쑤였으며, 청년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핑계로 일반해고(저성과자 해고)등을 강행하려고 했고,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실시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노동개혁’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과 비교해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은 개혁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취임 후 첫 민생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깜짝 방문하고,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을 드린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그리고 취임 후 제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부문에 81만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취임 직후 후퇴하는 듯 했지만, 고용노동부를 통해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으로 되돌아왔다. 박근혜 정권이 마구잡이로 밀어 붙였던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를 존중하겠다며 사실상 폐지 방향으로 잡혔다.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강력 척결하겠다면서 노동조합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정권과 다르지 않은 노동자의 투쟁현실과 문재인 정권의 태도

이처럼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를 적대시했던 박근혜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개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해 마냥 기대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는 수구세력, 자유주의 세력 할 것 없이 노동자들을 탄압했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수구세력의 노동탄압은 더 이상 언급할 것이 못된다. 문제는 자유주의 세력도 과거 집권 시기 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권하에서는 근로자파견제 등 비정규직 확대의 기초가 만들어졌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량 정리해고에 대한 저항은 폭력적인 탄압을 당했다.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지만, 비정규직을 줄이기는커녕 확대시켰다. 또한 비정규직 관련법을 개악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문재인 정권이 자유주의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권인 이상 이러한 역사적 경험들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비단 역사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 문재인 정권이 보인 행보 역시, 노동자들이 섣불리 기대감을 갖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노조파괴 사업장인 갑을오토텍의 사측변호사들을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한 것이다. 지난 5월 12일에는 노조파괴를 일삼는 갑을오토텍의 사측 법률대리인 박형철을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으로 임명했다. 박형철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측의 대체인력투입에 관여하고, 대체인력투입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고소한 장본인이었다.

6월 27일에는 마찬가지로 갑을오토텍의 사측 법률대리인이었던 신현수를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지금도 노조를 파괴하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측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노동조합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자들이 정권의 고위관료가 되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친노동정책’이 사실상 허깨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사측의 노조말살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거나, 해고된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콜트콜텍, 동양시멘트, 하이텍RCD, 현대차비정규직, 하이디스 등)에 대해서는 이전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 말이 얼마나 지켜질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 소재 자동차부품업체인 동광기연에는 오랜 기간 민주노조활동을 해 온 노동조합이 있었다. 동광기연 사측은 노조와 맺었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노동자들 전부를 해고했다. 노조를 말살시킬 목적이 다분했고 이에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동광그룹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고, 그룹 자회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을 대거 사용해 엄청난 이윤을 누리고 있다. 현재까지도 동광기연의 노동자들은 동광기연의 모회사인 동광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만들어진 다른 노동조합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휠을 생산하는 핸즈코퍼레이션은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어용노조를 만들고, 복수노조 조항을 이용해 소수노조인 핸즈코퍼레이션지회(금속노조 소속 지회)를 무력화하고 있다. 핸즈코퍼레이션 노동자들은 지금도 12시간 맞교대와 쇳물이 튀고 비오면 물이 세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유사한 경우이다. 이곳에서는 생산직 전원이 비정규직으로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현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직장폐쇄를 당해 공장에서 쫓겨난 상황이다. 만도헬라 사측은 계약직을 직접 고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멈춘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다. 이는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임에도, 사측은 이것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오랜 기간 역사적 경험을 가진 노동자들, 현재에도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새롭게 노조를 건설했지만 탄압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이야기한 부당노동행위 척결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 노동정책의 한계는 어디서 비롯되나?

집권 초기 문재인 정권의 여러 노동정책들이 노동자로 하여금 일면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한계를 보이게 될 것이다. 그 핵심 이유는 자본주의 내에서 개혁을 목표로 하는 자유주의 세력이 애초 갖는 계급적 한계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및 실업해소에 대한 대책,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이다. 이 문제들은 문재인 정권이 처음 해결을 약속한 것이 아니다. 역대 정권들이 20년 동안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왔다. 문재인 정권의 정책은 문제의 근본원인은 해결하지 못하면서 임시변통의 정책만을 제시하는 데 머물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업의 문제, 비정규직 확대 문제는 전형적으로 자본주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투자를 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현상, 경기침체로 인한 해고, 더 싼 노동력을 찾아다니는 자본의 행보가 야기한 비정규직화 등이 그것이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윤, 그것을 용인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일자리 창출 대책, 비정규직 대책은 아무리 잘해야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100일간 추진한 노동정책들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이야기했지만,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이른바 ‘중규직화’ 방안이 중심에 놓여 있다. 제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비정규직 남용,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취임 100일 대국민보고회에서도 밝혔듯이, 비록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용률은 여전히 높아지지 않고 있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되레 늘어난 상황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겠다는 말도 현재까지는 대표적 사례를 적발하겠다는 정도로만 이야기 되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수구세력 눈치를 보고 있어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은 한계가 더욱 드러날 것이고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적 의식은 증가할 것이다. 당분간 문재인 정권은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등 상대적으로 손쉬운 노동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함으로써, 노동자들 속에서 지지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앞에 놓인 많은 노동문제들은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문재인 정권 자체는 자유주의 자본가 정권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현재 갖고 있는 기대와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을 추종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는 삶의 위기가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단결을 도모하여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을 강화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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