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134명이 고용승계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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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합리성’이라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운동은 종종 ‘합리성’이라는 이념에 빠져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인정하는, 공정함이라는 형식을 띠는 ‘합리성’을 기준으로 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즉 계급적인 입장이 아니라 다수가 지지하는 자유주의적 합리성은 사실 지배계급의 이념이기도 하다. 지금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는 광주교육청에서 돌봄전담노동자 134명을 해고하고 공개채용을 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돌봄전담노동자는 초등학교에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활동을 하며 학습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교육과 보호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전국 6천여 개의 학교에서 1만 1,920시르 23만 8,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학부모의 95.7%가 만족한다고 평가하는 등 가장 호평받는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돌봄전담노동자들은 주 20시간 이내의 단시간 노동자로 월급여가 평균 100만원이 되지 않으며, 심각한 고용불안에도 학교에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일정한 고용의 안정을 보장받고 있는 추세이나, 초단시간 계약과 위탁 고용이 대부분이어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다(참고 기사: “초단시간 계약, 돌봄전담사 벼랑 끝으로 내몰아”).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합리성인가?

공개채용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고 능력에 따라서 고용하겠다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인 것 같은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그것은 기존에 있던 돌봄노동자들을 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공개채용)이라는 방식은 노동자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성과급제를 반대하는 것은 그 객관적인 기준이 노동시간 외에는 없어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사측이나 관리자의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된 관행과 질서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차별함으로써 배제하려는 지배계급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광주시교육청에 의해서 해고된 134명의 돌봄노동자들의 경우도 그렇다. 이 노동자들은 이미 기존에 그 업무를 수년에 걸쳐 수행했던 노동자들이다. 그 활동 경력만으로 충분한, 숙련된 자격을 갖추었다고 봐야하는데(이미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노동자들이다), 그 노동자들의 경력은 무시하고 알량한 몇 개의 시험으로 노동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자본가계급이 노동자들을 가르고 배제하는 합리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이런 합리성에 대부분 승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격증이나 승진시험 등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말이 있다. 이 말은 1989년 개봉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당시 대입시험으로 고통 받던 학생들이 수십 명씩 자살하던 사회에 대한 절규였다. 최근에는 초등학생까지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험은 천편일률적으로 사람들을, 노동자들을 자본가 앞에 줄 세우는 훌륭한 자본주의적 통제의 제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최근 청년실업을 보면 아무리 많은 스펙을 쌓아도 결국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시험제도조차 무의미하게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험을 잘 보는 능력도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회적 통계는 시험제도가 이 체제를 유지하는 모범적인 노예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참고 기사: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가 우리를 깨웠다)

한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이다

우리가 현재 순응하고 있는 규범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거나 개정한 경우도 있지만, 규범과 제도들 중 대부분은 이 사회의 지배계급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수많은 자격증제도와 시험제도 가 있지만 오래 전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더 많은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라기 보단 소수의 사람들을 선발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로 시작된 것이다. 매우 전문적인 규범과 제도는 특히 지배계급의 충실한 관리인의 역할을 하기때문에 지배계급이 심혈을 기울인 규범과 제도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조건 때문에 처음부터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이다.

광주교육청의 돌봄전담노동자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모든 노동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이미 충분한 경험으로 자격을 갖춘 기존의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하는 것이어야 한다. 광주교육청의 공개채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방식이 향후 계속 고용될 노동자들의 채용의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합리적이고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개채용은 노동자들을 가르고 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조건 없이 숙련된 경험을 가진 기존의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타 교육청에서는 이미 조건 없이 고용을 승계한 곳도 있다. 광주시교육청의 공개채용은 이 흐름을 역류하는 나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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