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금은 자유주의의 굴레를 벗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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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교조 충북지부]

전교조 앞에 놓인 상반되는 두 상황

최근 전교조를 둘러싸고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지방 선거에서 진보교육감 지역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청와대가 전교조 법외노조를 직권으로 철회할 수 없다는 발표였다.

14개의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고무적인 것이었다. 특히 울산에서 노옥희 후보의 당선은 대단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후보가 12석을 차지했고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경기와 부산에서 당선되었다. 더군다나 전교조 출신 후보들이 10명이나 당선돼 진보적인 교육개혁과 전교조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19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 전교조 지도부와 면담 자리를 가졌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재판 중인 사항이라 직권취소가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법률 검토를 해 가능하다고 하면 청와대와도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전교조 지도부는 직권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법률 검토를 끝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검토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였다. 하지만 20일 오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두 상반된 상황은 언뜻 보기에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의 지지율을 신경 쓰고 이미지 정치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교육감 후보를 10명이나 당선시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인한 전교조의 단결권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견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드러나는 현상은 모순되지만 실상을 파악해보면 일관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교조가 들어야 했던 ‘가만히 있으라’는 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전교조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성과급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이니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다수 존재하였다. 전교조 조합원의 목소리라는 조합원 게시판을 둘러보면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후부터 이러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며 따라서 강경한 모든 투쟁을 멈추고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민주노총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김명환 위원장의 행보도 이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직후에도 게시판의 한 조합원의 글을 보면, “노동계가 지난 민주정부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을 알면서도 조합에 가입하였다. 다시 민주정부를 배척하고 투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것을 우려하였다. 또한 한 조합원은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기다려라. 민주정부3기에 왜 자꾸 무지몽매한 투쟁수단을 강구하나? 제발 대화로 소통하라. 머리를 써라. 무조건 밖으로 나대지 말고”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집권 후에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맞이하였고 이는 전체 사회적인 분위기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총선이나 지방 선거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러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감 선거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자유주의 세력을 선거로 당선시키고 그들을 대리로 내세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 조합원들에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 집행부도 작년에 정부에 대한 기대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청와대는 작년 수능 즈음에 있었던 연가투쟁을 앞두고 전교조에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였고, 이 대화의 내용에 따라서 전교조의 투쟁의 방향이나 시기가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 지진 때문에 수능이 연기된 이유도 있었지만, 투쟁이 한참 뒤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열망과 사기는 꺾여버렸다. 박근혜 정부에 대항한 투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전교조는 보인 것이다.

진보교육감은 과연 전교조의 승리인가?

앞에서도 언급했던 진보교육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교조 내에서 자유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은 선거를 아주 중요한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교조 내에서도 상반기 투쟁 과제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선거가 있을 동안에는 대부분의 지부가 선거에 빨려 들어갔다. 모두 진보교육감을 세우기 위한 일에 몰두하였고 당장 시급한 전교조의 사안들은 모두 정지되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지금까지 진보적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계속해서 돌봄노동자와 강사, 공무직과 같은 비정규직들을 해고하였고 인천지부장 출신인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의 출신도 민주당과의 끈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고 체제 내에서 온건한 개혁을 추진하는 수준의 자유주의적인 행보를 보인다.(자세한 내용은 「‘진보교육감’은 없다」를 참고하기 바람.)

이렇듯 자유주의적이고 반노동적이며 도덕적이지 못한 행보를 보인 것과 함께 전교조 전임 문제에 있어서도 다른 보수교육감들과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2016년에는 진보교육감들마저 미복귀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직권면직을 한 일이 있었다. 전교조 출신인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해 징계와 관련해서 교육부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보다 앞선 2014년에는 진보교육감이던 충북도교육감이 당시 충북지부장이던 박옥주 선생님에 대해 직권면직 처리를 지시하기도 하였다. 같은 해 전북교육감 김승환 교육감도 전임자 복귀 이행을 불응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뒤늦게 복직이행을 강행하였다. 교육감들이 교육부와 다가올 자신들의 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대해서 많은 전교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적잖이 실망을 하였다.

또한 진보교육감이 세워진 지역에는 전교조 활동가들이 대거 교육청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는 진풍경을 보게 된다. 그래서 각 지부에서는 집행부를 세우기가 힘들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지기도 하고, 조합원들이 노조를 통해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기보다 교육청을 통해서 해결하는 통에 전교조의 세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전교조가 교육청의 일을 받아서 하기도 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 사측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은 다른 진보교육감 지역들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모습도 있지만, 전교조의 진보교육감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이와 같이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전교조가 강해지고 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력이 약해지고 활동가를 잃게 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더군다나 진보교육감들이 전교조에 반드시 우호적인 것은 아니기에 투쟁은 투쟁대로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져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교육감을 견인하고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에게 전교조가 끌려 다니는 꼴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을 전교조의 승리라고만 볼 수 있을까?

전교조에 깃든 자유주의라는 병

지금까지 자유주의세력들은 전교조에 수많은 약속들을 하였다. 2017년 1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은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전교조 법외노조를 바로 철회하겠다고 하였고, 그 해 9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들도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시기에(선거 이후) 직권 취소를 통해서 해결하였다고 하였다. 같은 해 12월에도 청와대 사회수석이 내년 지방 선거가 끝나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방 선거 이후 우리에게 돌려준 것은 직권 취소가 불가능하며 전교조 너희들이 변해야 한다는 김의겸의 말도 안 되는 충고였다. 그런데도 아직도 조합원 게시판에는 이들 세력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현 체제 내에서의 개혁을 추구하면서 체제 자체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자유주의 정권을 옹호하는 이 사람들에게는 자유주의라는 병이 심각하게 들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 철회 국면에 있어서 보인 행동은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에 대못을 박은 일이다. 또한 진보교육감들의 행보도 전혀 진보적이지 않으며 체제 내에서 교사들과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대상들을 향해서 보내는 전교조의 러브콜은 일견 모순된 현상 같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관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 아니다

사실 청와대의 직권 취소 불가능 입장은 기만적인 소리에 불과하다. 이미 청와대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과 관련하여 2017년 5월 순직 처리한 경험이 있다. 또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조치의 경우 교과서 국정화 위헌소송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었지만 청와대가 지시하자 교육부는 2017년 5월 31일 역사교과서를 공식 폐지하였다.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서 직권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청와대의 설명과는 달리 법조계에서도 법외노조통보처분에 대한 직권취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그리고 청와대는 법률 개정을 통해서 문제를 풀겠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현재의 국회 구성상 불가능한 소리이다. 이는 총선에서 대대적인 승리를 하면 바꾸겠다는 것으로 도로 ‘총선까지 기다려라’는 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 최근 들어 일부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분노감을 표출하며 문재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본래 속성은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자유주의세력이었으며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 없이는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다. 이러한 뻔히 보이는 사실을 두고도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는 것은 정세 분석에 있어서 무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기만적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부터 이미 문재인 정부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를 믿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 정부를 믿어야 할 이유가 더 남아 있는가? 잘못된 정세 분석과 현실 인식으로 인해서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여 전교조는 너무나도 투쟁력이 작아졌으며 정부와의 경계마저 흐려져 노조로서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지금이라도 대장정을 시작하자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주의세력에 대항하겠다는 굳은 결심이다. 박근혜 정부와의 투쟁 못지않게 저항하고 투쟁하겠다는 결의가 더욱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일제시대의 무단 통치에 비유할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문화 통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황이 변화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싸움을 이끌어갈 집행부의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청와대의 술수에 말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교조는 7월 6일 전조합원 연가 투쟁을 진행하였다. 이제라도 총력 투쟁을 결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전교조 내에 문재인에 대한 사랑,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지지라는 자유주의 병이 도처에 만연하고 있다. 이들은 주체의 강력한 투쟁을 통한 요구 쟁취보다는 자유주의세력을 통한 대리와 시혜를 바라며 대화와 소통을 주장하고 있다. 더 이상 이들에 대해서도 묵과해서는 안 되며 이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대로 된 현실 인식과 정세 분석을 통해 법외노조 철회를 쟁취하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자유주의세력에 대항하는 세력을 만들 필요도 있다. 이는 당연히 노동자 민중의 의식과 투쟁을 더욱 급진적으로 이끌 사회주의 세력일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동3권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이들 자유주의세력은 자본가를 대변하는 것이고 이 자본가들을 끝장내는 것은 사회주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싸움은 길고 긴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장개석의 포위에 후퇴하면서도 오히려 공산당의 기치를 드높이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욱 더 강고히 했던 마오쩌둥처럼 우리도 자유주의세력과는 차별되는 목소리를 내고 급진적인 싸움을 이끌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교육혁명대장정이라는 대장정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현장 조합원들도 삭발을 통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때에 민중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알리고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가며 또 한 번의 불씨를 당기는 것이 지금 너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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