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을 지키기 위한 산업은행의 특혜―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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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12일 언론에 처음 보도된 후, 11월 16일에 주최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구체적인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로 5000억을 투입한 뒤 3000억 원의 가량의 교환사채를 인수하면, 한진칼은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조원태와 경영권 분쟁을 치르고 있는 3자 연합(조현아,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측에서는 “조원태의 경영권 방어를 산업은행이 돕는 것”이라며 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으나, 12월 1일 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산업은행과 조원태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12월 14일, 아시아나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3대1 무상균등감자가 최종 의결됐다. 이제 남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뿐인데, 이 또한 형식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 노골적인 특혜를 퍼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골적 특혜의 속내: 국유화만은 막아야 한다

“글로벌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빅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에 쏟아지는 상찬이다. 그러나 냉소적인 반응 또한 적지 않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했던 산업은행이 발 벗고 나서서 ‘땅콩회항’ 등 각종 갑질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에게 또 다시 특혜를 주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 회장 김석동, 그리고 조원태 사이에 ‘이야기’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지만, 이동걸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하여 “두 사람과는 만난 적 없으며 항공업계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다”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게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이 나선 덕에 조원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조현아와의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에 서게 됨과 동시에 ‘공룡 항공사’를 얻게 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항공재벌들에게 내린 ‘구원의 손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다 2008년 세계대공황의 여파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그 와중에 박삼구, 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다툼마저 불거지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러한 경영실패의 결과로 결국 아시아나항공 또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9년에 4월에는 매각 결정이 나게 됐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불발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이 56.3%에 달하는 ‘좀비 상태’로, 연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법정관리를 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내민 카드가 바로 ‘3대1 무상균등감자’였다. 이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똑같이 3대1로 축소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코로나19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경영난의 책임을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지게 된 것이다. 이는 그간 산업은행이 주도해온 숱한 구조조정 중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오너에게 책임을 묻는 차등감자가 일반적이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경영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산업은행이 박삼구 일가에게 던져준 꼴이 된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항공산업은 서서히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거기에 코로나19가 더해지며 안 그래도 휘청대던 항공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때문에 산업은행은 수조 원의 혈세를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의 명목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왔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고사 직전의 아시아나항공은 물론이거니와 대한항공의 경우도 23조의 부채(부채율 1,100%)를 짊어진 채, 정부 지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인수합병 자체가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이렇게도 노골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특혜를 퍼주면서 인수합병을 관철시키는 속내는 무엇인가. 이에 관해서는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도규상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먼저 이동걸은 11월 19일에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재벌 특혜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통합이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국유화되며 더 큰 문제가 야기된다.” 이어서 도규상은 11월 26일에 진행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양대 항공사 통합에 대해 “국유화를 방지하고,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내항공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속내는 ‘국유화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혈세를 풀어서라도 자본가의 사유재산을 지켜주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시아나 항공의 인수주체인 대한항공 또한 막대한 빚더미에 나앉아 있는 상황이다. 국유화 피하려다 거대 항공사의 공멸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은 없다는 거짓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에 대해서 산업은행과 정부는 누차 유일한 대안이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금방 항공산업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항공산업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정도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4년은 되어야 한다. 또한 어떤 형태의 인수합병이든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계속해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언론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며, 인수합병의 당사자인 노동자들 또한 이를 믿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두 항공사에는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인력감축이 실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이전인 2019년 10월부터 노동자들에게 희망휴직을 받기 시작한데 이어, 2019년 12월에 이르러서는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후로는 노동자들은 기약 없는 무급·순환 휴직에 내몰려 있었다.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 이후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2월 16일에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대한항공의 도급을 받아 인천공항 화물청사에서 보안·검색 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은 대한항공이 최근 도급계약을 종료함에 따라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매각을 앞두고 한 차례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였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순환·무급휴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또한 해고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양대 항공사와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살뜰하게 챙겨왔다는 것이다. 가령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파산직전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연간 120억 원의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이용료가 지주사 금호산업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대한항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은 올해 3분기까지 총 129억 원의 대한항공 상표권 이용료를 챙겼다. 양대 항공사가 ‘항공 불황’으로 휘청대는 와중에도 자본가들은 허울만 남은 항공사의 ‘이름값’을 본인들의 호주머니에 채워 넣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정부는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속해서 막대한 자금과 특혜로 퍼주고 있다. 또한 앞서 보았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무리해서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기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더 큰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은 불가항력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추후에도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이다. 반면 자본의 위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오롯이 전가하는 상황이 다시금 벌어질 것이다.

나가며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자본가 정치세력일 뿐이라는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세계대공황 시기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라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지만, 자본가들의 앓는 소리에는 신속하게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또한 별 반 다르지 않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것 외의 대안은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굴러 떨어지든 말든 일단은 자본가를 살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본가들의 수중에 있어야 할 이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어마어마한 혈세를 풀어 그들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특혜를 베풀고 있다. “국유화는 안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급한 불 끄겠다고 물 대신 기름 붓는 격이다. 자본가를 지키기 위해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삶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지금, “자본가들을 지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째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는데 들어가서는 안 되는가. 차라리 국가가 운영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하자. 물론 자본과 정부는 아연실색하며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막아선 바로 그 길이 지금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이다. 해고 없는 국유화, 구조조정과 재매각 없는 국유화에 대한 요구를 이제는 투쟁의 활주로에 올려야 할 때다.

2 댓글

  1. 국가예산 그만 투자하라!!불필요한 항공산업 때문에 제주도에 제2공항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겨 토건세력들에게만 예산 빼먹기 좋은 나라다. 이 나쁜 나라에 대해서 반독점투쟁으로 끝장내자!!

  2. 민영항공사, 독점자본에게 국가재정을 마구 퍼주자는 것은 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대공황과 코로나 봉쇄위기로 전국민이 고통받기 때문에 특정 자본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매국이다. 국가예산이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거대 항공자본에 국가재정이 투여된 만큼 투하된 정부재정 지분만큼 국가가 경영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누가보아도 당연한 귀결이다. 항공사 해고자를 방치하고 사유화된 항공자본에게 물쓰듯이 무작정 퍼주기하는 정권은 경제공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자본가정부다. 해고자 원직 복직과 국유화 그리고 국가재정투여의 국민적 합의와 결과에서 공적성격화의 국가기업화로의 귀결은 민영화 가속화하기가 아닌 바로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국영화하고 정부경영을 전제로한 국유화이어야 한다. 이것을 부정하는 자는 국가예산을 도둑질하자는 파렴치한 날강도 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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