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소액대출 폭증, 빚에 저당잡힌 우리 삶

0
1973
[사진: 카카오뱅크 블로그]

몇 주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최근 생계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더니 대뜸 카카오뱅크를 추천받았다. 특별한 게 있느냐고 묻자 다른 것보다 ‘비상금대출’이 좋다고 했다. 신용이 변변치 않아도 최소 5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벌이가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인기라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체크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30만원의 소액 신용한도를 늘려주는 하이브리드 카드와 5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핸드폰 소액결제를 합치면 카드가 없어도 손쉽게 130만원의 신용을 사용할 수 있다.

솔깃한 마음에 앱을 깔고 계좌를 개설한 후 비상금대출을 신청해보았다.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합해 천만 원 정도의 빚이 있지만 신용등급은 3등급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청가능이란 화면이 떴고 그 자리에서 최종신청을 하려다 며칠만 더 고민해보자는 마음에 취소를 눌렀다. 그리고 며칠 후 생활비 문제로 다시 비상금 대출을 신청했는데, 웬걸 대출이 불가능하단 메시지가 뜨는 게 아닌가? 혹시 신용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 잽싸게 신용등급을 확인했지만 변동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

십 여분 뒤 연결된 상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비상금대출 심사는 SGI서울보증보험 소관이라 그쪽에 문의하라며 문자로 전화번호를 보내주었다. 내친 김에 이유라도 알자는 심정으로 보증보험에 연락을 했는데, 대출기준이 바뀌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인즉슨 카카오뱅크 소액대출에 대학생 등 수입이 불확실한 고객의 유입이 폭증해 8월 14일 저녁을 기준으로 심사기준을 상향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출이 가능하단 답변을 받은 건 14일 오후였으니 그때 신청했으면 대출을 받았을 터였다. 단 몇 시간 사이에 대출 부적합자가 된 셈이다.

당장에 막막해진 생활만큼이나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했고 신청을 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던 것일까?

보다 쉬운 대출, 폭증하는 빚더미

언론에 익히 알려진 것처럼 카카오뱅크는 영업시작 당일 12시간째에 시중은행의 1년 실적인 18만 계좌를 돌파한 후 한 달 만에 가입자 300만 명을 넘기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신규계좌 중 거래액이 0원인 깡통계좌가 전체의 3분의 2이고, 신용등급별 대출건수와 금액을 살펴보면 신용 1~3등급에 해당하는 고객의 대출이 전체 건수의 66.7%, 금액 기준으로 89.3%에 달한다.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의 90% 신청가능’이란 “비상금 대출” 표어 아래 높은 신용등급의 사람들이 대거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저신용자’뿐만 아니라 괜찮은 신용등급의 사람들 조차 빚을 내지 않고선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란 뜻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8월 중 가계대출 동향 보고”에 따르면, 8월 기타대출(전체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반 은행들 역시 신용대출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1조 4,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뱅크의 대출상품 중 소액대출 상품인 ‘비상금 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각각 52.7%와 32.2%로 1, 2위를 기록했다.

앞서 4월에 출범한 케이뱅크 역시 계좌 10개 중 약 3개가 깡통계좌이란 기사가 나온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전체 계좌 51만 167개 중 27.3%인 13만 9,656개가 개설 후 입출금 기록이 없는 미사용 계좌라고 한다. 반면 신용대출은 너무 빨리 늘어나 케이뱅크는 6월 29일 연 2%대 낮은 금리의 ‘직장인K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한 뒤, 7월부터 현재까지 원리금균등 방식과 만기일시 상환 방식 상품의 판매도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부채증가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폭증하는 대출 수요를 명분으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 완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소득보다 많은 차입자가 최근 3년 사이에 46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는 말이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 듯 싶다. 부채를 줄여도 모자랄 마당에 보다 쉬운 소액대출이 폭증하고 있는 상황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빚에 저당 잡힌 노동자민중의 삶

가계부채는 이미 1,300조원을 넘어 1,4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 막대한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증가율은 2013년 이후 계속 상승세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작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줄어들고 기타대출이 급증했으며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넘는 소위 ‘한계 가구’ 역시 작년보다 15%나 증가한 182만 가구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소득의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심지어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말부터 7분기 연속으로 감소 중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가 정체되고,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소득 보완 효과 약화,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사적 이전 소득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기타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특히나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를 반영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기타대출은 대개 생활자금으로 직접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이가 소득이 아닌 빚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하여 주류 언론의 대출 및 부채에 대한 대응은 빚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현재의 소득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소득을 증가시킬 의향도, 능력도 없는 상태다.

다른 한편에는 부채에 대한 이중 잣대가 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지만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다.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이유보다 빚을 쉽게 낼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생각에 갇혀 자본의 이윤추구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 현실, 이런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을 억죄는 족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