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정말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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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교조 홈페이지 사진갤러리]

1. 대의원대회의 풍경

지난 2월 24일 토요일 오후 2시, 대전 KT인재개발원 중강당에서 전교조의 제78차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대의원대회장은 지난 싸움의 전운이 감도는 듯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졌고 지난 77차 대대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회의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동의한다’는 안건이 무참히 짓밟혔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전교조에 대해서 실망감을 가지게 된 사건이었다. 어째서 원칙으로 다들 동의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자마자 이렇게 감정적으로 휩쓸려버린단 말인가. 그 동안 우리 안에 숨어 있던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적 성격이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고민과 실천의 부재가 만들어 낸 것이었고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집단이 바로 ‘노동자는 하나다’이다. 이 단체는 지난 77차 대대 때 발의안을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토론회 개최, 토론을 위한 자료집 등을 출간 및 배포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미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위원장과 여러 조합원들이 일찍 나와서 자리를 잡고 갖가지 홍보 및 선전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 ‘노동자는 하나다’에서도 미리 준비한 선전물과 토론자료집을 배포하였다. 또한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 교사 모임을 준비하는 쪽에서도 ‘대체전담교사제’를 소개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세 집단의 의견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제78차 대의원대회의 막이 올랐다. 몇 가지 형식적 절차들을 거치고 지난 사업들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2. 이 평가는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

사업 평가 및 분석부터 전교조 집행부의 안에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대의원대회 자료집 기본사업평가에서 ‘조직강화·확대사업’ 부분을 살펴보면, 7월 이후 비정규강사 정규직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쟁점화되면서 탈퇴와 동요의 양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전교조 조합원 게시판과 여러 지부의 전화로 조합원들이 탈퇴를 하겠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많은 집행부 및 활동가들이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구지부만 살펴보더라도 탈퇴자의 수가 많지 않았다. 정책실의 평가에서는 정규직화 쟁점으로 인해서 탈퇴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로 학기가 바뀌는 7~8월에는 예년에도 탈퇴자의 수가 많다. 교사들의 이동도 있고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직강사 정규직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쟁점화가 되어 탈퇴가 많았다고 하는 설명은 근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시 실질적으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한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조직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식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대에서도 이에 대해 한 대의원이 질문을 하였으나 집행부는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관련 대응 투쟁 평가’ 부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집행부의 사업 평가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정책실의 평가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이를테면 “중앙집행위원회는 조합내의 의견을 수렴하여 입장을 결정”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적 토론이 부족하였고 의견 수렴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합 내에서 교육이나 선전, 토론이 없었고 그저 조합원들의 의견을 추수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민주적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는 식의 평가는 앞으로의 이런 사태가 계속해서 터질 것을 예상한다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평가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책실은 어떤 수렴 과정이 있었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였으며 ‘지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렴하였다는 식의 빠져나가는 말을 늘어놓았다.

가장 큰 문제는 본부의 이중성이다. 평가 안에서 전교조가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라는 문구가 존재한다. 이러한 평가는 전교조는 반대한 적이 없는데 다른 단체들이 오해하여 반대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과연 그러한가? 실제로 필자는 위원장에게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가? 찬성하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찬성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왜 여러 언론들이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내보냈을 때 적극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또한 왜 다른 단체들과 오해를 풀기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대한 명확한 반성, 그리고 중집 결정 철회가 앞으로 전교조가 어떤 비정규직 관련 사업을 내놓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규직화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은 여러 비정규직 단체들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연대 및 연합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단체들에게 명확하게 전교조의 변화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들을 기만하는 것일 뿐이다.

77차 대의원대회 이후 전교조를 둘러싼 많은 단체들의 비판에 대해 전교조는 중집 결정을 옹호하고 조직을 보위하기 위한 평가를 대대에서 그대로 늘어놓았다. 모호한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가지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상황을 반복하며 노동계의 비판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느껴졌다.

3. 사업 내용이 없는 사업

제8호 안건으로 제시된 ‘2018년 사업계획(안)의 심의·의결’에는 현안사업으로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학교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라는 제목으로 사업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목과는 다르게 중집 입장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국기간제교사노조와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모임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안만이 제시되어 있었다. 전교조 본부의 상집위원들이 이 부분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왜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사업안이 없는지 말이다. 사업안이 형식적으로만 작성되어 있을 뿐 사업의 내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면을 보면 진정으로 전교조가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지, 진정으로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원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필자는 대의원의 자격으로 정규직 교원들의 인식 변화와 조합 내의 갈등 해소를 위해 지역별 토론회를 제시하였다. 지역-학교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지회, 분회별 간담회를 전국적으로 조직하자는 것이다. 그 동안 본부가 미뤄왔던 교육·선전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뜬금없이 본부에서 기간제 교사들과 이미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과연 이들은 현재 전교조의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비정규직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저항의 흐름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지도부라면 그저 대중이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추수하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포장해서도 안 된다. 지도부라면 좀 더 나은 학교와 세상을 위해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전망을 제시하고 지도해야한다. 그것이 이들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책임 방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4. 왜 기간제 교사 특별 위원회지?

그나마 사업계획안에 나와 있는 대응안 중에서 구체적인 하나가 있었다. 바로 “기간제 교사 특별 위원회”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모순된 사업안 중 하나이다. 한 대의원이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사업제안이라면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한정해서는 안 되며 다른 학교 비정규직도 포함하는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특별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래야 형식과 내용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특위라는 것은 연대 문제 전체를 포괄하여 고민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에 정책실은 학교 내 다른 비정규직은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지만 기간제 교원은 조합원이기에 다르다는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상집과 중집을 통과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특위에 대해서 사업안에서는 가능 여부를 포함하여 논의를 진행한다고 하였으나 계속된 답변과정에서 그 특위를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본부에 먼저 기간제 교사 특위를 제안한 한 기간제 교사 조합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모임은 원래 기간제 교사의 상설위원회를 만들고 싶었지만 현재 전교조의 규약상으로는 위원회를 만들 수가 없다. 조합원의 자격 문제 때문이다. 현재 전교조의 규약은 교원노조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교원이 아니면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당한다. 기간제 교원의 경우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근무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래서 상설위원회의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어 특위로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조합원은 그 특위에서는 기간제 교사만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특위의 성격이나 형식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상설위원회는 활동 자격에 있어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4·16 특위만 보더라도 특위는 관심이 많은 교사라면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을 살펴볼 때 본부와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모임 사이에는 일종의 교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모임은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의 전신인 전국기간제교사연합(전기련)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들이다.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의 입장과 맞지 않아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이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규직화보다는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기간제 교사들을 둘로 갈랐을 것이다. 그리고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단식 농성이 한창이던 작년 겨울, 전교조 농성 텐트를 찾아와 이러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아마 당시 다른 단체로부터 비판을 듣던 전교조 본부는 이들의 제안이 무척 반갑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신들의 집이 필요했던 이들 기간제 교사들도 전교조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다.

5. 진정성 있는 운동이 절실하다.

그런데 어느 한 단체의 사업이라는 것이 면피를 위해서이거나 어떤 특정 사람들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어서야 되겠는가? 만약에 진정으로 이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꿈꾼다면 논의의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 특별 위원회’를 굳이 억지로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안에 기간제 교사팀을 꾸려서 기간제 교사 조합원과 정규직 교사 조합원들이 함께 활동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학교 내에 존재하는 많은 교육공무직들과 이 특위 안에서 논의하고 투쟁을 전개해 나가면 된다. 이에 대해 나는 전교조 집행부의 여러 성원과 상집, 중집 위원들은 깊이 고민해 보기를 바라고 있다. 무엇이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진정한 방향인지 말이다.

한편 78차 대대에서는 또 한 번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연대 측 조합원들이 제시한 동의안에 대해서 일부 교찾사 회원들이 ‘무기연기안’이라는 것으로 맞선 것이다. 노동자연대에서 제시한 안은, 기존의 중집 결정에서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안을 삭제하고 “기간제 교원은 최소화하고 정규 교원으로 배치한다”는 자칫 잘못하면 기간제 교원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 항목을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에 찬성한다”는 문구로 수정하는 내용이었다. ‘노동자는 하나다’ 실무팀 회의와 2차 집담회에서는 이러한 노동자연대의 발의안이 성급할 수 있고 아직 조합원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던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였다.

하지만 노동자연대 측에서 제안한 동의안에 대해 대의원대회 회칙에도 없는 ‘무기연기동의’라는 것을 발의하여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막아 버린 일은 동의할 수 없다. ‘무기연기동의’란 참석한 대의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되며, 더 이상 그 회기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것은 원래 전교조 대의원대회 회칙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이번 노동자연대의 동의안을 막기 위한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본부에서는 원래 없었던 이 ‘무기연기동의’를 회칙에 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결국 ‘무기연기동의’는 과반으로 가결되었고 노동자연대가 제출한 안은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쉽게도 찬반 토론 과정에서 많은 대의원들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고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정규직화에 동의하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러한 무기연기동의안이 앞으로 소수의 의견을 폭력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어 우려된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또 다시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외부로 나가게 될까봐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중집안이 변경되어 자신들의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봐 두려웠던 걸까? 어느 것이든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허울뿐이 아닌 제대로 된 내용 있는 운동을 앞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대에서 우리는 전교조가 과연 진정으로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에겐 진정성 있는 운동이 절실하다.

2 댓글

  1. “비정규직없는 학교만들기”에 포함되는 비정규직도 기간제교사뿐. 학교에 있는 비정규직은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정실무사, 영양사, 조리실무사, 조리사, 사서, 유치원방과후전담사, 특수교육전담사, 전문상담사, 돌봄전담사, 사회복지사,방과후코디..엄청 다양하거든요. 교사, 공무원과 동일 노동을 하면서도 반값 임금만 받고 있는 이들과 명백한 계급이 있다고 믿는 교사들과 어떻게 내부에서 사상투쟁하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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