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늬만 정규직’,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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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지난 7월 19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SK서린빌딩을 찾아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는 이유와 요구에 대해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SK브로드밴드는 작년 문재인이 집권하자마자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재빠르게 호응했던 곳이다. 그러나 SK의 정책은 자회사 정규직 채용으로 사실상 ‘무늬만 정규직화’에 불과했다.

인터뷰에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이영석 교육선전부장이 응해주었다. 현재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종각역 부근 SK서린빌딩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연대 부탁드린다.

Q1. 우선 독자들을 위해 지회가 만들어지고 투쟁에 나서게 된 과정을 짧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는 2014년 3월 30일에 설립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개별 사업자가 운영하는 센터에 소속되어 일을 했습니다. 개통을 처리하는 직무와 장애를 처리하는 직무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개통을 처리하는 노동자들은 90%가 개인사업자였고요, 장애를 처리하는 노동자들은 90%가 직원 신분이었어요.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하나로통신으로 운영되었는데 원청에서 내려주는 단가나 수수료가 매년 계속 내려가는 거예요. 불만들이 쌓이기 시작했죠. 2008년 9월 SK브로드밴드에서 인수하고 2017년 전국에 100개가 넘는 센터를 하나로 묶어서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로 분리 했습니다. 2014년 노동조합을 만들 당시에는 약 50여개 센터로 시작했습니다. 지부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SK브로드밴드로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2. 작년 자회사로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SK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SK브로드밴드에서는 ‘홈앤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하나로 묶은 가장 큰 취지를 고용안정이라고 했어요. 과거 개별법인일 때는 일부 업체(센터)에서 사장이 변경되거나 그만두게 될 경우 그 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퇴사조치되는 문제나 퇴직금을 안주려고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문제들이 있었다는 거예요. 사측에선 그 문제를 가장 크게 포장을 했지요. 앞으로는 한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을 거다,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과거에도 SK브로드밴드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어요. 타 통신회사에서 공공연하게 있었던 일이지만 SK 개별 센터에서는 거의 없었거든요. 회사에서 말하는 고용안정이라는 것을 지금 자회사로 전환돼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거의 못 느끼고 있어요.

Q3. 2017년 정규직 전환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투쟁에 나선 이유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지금 요구는 어떤 것인가요?

자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이 임금과 복지에 관한 개선이었어요. 2017년 자회사가 만들어진 후 홈앤서비스 임원들은 임금TF팀을 구성해서 임금이나 복지에 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임금TF팀이 9월부터 시행을 했지만 올 1월에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기본급은 있지만 실적급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실적급여(한 건 처리할 때 1만원이면 1만 오백 원으로 상향하자)라는 것만 주장하고 우리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기본급 비중이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높아져야 된다고 요구하는 거죠.

또한 안전한 작업환경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기본급 인상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해 진 후에 난간작업이 매우 위험해서 해서는 안 되는데도 실적급체계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급이 인상되면 위험한 야간작업을 안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 임금 협상에서도 안전한 일터에 대한 요구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에 호응한 첫 민간기업 사례인데 이것이 허울뿐인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되면 당연히 임금이나 복지, 안전한 작업환경 이러한 것이 개선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측은 그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고 사무(업무)환경 개선이라며 지금 근무하는 센터를 100억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했어요. 사측은 그것도 회사발전을 위한 지출비용이라 합니다. 과연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예 관심도 없는 거죠. 그게 무슨 정규직 전환입니까?

100여개 법인 센터가 2017년 7월 자회사로 통합되었는데 그중 3개 센터가 안 들어왔어요. 3개 법인사장들이 갑질 횡포다 반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마저 무시하면서 센터 반납을 거부하였고, 사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시끄러워 질까봐 미전환 센터로 남겨뒀어요. 이번에 투쟁하는 이유 중에는 미전환 센터를 전환시키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똑같이 일하는 같은 노동자거든요. 똑같은 노동자인데 누구는 비정규직, 누구는 정규직이면 안되죠. 그래서 빨리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SK브로드밴드 직고용 투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쟁에 대한 투표에서 조합원 90% 이상이 찬성한 것은 그만큼 자회사를 통한 허울뿐인 정규직전환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능력이 없어서 자회사 운영을 제대로 못한다면 SK브로드밴드에서 직고용하라는 투쟁을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사진: 사회주의자]

Q4. SK자본은 그동안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경영을 해왔습니다. SK자본의 행태를 직접 접해보신 입장에서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SK가 기업경영에서 가장 추구하는 것이 윤리경영이에요. 이미지 경영이 커요. 다른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인데 SK는 손실을 좀 보더라도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추구해왔는데 우리가 보기에 그 이미지는 사기죠. 특히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실현했다고 말하는데 ‘대국민 사기극이다’,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말하자면 프랜차이즈(개인법인 센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정규직 전환했다, 고용문제(신규채용)를 해결했다고 생색을 냅니다. 그런데 실상은 퇴사하는 사람이 있어 공백이 생겨도 신규채용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규직이라 하면서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임금을 주고 있습니다. 사측은 158만원에 식대 13만원을 주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많다고 합니다. 또한 회사 데이터로는 평균 320만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밤 10시까지 야간 근무, 토일 근무까지 포함한 것인데 마치 고임금을 주는 것처럼 주장하는 거죠. 이렇게 장시간 저임금으로 일을 시키면서 시스템은 대기업 이미지에 맞게 따라가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정해진 규율에 따라가지 못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에 조금만 벗어나면 징계 운운하고, 서비스 만족도 등을 강조합니다.

예전에는 육체적으로만 힘들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쳐져서 더욱 힘든 상황이죠. 정신교육을 통해 대기업 직원이니 프라이드를 갖고 옷차림, 말투 등 품위를 유지하라고 요구합니다. 모든 조건은 비정규직인데 정신은 정규직이라고 강요하는 거죠. 지금 SK경영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이나 대우를 하지 않는 비윤리 경영체제이고, 대외적 이미지는 포장된 것이죠.

Q5. SK자본이 작년 정규직 전환에 나선 데에는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 영향이 있습니다. 현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을 겪어보시고 어떤 판단이 드시나요?

얼마 전 기사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정책 특히 노동정책이 실패했다고 나왔는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차치하더라도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 되고, 어느 정권에서도 늘 투쟁해야 할 것 같아요.

Q6. 노동자 투쟁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올바른 노동자 의식이 있을 때 힘있는 투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토론 같이 노동자 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투쟁 현장이 또 다른 학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지명파업 할 때마다 모이는 곳에서 동영상 이라든지 외부강사 초청교육, 실내교육 등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내부 교육역량이나 자료 등이 부족하다보니까 어려움이 있고요. 본조 교육선전부에서 지원 받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NS(카톡, 텔레그램)등에서 꾸준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간부교육을 매년 3-4회 진행하고 있는데, 신규조합원 교육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투가 끝나면 보완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투쟁 열심히 하는 만큼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7. 마지막으로 투쟁의 다짐은?

당연히 승리를 하기 위해 투쟁하지만 우리 집행부에서 이번 투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즐기는 투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지친다고 해서 단시간에 급하게 협약(타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이면 많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가면서 모두가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끈기를 갖고 즐기면서 하자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정부가 ILO 기준으로만 볼 때도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후 대정부 투쟁으로 가게 된다면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이 앞장서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투쟁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LG유플러스 등 앞으로 투쟁해야 할 비정규직들이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못하면 다른 동지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아요. 힘들지만 우리가 잘 싸워야죠. 그런데 혼자 잘 싸우는 것이 아닌 함께 잘 싸워야죠. 우리 조합원들도 열심히 연대하고 있고요. 다른 연대동지들도 저희 투쟁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번 자회사문제, 비정규직문제 연대를 통해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함께 투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올려주는 10만원보다 연대해서 쟁취한 1만원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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